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망가자, 손을 꼭 잡고 [도서]

글 입력 2021.08.2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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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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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라는 책은 선우정아가 들려준 동명의 곡을 바탕으로 한다. 간략한 소개를 읽었을 때, 나를 사로잡은 건 ‘선우정아’ 그 이름이었다. 나에겐 아주 특별한 이름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선우정아를 처음 만난 건 유튜브 영상 속에서였다. TV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선우정아. 지금만큼 낯익은 얼굴은 아니었기에, 잔잔한 관객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선우정아는 앞에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 상관없다는 듯이 마음대로 무대 위를 뛰고, 힘껏 노래를 불렀다. 자유로운 새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 에너지를 뿜어냈다. 겉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그 강렬한 존재감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았다.


무대 위 퍼포먼스만큼, 선우정아는 음악의 스토리를 만들 때에도 자유롭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동안 다른 노래들에서 자주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을 노래했다. 그들에겐 꼭 맞는 어여쁜 외투인데, 나한텐 어울리지 않는다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노래한 ‘뱁새’. 내가 바란 그 미래는 겨우 누군가의 위층이야,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경쟁과 욕망을 이야기한 ‘쌤쌤’도 그렇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사로운 감정을 포착하고, 섬세한 언어로 표현한다. 작은 것에도 마음을 주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선우정아의 능력은 위로의 말을 건넬 때도 빛을 발했다. 지친 누군가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속삭이는 음악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


 

 

나랑 도망가자,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으로



 

도망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 선우정아, '도망가자' 中

 


'도망가자'는 괜찮다, 괜찮다 마음을 토닥인다. 하지만 속상하고 힘든 누군가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도망가자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마음이 편할 수 있는 곳이면, 세상 그 어느 곳이든 함께 가겠다고 손을 꼭 붙잡는다.

 

나에게도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삶이 재난 영화의 인트로 같다고 생각했다. 양옆으로 건물은 무너지고, 땅은 솟구치고, 사방에서 비명이 들리는 통에 나는 홀로 달린다. 점점 더 좁아지는 위험한 길을. 멈출 수 없는 험난한 길, 이를 악물고 달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누구도 나의 이름을 모르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곳. 밀려오는 바다에 몸을 맡기고 걸어나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곤 했다. 몸에 안 좋을 것을 뻔히 아는 음식을 과하게 먹기도 했고, 어떻게든 나아가보고자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했다.

 

크고 작은 좌절을 겪어보면서, 영원히 도망칠 수 없음을 알았다. 충분히 힘들어한 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절망만 있진 않았다. 희미한 희망도 함께 있었다. 손 뻗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그 손을 기다리고, 나도 건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손길을 건 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지금 힘들다고, 손을 뻗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다. 하지만 때때로 말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비록 찾지 못하더라도, 나의 애쓴 마음을 이해받고, 공감받는 순간이 필요하다.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나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함께 사는 세상이란 걸 담아두고 있었나 보다. 핸드폰 사진 앨범에는 이런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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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민음사, 말줄임표 EP.34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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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듣똑라, 솔로1집 track.7 中

 

 

민음사 TV에서 『인터내셔널의 밤』의 구절을 소개한 부분. 또 듣똑라에서 ‘자립’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 우리에겐 다시 돌아오자고 약속하는 이가 필요하다.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함께 서로의 품을 내어주면서 살아가자. 좋은 이야기지만 정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꾸미기][크기변환]도망가자 본문6.jpg

 

 

『도망가자』의 부드러운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곽수진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견에게 말을 건넸다. 반려견과 함께 꽃이 가득 핀 들판을 넘어, 푸른빛 숲을 지나 바다에 다다랐다.

 

지친 상대에게 필요한 건 커다란 도움이 아니었다. 상대가 좋아하는 공간을 함께 찾아가고, 취미를 함께하는 소소한 시간. 가만히 눈을 맞추거나, 조용히 곁에 머무르는 시간. 중요한 건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도망가자 본문7.jpg


 

음악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이유가 꼭 쉽고 간단한 이야기여서 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림으로 말하는 이야기는 감정을 두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눈으로만 보아도 부드럽고 포근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지치고 힘들 때 『도망가자』의 품 안에서 머무를 수 있으면 좋겠다.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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