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Human Being)이 아닌 인간이 된(Being human) 반려견 - 윌리엄 웨그만 展

BEING HUMAN
글 입력 2021.08.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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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불과한 것일까?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시네마운틴’에서 장항준 감독님은 함께 작업하기 힘든 작업 대상으로 ‘애(아이)’와 ‘개’를 꼽았다.

 

아무래도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언어에 미숙하고 개는 인간이 말하는 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하다. 동시에 우리도 개의 언어를 알지 못한다.

 

개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기보다는 그의 표정이나 행동인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임의로 해석하거나 추측하곤 한다. 윌리엄 웨그만(William Wegman)은 그의 반려견을 뮤즈로 삼아 마치 그가 강아지의 언어를 알고 있듯이 서로 소통하며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촬영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지도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현실로 돌아가 그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윌리엄 웨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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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liam Wegman

 

 

 

많은 사진기 중에서 폴라로이드를 선택한 이유


 

폴라로이드는 은근한 설렘을 주는 사진기이다. 내가 대상을 찍었지만 그 대상이 어떻게 찍혔는지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확인할 수가 있다. 평소라면 짧게 느껴졌을 10분이 기대감과 초조함이 더해져 유독 길게 느껴진다.

 

윌리엄 웨그만은 이러한 특성을 가진 폴라로이드를 이용하여 대부분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폴라로이드의 필름 가격은 다른 사진 필름에 비해 눈에 띄게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폴라로이드로 한 장을 찍어도 공들여 찍게 된다.

 

그의 반려견인 ‘만 레이’의 즉흥적이고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고 싶은 마음과 그의 예술 의도에 부합하는 반려견의 최상의 모습을 공들여 담고 싶었기 때문에 윌리엄 웨그만이 폴라로이드를 이용한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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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조화, 비잉 휴먼(Being Human)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부터 계속 의문이 들었다. 왜 비잉 휴먼일까. ‘우리 같은 사람들(People Like Us)’ 부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섹션에서는 퇴직을 한 엔지니어부터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청소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모두 다른 직종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얼굴은 그의 반려견의 모습을 한 채 그 외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작품 <조지>처럼 옷차림새는 퇴직한 엔지니어 조지를 보여주지만 어딘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표정은 성실한 시민이자,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 자녀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Human being(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알고 표출하는 듯한 작품으로 개가 인간이 되는 것, Being human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 디즈니라면, 어른들을 위한 작품은 윌리엄 웨그만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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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이라는 작품을 보고 왜 윌리엄 웨그만의 작품이 성인을 위한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접촉에서 강아지는 마치 돌다리를 건너듯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레 걷고 있다.

 

어렸을 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호기심이 앞섰고 가슴이 먼저 뛰는 일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신중한 일로 변했다. 상대방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이 쓰이고 작품 <접촉>처럼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행동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 되어버렸다.

 

작품 <무장>에서는 빛나는 강철판으로 자신을 보호하여 마치 중세 기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귀는 무장하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귀까지 무장할 수 있었겠지만 갑옷의 원래의 본질은 몸통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차적인 귀까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을 더 강조하는데 윌리엄 웨그만은 이에 동의하듯이 그의 작품에서 드러냈다. 해당 작품을 보면서 글을 쓸 때 더 잘 적고 싶은 욕심에 갖은 미사여구를 붙이는 내가 떠올랐다. 글쓰기의 본질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읽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무장>을 기억하며 글쓰기의 근본적인 성질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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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크>는 윌리엄 웨그만이 명사 ‘animal(동물)’에 접미사 ‘-que’를 더해 ‘동물 같은(animalque)’이라는 뜻으로 만든 단어이다.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개에게 판다탈을 씌어 동물같이 보이게 했다.

 

우리는 여러 개의 탈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탈, 직장 내에서의 탈, 친구들에게만 보여주는 탈 등 셀 수 없이 많은 탈을 지니고 있다. <애니멀크>처럼 강아지가 판다 탈을 쓰고 있지만 튀어나온 귀와 그의 몸통 때문에 정면으로 봐도 측면으로 봐도 영락없는 개이다.

 

윌리엄 웨그만은 우리는 여러 개의 탈을 쓰고 살고 있지만 결국 내면은 변하지 않는 고유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던 게 아닐까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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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그려낸 현시대에서 경험한 일상


 

그의 반려견이 신문에 둘러싸여 있다. 신문에는 ‘Trading in Lies, Some Informers Build Cases For Prosecutors(거짓말 거래, 일부 정보 제공자들이 검사(檢事)를 위해 사건을 만든다)’라고 적혀 있다.

 

한편에는 ‘QUANTITY AND QUALITY(양과 질)’이라는 헤드라인이 쓰여 있다. 윌리엄 웨그만은 그가 바라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사회 현상들을 신문 기사로 넣어 작품에 담고자 했다.

 

Trading in Lies를 통해 거짓으로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를 비판하고 있다. 강아지의 전신을 신문으로 감싸 거짓에 관련한 이슈들로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해 진실과 거짓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그려냈다.

 

윌리엄 웨그만은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는 양과 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환경문제와 동물보호 문제로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여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상태에서 보살피고 인간에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자는 주장과 질은 좋지 않을지라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끔 많은 양을 생산하자는 주장이다. 작품을 통해 서로 한치의 양보 없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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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liam Wegman

 

 

The best thing about a picture is that it never changes, even when the people in it do.

사진의 가장 좋은 점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은 변할지라도.

 

- 앤디 워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마리의 반려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변하지 않은 것은 그들에 대한 윌리엄 웨그만의 마음이다. 사진 하나하나가 그의 애정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도록 따스하게 바라본 적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대상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을 느껴보고 싶은 당신에게 이 전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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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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