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과 이별하기 어렵다면, 저를 따라와 봐요. [음악]

글 입력 2021.08.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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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타는 거네.”


저는 여름을 싫어합니다. 더위도 싫고 피부가 타들어갈 것만 같은 햇빛도 싫어요.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 되지만 더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서 답답합니다. 특히 저는 여름에 약해요. 위장에 탈이 날 때가 많아서 체력이 금방 바닥나곤 합니다. 그래서 저만의 방법으로 매년 여름을 잘 지내보려고 애를 씁니다.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여름이 끝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을 냄새가 반갑지 않습니다. 점점 바람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면 제 마음이 시려요. 떠나는 여름이 너무 아쉽고, 붙잡고 싶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낀 지는 꽤 된 것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제게 계절 타는 거라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여름이 떠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고요. 매년 한 계절이 갈 때마다 아쉬워했고, 붙잡고 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괜스레 슬퍼지기도 했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절을 타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계절이 갈 때마다 다 슬프지만 유독 슬픈 것은 여름입니다. 여름이 떠나면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갔다는 생각에 나의 모든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슬프더군요. 그래서 떠나는 여름의 뒷모습은 더욱 서글픕니다.


이번 여름은 더 미련이 남네요. 아마 코로나19로 인해 휴가도 못 가고, 푸릇푸릇한 풍경도 마음껏 못 보고,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닷가에 못 가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다가오는 가을을,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려면 이별도 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음악과 함께 21년의 여름과 이별해보려고 해요. 저처럼 여름과 이별하기 힘든 분들! 저를 따라와 볼래요?

 

 


바버렛츠 – 가을이 오네


 


 


잘 이별하려면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하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건강하게 마음껏 슬퍼해야합니다. 그래야 다가올 새로운 계절을 잘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여름이 가는 게 왜 아쉽고 슬픈지 돌아보고, 그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세요. 바버렛츠의 ‘가을이 오네’와 함께한다면 많이 외롭지 않을 겁니다. 덤덤하게 부르지만 쓸쓸해 보이는 바버렛츠의 보이스와 감성을 노크하듯 두드리는 피아노 선율을 듣다보면 눈물을 쏟을지도 몰라요.


저는 ‘자꾸 남아서’ 라는 노랫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 아요. 이번 여름이 아직 가슴에 남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제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노래가 너무 슬퍼서라는 핑계로 음악에 기대어 한바탕 슬픔을 쏟아내기에도 좋을 겁니다. 지난 여름동안 힘들었던 것까지 모두 쏟아내면 더 좋겠죠?

 

 


헤르쯔 아날로그 – 여름밤


 

 

 

뜨겁던 해는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 밤.

 

 

그늘이란 없는 따가운 햇살 같던 나의 일상

긴 오후가 가 버리고 하루의 끝자락에 있지만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의 하루를 아직

끝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줄 때 위로가 되고, 생각이나 마음이 뒤엉켜있을 때 누군가가 정리해서 말해주면 속이 시원해지잖아요. 그 누군가가 바로 헤르쯔 아날로그의 ‘여름밤’입니다.


전주 없이 바로 목소리가 들리는데, 첫 소절부터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떠나려는 여름밤의 모습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했습니다. 무엇보다 공감이 갔던 부분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의 하루를 아직 끝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어’입니다. 제 마음을 알아채고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떠나는 여름의 뒷모습을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제 모습이 떠올라서 스스로를 안아주게 됩니다.


꼭 여름의 뒷모습이 아니라도 빛나고 환했던 나날들이 너무 아쉬워서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 이 곡을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탠딩 에그 – 여름밤에 우린


 

 

 

별이 가득한 여름밤에 우린,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

모든 게 다 바래고 지워져도 간직하고 있을게.

 


음악에 기대어 감정을 쏟아보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음악에 위로를 받았다면 이제는 격려를 받을 차례겠죠? 그럼 스탠딩 에그의 ‘여름밤에 우린’을 들어보세요. 토닥토닥 해주는 것 같은 기타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아쉽고 서글픈 마음을 다가올 가을에 대한 설렘으로 바꿔놓습니다. 이는 새로운 날들에 대한 설렘이기도 합니다. 마치 무언가를 시작해야 될 것만 같아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허전해진 마음 한 구석을 따스하게 채워줍니다. ‘모든 게 다 바래고 지워져도 간직하고 있을게’라는 가사는 괜찮다며 안심시켜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줍니다.


이 곡은 내 편이 되어주고,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문득 쓸쓸하고 외로운 여름밤에 듣기에도 좋습니다.

 

 


좋아서 하는 밴드 – 여름의 끝, 가을편지


 


 

 

가만히 귀 기울여 봐요. 여름의 끝을 알리는 작은 바람 소리

가만히 귀 기울여 봐요. 온 힘을 다해 부르는 매미의 노래를

이 마음도 알아봐 주오. 스르르 부는 바람아 나를 반겨주오.

까맣게 태우던 여름 한낮 지나가면, 어느새 달 끝에도 가을이 오네.

 

 

이제 여름과 잘 이별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여름의 마지막을 가슴에 담으려면 온 몸으로 여름을 느껴봐야겠죠?


좋아서 하는 밴드의 ‘여름의 끝, 가을편지’를 들으면서 해보세요. 그럼 훨씬 수월하고 특별하게 여름의 마지막 모습과 냄새, 소리를 가슴에 담을 수 있습니다.


초록색의 풀과 나무, 따가웠던 햇살이 따스하게 바뀐 햇살, 조금 서늘해진 바람, 어느덧 사라진 습한 공기, 약해진 매미소리를 선율에 맞춰 천천히 당신 안에 머금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다보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가을도 느껴질 겁니다. 이렇게 여름과 잘 이별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가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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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 여름과 잘 이별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올해의 여름은 어땠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름의 마지막을 가슴에 담은 것처럼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도 예쁘게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는 여름에 아쉬움이 가득해서 울적했던 당신의 마음이 좀 나아졌으면 합니다. 꼭 제가 추천한 곡들이 아니더라도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음악과 함께 외롭지 않고, 더는 슬프지 않게 여름을 잘 떠나보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21년의 가을(새로운 날들)을 만나 잘 적응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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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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