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해한 웃음을 주는 유튜버 '이지다' [사람]

글 입력 2021.08.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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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 빵 터졌어.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다. 인터넷으로 재밌는 걸 봐도 무표정으로 ‘ㅋㅋㅋㅋ’를 치기 여러 번. 어렸을 때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웃었을 때처럼 정말 재밌는 걸 난 찾고 있었다.

 

본인은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잘 주지 않는 사람이어서 요즘 인기 있는 유튜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닮고 싶은 일상들이 왜인지 그다지 와닿지 않았었던, 그런 나에게 정말 오랜만에 닮고 싶고, 일상이 궁금해지는 사람이 생겼다.

 

그건 바로 ‘이지다’라는 유투버다.

 

 

이지다.jpg

 

 


처음은 가볍게 피튀기는 야자타임부터




 

 

이 영상은 내가 이지다에게 처음 빠졌던 영상이다. ‘계급 놀이하다 머리채 잡히는 보드게임 달무티’. 어떤 사람의 머리채가 잡혀있는 썸네일을 보고 경악하며 영상을 눌렀었다. 지금도 입가에 살짝 뜬 웃음을 지울 수 없다. 아니 도대체 누가 이 썸네일을 보고 영상을 안 눌러볼 수 있단 말인가.

 

달무티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영상을 봤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곧 차분히 달무티라는 보드게임을 설명하는 이지다에게 집중하게 되고 드립에 목마른 주위 사람들 때문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2019 상반기 드립 세미나’라는 현수막을 방 안에 걸고 시작하는 것부터 아 이 사람들 어딘가 돌아있구나를 느꼈다. 달무티는 한마디로 야자게임인데 영상 속 사람들은 같은 방송연예과 출신이며 12학번부터 17학번까지 다양하게 있는 덕분에 신분이 바뀔 때마다 더 큰 재미를 준다.

 

모두 같은 흰 티와 가지각색의 수면바지를 입고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은 과거 여자 고등학교를 다닐 때가 생각나게 한다. 오직 여자만으로 구성된 멤버들도 재미에 한몫을 한다. 여자들끼리만 할 수 있는 미묘한 드립과 뉘앙스가 곳곳에 있어 킬링 포인트가 아주 많다.

 

 

 

민쏘공(민주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달무티 영상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릴 때 바로 ‘넷플릭스 앤 칠’ 영상이 자동으로 틀어지게 된다. ‘다 보면 이지다 입덕한다’라는 재생목록에 있는 이 영상은 이지다의 입덕 초기에는 무조건 봐야 되는 영상 중 하나다. 썸네일부터 달무티 보다 조금 더 은은하게 돌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달무티 영상의 멤버들이 똑같이 나오는데 그들은 이 멤버를 ‘민쏘공’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민주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뜻인데 멤버 중 한 명인 민주님이 모은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노래를 부르며 정신없게 시작하면서 저세상 구도와 필터가 눈을 못 떼게 한다. 과거에 본인이 마마무를 좋아했던 이유가 새삼 떠올랐다. 네 명만 모이면 개콘 남부럽지 않게 웃겼던 사람들. 이지다의 영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일곱 명이나 있다. 민쏘공의 멤버가 되어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위 영상에서 민쏘공은 넷플릭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분장하고 역할놀이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분장은 평범했는데 그중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을 선택한 은영님의 분장이 심히 웃기다.

 


일레븐.jpg

 

 

은영님이 타오바오에서 직구를 실패하며 나름 직접 열심히 모은 분장들이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구머리와 색만 맞춘 원피스. 그녀는 자신의 분장에 진지하다. 나름의 컬러 매치가 일레븐과의 99% 일치감을 보여준다.

 

 

 

어딘가 계속 보고싶은 오래된 절친 재희와 이지다


 

 

 

이 영상은 사실 달무티를 보기 전에 먼저 접했던 영상이다. 달무티가 이지다에게 흠뻑 빠지게 만든 영상이라면 이 영상은 이지다를 알게 해준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는 ‘재희’라는 이지다의 고등학교 친구가 등장한다. 이지다의 유튜브에 출몰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무리가 있다. 고등학교 친구 ‘재희’, 학교 친구들 ‘민쏘공’, 과 동기 친구들.

 

그중 재희와는 오랫동안 친구였던 만큼 딱히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편한 웃음을 만든다. 둘이 편하게 오뉴블을 앓는 영상을 보며 오뉴블을 좋아했던 만큼 나도 같이 앓을 수 있다.

 

 

 

 

캠핑은 이지다가 재희님과 함께한 영상들 중 가장 주요한 콘텐츠다. 둘은 자주 백패킹을 간다. 나는 사실 캠핑 영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딘가 지루하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남이 어떻게 사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상도 딱히 특별하진 않았다. 오직 재희님과 이지다가 백패 킹을 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내용이지만 둘의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나긋나긋하고 오래된 친구 관계 속 자유롭게 고가는 농담들이 재밌다.

 

 

 

MZ세대는 환경도 놓치지 않는다


 

 

 

#플로깅은 한국말로는 #줍깅이라고 한다. 줍깅은 '걷거나 뛰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지다의 수많은 좋은 점 중 하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점이다. 위 영상 외에도 ‘비건 캠핑’, ‘북극곰 보드게임’ 등을 통해서 이지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지연님과 은영님이 함께한 이 영상은 관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내용이다. 취지가 유익한 것뿐만 아니라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단순한 내용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작은 시도들은 나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이지다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이런 노력들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것이 이지다가 가진 능력이지 않을까?

 


 

무해한 웃음을 주는 '이지다'


 

이지다의 유튜브에는 이지다만 나오지는 않는다. 이지다보다 더 재밌고 더 튀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고 진행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지다는 그 사람들 속에서 엠씨를 자처한다. 분위기를 띄우는 동시에 구독자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과거에 본인은 남성들이 만든 유튜브 모임을 좋아했었다. 실제 친구 사이에서 나오는 개그는 억지로 만들기는 어렵다. 하물며 여성 유튜버가 적었던 옛날은 실제 여성 친구들로만 만들어진 모임이 유튜브에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한편, 이지다는 자신의 친구들 또한 유튜브를 하면서 새로운 여성 유튜브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모임이다.

 

본인과 동갑인 이지다는 딱 지금의 청춘을 잘 보여준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인생이 재밌어야만 하는, 가진 거라곤 열정뿐인. 그러나 지금 20대는 또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가치 있는 것을 소비하려고 하는 현 세대의 모습이 이지다에게서 보인다.

 

내가 웃음을 잃었던 이유는 너무 쉽게 웃기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지는 않을까. 과거의 편견을 답습한 개그는 더 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지다의 단단한 내면에서 나오는 무해한 말들은 내게 어떤 검열도 하지 못하는 무방비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컬쳐리스트 인장.jpg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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