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트인사이트 Vol.1 -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글 입력 2021.08.2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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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났다. 슬펐다.


한 언론사의 유명 기자님이 개설한 글쓰기 강의에서 배운바, 위의 표현은 글 안에서 썩 좋지 않다. 화자, 필자의 감정을 독자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담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감정에 대한 구체적인 워딩을 쓰지 않고 상황과 감정에 대한 간접적인 묘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슬프다. 무섭다. 행복하다.’ 등의 직설적인 표현은 어쩌면 해당 감정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을 차단하는 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글을 읽어오며 기자님의 이름 모를 이론이 꽤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아트인사이트 VOL.1>에 대한 감상은 ‘슬프다’가 되었다.


분명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한 글이다. 하지만 이 주제를 꺼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고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거늘.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글쓴이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감정 상태와 고민을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꺼낸다. 자기 고백적 글이자 고해성사의 자리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불안함이 연속되는 시간들이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벌써부터 아쉽게 느껴진다. 어릴 때의 패기와는 다르게 현실에 타협해가며 내 꿈을 쳐내고 수긍하는 느낌이 들어 슬프다기보단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때론 여전히 나답게 급발진하듯 끝없는 낭만을 꿈꾸기도 한다. 아직 해내보고 싶다는 무데뽀 기질이 다행히 남아있나 보다.


-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 중

 

 

취업을 하면 앓던 이가 빠진 듯 모든 고민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 내가,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일이 아닌 나를 완성해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인생을 1도 모르겠음’을 속으로 되뇌는 나는, 글쓴이들의 자기 고백적 글을 읽으며 위로 받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은 나에게 또는 지금을 살아가는 미완성의 사람들을 감싸주는 책이다.

 

 

 

이게 나라냐…!



이번 리뷰는 내용에 대한 감상보다는 내용을 이루고 있는 문장에 대한 감상을 먼저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감없이 내뱉는다.


“이게 나라냐…!”


서른 여덟 개의 문체, 서른 여덟 개의 문장, 서른 여덟 개의 글. 모든 페이지가 소중했다.


그렇기에 글을 읽을 때 전체 맥락을 중요시하는 필자조차 보통의 글보다 한 파트를 읽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됐다. 긴장을 늦추게 하는 문장이 부족했다고 표현해도 될까. 그만큼 한 문장 한 문장에 들어있는 정성은 대단했다.

 

 

화이트가 글씨를 또박또박 써 내려간 것보다 내가 글을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편지를 한 번만 읽기 미안했다. 나 또한 연필을 잡고 종이에 글씨를 끄적일 때 얼마간의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 중

 


필자가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서, 책을 읽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 곱씹기 보다는 내용 전체를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 문장들이 속도를 높이며 스쳐 지나갔다. 글을 한 번만 읽기 미안했다. 이 책에 담길 글을 쓰기 위해 빈 노트북과 노트를 얼마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을 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하루의 몇 할을 투자하여 고민했을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얼마나 수십 번 지우고 쓰기를 반복했을 지 그리고 어쩌면 책이 출판되고 난 후 다시금 자신의 글을 읽으며 약간의 아쉬움과 후련함을 느꼈을지. 서른 여덟 명의 노력을 너무나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으니까.


최근 국내 유명 작가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명성만큼이나 유려한 표현력이 특징인 작가. 문장하나하나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파묻혀 몰입감 있게 읽어나갔다. 하지만 이 책의 서른 여덟 명의 글쓴이도 유명 작가의 글솜씨에 견줄만 했다. 확실한 건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유명작가의 것보다 필자의 ‘취향’에 더 맞는 글쓴이도 있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잇달아 드는 생각.


“이 작은 나라에 재능 있는 사람이 왜 이렇게나 많을까…”


서른 여덟 명의 글쓴이가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뭘 먹고(드시고)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걸까. 필자가 이들과 ‘아트인사이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한 38개의 관점. 문장 하나하나에는 형체는 모르지만 내면의 모양은 어쩐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글쓴이들의 삶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글쓴이들이 글을 꾸준히 세상에 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트인사이트를 빛낸 38인의 영업왕



‘어딘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고 있지만 왜인지 그들에게 소홀해진 느낌이 든다. 지금으로서는 체력적인 문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둔다. 하지만 그들을 대하는 온도가 전만치 뜨겁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연인 사이의 권태기라고 할까.


