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편집자의 세계

글 입력 2021.08.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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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책 <편집자의 세계>는 퍽 인상적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가들 뒤에는 그들의 글이 이 세상에 정제된 형태로 나올 수 있도록 서포팅을 해주는 편집자가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책은 글로만 완성될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글의 독자를 고려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잃어버린 눈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편집자이다.

 

*

 

너무나도 많은 콘텐츠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편집자의 존재를 끄집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책을 받아들고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편집자는 어떠한 역할로 정의되고 있을까? 과거와 달리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책을 제작해낼 수 있는 오늘날, 편집자라는 직업의 수명은 여전할까? 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도 뒤를 따랐다.

 

그만큼 편집자의 영역에 대해 아는 것이, 참으로 부족한 상태로 책을 집어 든 것이다.

 

*

 

책에는 17명의 편집자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들은 미국 문화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적인 편집자들이라고 한다. 직업적 소명으로서, 또는 자신의 욕망에서부터, 나아가 변화하는 사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혹은 상업적 성공을 위해 편집자로서 평생을 살아갔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출판의 세계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17명 각자가 추구하는 편집자적 정신에는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었지만, 자신이 출판하는 출판물에 대한 신뢰와 애정만큼은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7명의 편집자들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을 한 명을 뽑자면,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창간자이자 편집자인 드윗 월레스가 떠오른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책만은 가까이할 수 있었던 그는 이후 자신만의 잡지를 창간하기에 이른다. 여러 잡지들에 수록되어 있던 기사 중 자신의 흥미를 자아낸 기사들을 골라내어 그것들을 가독성 있게 가공한 잡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에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기사를 작성하지 않고도 잡지를 만들었다는 점에 첫째로 놀랐고,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인기를 통해 동일한 기사라 할지라도 편집의 변주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 둘째로 놀랐다.

 

더불어 자신의 잡지가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자, 직접 창간을 결심한 모습에서 현대의 독립 서적의 탄생기를 연상해볼 수 있었다. 그는 진정, 그 누구보다도 잡지라는 매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잡지를 사랑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경쟁업체의 출현과 더 이상 기사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타 잡지사들의 강경 대응에도, 나아갈 길을 모색하며 지금까지도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사랑받고 있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행보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


한국의 출판 편집자 1세대인 저자는 본 책을 지필하기 위해 미국에서 수학하고 있는 따님께 부족한 자료 서칭을 부탁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감춰져있었던 편집자의 삶을 생생한 일화와 함께 풀어내고 있는 책 <편집자의 세계>. 본 책을 통해 새로운 직업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편집자란 저자의 의도를 고려함과 동시에 출판사의 톤 앤 매너, 더불어 독자들의 마음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수많은 원고 틈 속에서 원석을 발굴하고 그 원석을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기여한 편집자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내 블로그 속 수많은 포스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같은 생각을 하니 감히 그 노고를 헤아릴 수 없겠다는 경의가 든다.

 

*

 

그 어느 직업이 살아내기 쉽겠냐마는 그 어느 직업보다 대단한 직업의식을 필요로 하는 편집자의 삶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살아낸 인물들을 보고 있으니 장신정신이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고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고 때로는 타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하는, 여러 측면들이 어우러진 편집자의 삶을 투영하는 용어가 바로 장인정신일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세상에 더 큰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모든 편집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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