[Opinion] 꽃이 담긴 회화와 꽃꽂이의 상관관계 [미술/전시]

<천하제일 꽃꽂이대회>展을 관람하며
글 입력 2021.08.3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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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꽂이는 사전적으로 꽃이나 나뭇가지를 물이 담긴 꽃병에 꽂아 자연미를 나타내며 꾸미는 기법을 지칭한다. 사실 젠더중립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회에서는 꽃꽂이가 통상적으로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제재를 자연물로 한정짓지 않는다면 꽃꽂이라는 용어는 생각보다 많은 행위들을 일컬을 수 있다. 가령 누군가에게 조형적인 영감을 드러내는 예술적 표현수단으로 쓰인다면 추상적인 내면의 풍경을 가시적 형태로 구체화한다는 점이 낯설 뿐 마찬가지로 꽃꽂이가 아닐까. 마음속을 부유하는 모든 구상들은 제각각의 모양과 색을 지니며 꽃과 다름없다.


5CULTUREUM 인더갤러리에서 8월 2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천하제일 꽃꽂이대회>展은 김이박 스튜디오 소속의 김연·이물질·박선하·킴비 네 작가가 모여 꽃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전시제목은 언뜻 유머러스하면서도 해맑은 분위기를 연상시키지만 실은 마냥 즐겁지 않다. 결혼적령기를 지나는 여성 작가들이 한곳에서 꽃꽂이를 주제로 우열을 다투는 양상은 우리에게 미처 다 삼켜지지 않은 씁쓸함을 남긴다.

이들의 염원은 평생 행복하게 작업하는 것이다. 하지만 ‘꽃’, ‘여성’, ‘2·30대’라는 일련의 요소가 합쳐질 때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소음들이 끊임없이 생성된다. ‘예쁜 꽃을 그려야지’, ‘꽃다운 나이에 굳이 힘들게 예술을 해’와 같은 주변의 부정적 반응은 오히려 한층 더 심화된 연대를 낳을 뿐이다.
 
어찌 보면 예술가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이 목표를 타의에 의해 단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온갖 고정관념을 탈피한 채 자유분방한 꽃을 발화한다. 꽃들 간 상이한 이미지는 내밀하게 서로의 동질을 확인하는 동안 연약한 양태가 서서히 보완된 결과이다.


김연 작가는 <마음의 정원> 연작을 통해 크라프트지에 색연필로 정신적 쉼터를 그려낸다. 그녀는 힘을 빼고 천천히 마음속을 산책하는 동안 가닿은 느낌들을 꽃의 모습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평소에 공간에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내재한다고 믿어왔다. 불필요한 청각적 자극이 잦아드는 마음의 정원은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구역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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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 <마음에 정원> (2021)


 
킴비 작가는 <안녕>, <나에게 넌>, <꽃>, <드로잉 시리즈>에서 꽃을 의인화하고 분신을 등장시키는 등 관객들의 현실감각을 의도적으로 완전히 흩뜨린다.
 
산발적인 장면 전환과 맥락없는 서사는 꿈 속 어딘가 무의식의 세계를 시사한다. 깊은 잠에 빠진 상태를 공허한 무의 세계라 한다면 수면하지 않을 때의 우리는 사회에 알맞은 사람으로 위장한 결과이다.
 
그녀는 이 두 세계를 연결시켜 화면에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실존을 한층 더 견고히 한다. 무의식 단계의 단편적이고 분쇄된 잔상은 붓질 안에서 다시 조립을 거쳐 새로운 층위의 분신 이미지로 치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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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비 <꽃> (2010)

 

 

박선하 작가는 <경계의 공간>, <사유의 공간>, <산호정원 은신처>을 통해 꽃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을 전한다. 그녀는 자연의 꽃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긍정적 정서를 수반한다면, 사회적 풍토에 의해 가공된 꽃 개념은 어두운 일면을 내포하고 있다 말한다. 또한 이는 단순히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성을 띈 채 끊임없이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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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하 <경계의 공간> (2021)

 

 

이물질 작가는 <화를 위한 드로잉>, <화를 위한 페인팅> 등을 통해 고정되지 않으며 비정형적인 꽃을 묘사한다. 꽃잎들 간의 휘갈긴 듯한 불분명한 경계는 흔히 아름답다 여겨지는 개화 형태들을 모조리 전복한다.
 
작품의 지배적 색채인 청녹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하도록 유도한다. 개인적으로 하얀 실로 바느질된 부분을 바라보며 내 안에도 사회로부터 손상되지 않은 순수한 젠더리스 자아가 아직 머무르고 있지는 않을까 잠시 상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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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 <화를 위한 드로잉> (2021)


 

이와 같은 전시가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꽃꽂이가 중성적인 단어로 거듭나지 않을까. 단어가 암시하는 여성성의 무게에 압도되기보다는 생에 굳게 뿌리 내리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전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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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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