그래서 새로운 것들이 필요한 요즘이다. 음악, 영화, 친구들은 이미 내 삶에 안정적으로 스며든 ‘좋아하는 것’. 굳이 시간을 내지 않아도 어느새 남는 시간(통근 시간, 집중이 흐려지는 정신이 흐릿한 시간 등)에 속속들이 침투해 있다. 안정적인 지금이 좋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필자로서는 새 친구를 맞이할 때가 되었다.


때마침 38인의 영업왕들이 나타났다.


손 편지, 비효율의 시간, 반려동물, 여름, 술, 전시 비평, 철학 등. 그리고 이를 좋아하는 방법까지. 글쓴이는 그들의 삶을 채우고 있는 대상들과 그들을 온전히 누리는 방법들 등을 가감없이 공유한다. ‘일단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살아온 필자임에도 ‘일단’ 이라는 단어에 두려움을 느낀 순간 ‘좋아하는 것’을 찾는 행위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반가웠다.


친절하게 글쓴이는 삶의 한 조각을 나에게 내밀었다. 입에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취향에 맞으면 오랫동안 좋아하게 될 거라고. 달콤한 말로 나를 유혹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제 내 취향을 찾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하지만 글쓴이들의 ‘제품 후기’같은 친절한 글을 읽었으니 관심을 둘 대상을 고르는데 한결 편해진 건 사실이다.


진솔한 글 하나로 나의 삶이 보다 윤택해질 것이다.

 

 

 

(비)정식으로 면담 신청합니다!



신재희 010-6687-xxxx

연락주세요!


38명의 영업왕을 모두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건지, 어떤 식으로 하루는 채우는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부지런할 수 있는지, 그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중 ‘술’이라는 교집합으로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돈을 모아 술냉장고를 사서 나래바처럼 집 한 켠 지인을 불러 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필자는 술을 마시기 위해 지금도 종합 비타민을 먹고 있을 글쓴이에게 가장 마음이 간다.


글쓴이와 술잔을 부딪히며 살아온 인생사를 읊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나누기도,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기도 하고 싶다.


술이 주는 약간의 느슨함에 몸을 실어 서로의 인생을 펼쳐놓고 싶다. 아트인사이트의 연으로 함께 술상을 차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간 건강 잘 유지해야겠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처럼.



이 글의 요약문이다.


‘봄’은 서른 여덟 명의 글쓴이이고 ‘꽃샘 추위’는 필자다.


나도 그들처럼 부지런히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내 시간을 채워 나가야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 한 켠에 대기시켜놓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비상사태에 하나씩 꺼내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게 준비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만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구체적인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글솜씨를 다부지게 다져 놓아야지.


책을 읽고 친구, 가족, 지인에게 추천해준 적은 있지만 직접 선물해주고 싶은 적은 드물다. 내 취향을 강요하는 듯했고 상대가 흥미를 가지지 못하면 그 책은 효용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을까. 하지만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은 아끼는 지인에게 선물하려 장바구니에 두 권을 넣었다.


꽤 오랫동안 외면으로 상대를 판단한 적이 있다. 정장 입은 사람은 반듯한 직장인이겠지, 정장을 입지 않은 사람은 회사에 다니지 않을거야 등의 고정관념. 어릴 때의 일이지만 부끄러움은 여전하다.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은 ‘얼굴’ 없는 사람을 한 곳에 모아놨다. 하지만 눈, 코, 입 등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관심사로부터 그들의 ‘마음 생김새’를 알 수 있다. 오히려 상상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는 건 덤이다.


문화예술의 ‘소통’을 지향하는 아트인사이트. 아트인사이트와 구성원들의 빛나는 순간을 담은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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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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