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려견', 지극히 인간을 위한 호칭: 윌리엄 웨그만 BEING HUMAN [전시]

글 입력 2021.08.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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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진전을 구경했다. 주인공은 개, 그중에서도 바이마라너였다.

 

축 늘어진 귀와 기다란 몸체, 둥그스름한 눈. 회색의 몸과 호박색, 푸른색 눈 색은 러시안 블루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예술의전당으로 몸을 옮긴 것 같다. 오래간만에 귀여운 사진을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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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은 예술의전당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전시장인데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다. 이전에 에릭 요한슨 전, 퀘이 형제 전, 피노키오 전까지 서너 번 방문했다.

 

이번 전시 규모와 구성이 공간과 가장 알맞았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작품 수와 깔끔한 동선, 작품 간의 간격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또, 섹션의 구분이 명확한 데다가 그 섹션의 의도와 의미를 함축한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전시장은 9가지로 나누었지만, 나는 이걸 사람 같은 섹션(1, 2, 4, 6, 8)과 마술 같은 섹션(3, 5), 그리고 개 다운 섹션(7, 9)으로 구분 지었다. ‘~같은’과 ‘~다운’은 언뜻 비슷해 보이는데 사실 정반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자가 무언가를 단순 모방한 것에 그친다면, 후자는 무언가가 그 무엇일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을 드러낸다. 전자보다 후자가 감상하기에 좋기도 했다. 재현보다는 독창이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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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Casual, 2002,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iod, 24x20 inches (61x51 cm)

© William Wegman

 

 

하지만 무엇보다 전시장에 걸린 결과물 이전의 환경-뜨거운 조명, 한 동작을 고수해야 하는 사진의 특성, 옷가지 등 무언가가 몸을 휘감게 내버려 두는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일 거다.

 

인간도 견디기 힘든 환경인데 개라도 다를 것 없다. 물론 자신이 기르는 개들을 통해 얻는 수익은 그들에게 좋은 사료와 집, 장난감 등으로 다시 돌려주겠지만, 아리송했다. 차라리 전시장에서 ‘반려견’이라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수식어 대신 ‘모델’이라고 통칭했으면 마음이 조금 가벼웠을까.


‘반려’만큼 인간 다운 단어가 있을까. 사전적 의미로는 짝이 되는 동무이지만, 유의어로 동반자와 반려자가 있는 것을 보아 본디 인간 사이에서 쓰인 단어인 게 느껴진다. 동식물을 아끼는 마음이야 생태계 전체의 조화에 필수 불가결하다. 다만 궁극적으로 인간 자신을 위한 선택과 돌봄이지 않은가.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타인의 긍정적인 반응에 그 ‘주인’은 뿌듯함과 기쁨, 행복을 얻는다. 귀여운 모습을 포착할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 고깔모자를 씌워 생일파티를 해주는 것, 옷이나 모자를 입히는 것이 그 예로 떠오른다.


전시장에서는 개 중 하나가 퍼코트를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을 ‘퍼코트가 가장 잘 어울린다’라고 표현한 전시장 벽의 글귀도. 개를 통해 퍼코트를 보니, 이런 형태의 옷이 얼마나 인간다운지 느꼈다. 제아무리 멋을 부려도 이질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전시는 그렇게 ‘BEING HUMAN’을 곱씹게 한다. 인간이라는 건 뭘까. 개가 마구 뛰어놀고 먹는 모습이 ‘개다움’이라면, 인간다움은 뭘까.


그리고 다시, 전시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섹션 1, 우리 같은 사람들(People Like Us). 이곳엔 유난히 사람의 손과 다리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얼굴에서 목까지는 개인데 그 아래는 인간으로 이루어진 오묘한 생물체. 신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한 생김새다.

 

기괴함은 개를 산책시키는 개의 모습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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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 워커 Dog Walker, 1990,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카메라를 올곧게 응시한, 약간 삐딱하게 기울어진 머리. 개는 그저 서있는 것이나, 인간의 프레임을 씌우자 왠지 모를 여유와 기품이 느껴진다.

 

결국 인간의 위치에, 인간처럼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왼쪽의 개는 지위를 얻는다. 이미지에 함축된 의미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현실 속 인간은 생물체의 가장 꼭대기에 선다. 누구도 허락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이 말하고, 쓰고, 소통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필두로 지배했을 뿐이다.


인간 가까이에 있으면서 아주 다르게 생긴 존재를 통해 ‘인간이 됨’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신 외의 대상을 위한다는 마음 기저에 깔린 이기심. 그 이기심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그저 인간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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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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