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쭐'과 '나락' 그 한 끗 차이 [사람]

<블랙미러> 시즌3 ep.1 '추락'과 함께
글 입력 2021.08.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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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SBS 8시 뉴스에서, 인천의 한 피자가게 사장님이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한부모 가정 아버지 A씨에게 피자와 치즈볼 서비스로 선행을 베풀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7살 생일을 맞아 먹고 싶은 게 한가득이었던 딸 앞에, 당장 기초 생활 수급은 물론 일자리도 부재했던 A씨의 잔고는 571원. 이에 A씨는 배달 어플리케이션으로 전에 이용한 적 있던 피자가게에 주문을 넣으며 이런 메모를 넌지시 남겨볼 수밖에 없었다.


‘7살 딸을 혼자 키우는데 당장 돈이 없어 부탁드립니다.

기초생활비 받는 20일날 꼭 드리겠습니다.’


이에 피자가게 사장님은 왠지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만나서 카드 결제’로 되어 있던 해당 주문 건을 ‘결제 완료’로 처리하고 서비스를 함께 넣어 피자를 배달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날 A씨가 받은 피자 박스에는 주문하지 않았던 치즈볼이 들어 있었고, ‘부담 갖지 마시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주세요’라는 투박한 문구도 적혀 있었다고. 이에 A씨는 피자가게 사장님의 선행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그에게도 좋은 영향이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연이 각 언론에서 보도되자 사람들은 이 피자가게를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이라는 단어가 합성된 것으로, 긍정적 대상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의 신조어)’내고자 매일을 벼르기 시작했다. 인천 청년 연구회도,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베테랑 투수 김상수도 나섰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에 해당 피자가게 리뷰창은 벌써 선플과 별점 5점으로 도배되었고, 최근 주문수는 벌써 ‘4000+’번을 넘어섰다. SBS 시청자상담실 관계자는 A씨에게 일자리와 후원을 해주고 싶다는 연락을 벌써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히기도 하며, 이 사연은 순식간에 언론과 SNS의 덕을 톡톡히 본 긍정적 케이스들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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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너굴기자 유튜브 채널 캡처

 


한편 유튜브에서는 한창 ‘나락(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처지를 비유하는 말)’이라는 단어가 화두였던 시기가 있었다. 시작점은 아무래도 유튜브에서 진행되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머니게임’이었던 듯하다. ‘머니게임’은 높은 액수의 상금을 걸고, 8명의 참가자가 한 공간에 갇혀 일정 기간을 맨몸으로 버텨내야만 하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이 치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서의 의식주를 챙기는 것이 모두 상금을 깎아내는 일과 직결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쓰고 남은 금액만이 생존자들의 상금으로 분할 지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모든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쟤가 돈을 쓰면 내 상금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머니게임은 원래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모습들을 끌어올려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인 것.


하지만 그곳에서 부정적인 모습들이 비춰진 참가자들은 해명과 사과를 일종의 관례마냥 한 번씩 거쳐야 했다. 그들에게서 드러나는 부정적인 모습들에, 시청자들의 부정적 반응도 빗발쳐오기 때문이었다. ‘머니게임’ 방영이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끼리의 논쟁은 계속되었다. 마치 프로그램은 하나의 예고편일 뿐이고, 방영이 끝난 후의 에피소드들이 진짜 본편이라는 듯.


한 참가자는 유독 논란에 대해 거듭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 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당하는 조급한 상황에서 번번이 바람직한 대처에 실패했다. 비난은 재기 불능 수준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곧 해당 참가자가 ‘나락에 갔다’고 표현했다. 물론 그 참가자의 행동이나 태도에는 지적받을만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온 동종업계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시청자들과 함께 해당 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비꼬는 말을 던지는 상황 자체는 확실히 마냥 지켜보기에도 안쓰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비도덕적인 행동들을 해왔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또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하루아침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머니게임’ 후 큰 유명세를 얻었던 한 크리에이터와 한동안 콘텐츠를 함께하며 앞서 언급한 참가자를 ‘나락으로 보내는’ 데 일조했던 이였다. 그의 죄목은 시청자를 기만하고, 유명세를 탄 크리에이터를 수단적으로 이용해 자신도 함께 주목을 받고자 했던 교활함 등에 있었다. 그런데 그는 제대로 된 사과 대신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본인이 이전에 그렇게나 비꼬았던 머니게임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고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미숙한 대처를 보였다. 동시에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왜 나에 대한 기준만 이렇게 엄격한 건데!”


더불어 그는 콘텐츠를 함께 지속하던 크리에이터와도 연을 끊겼으며, 그의 사과 실패 영상은 다양한 밈이 되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후,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엎치락뒤치락하기를 반복하며 소위 ‘나락에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 하고 싶지 않은 비교,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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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 캡처

 

 

그런데 피자가게 사장님이 ‘돈쭐’을 나게 된 사연과 어떤 이들이 ‘나락’에 가게 된 사건은 극명히 다른 분위기임에도 어딘가 매우 유사한 메커니즘을 보인다. 웬만하면 이런 비교를 자주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비슷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는 주목받기 시작하면 그것이 선행이든 악행이든 한없이 많은 이들에게 선명하게 드러나 버리는 오늘날의 문화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더라면, 누군가 ‘널리 널리 알리고 다 같이 돈쭐을 내주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피자가게 사장님은 평소처럼 한적한 근무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 과거사나 사생활, 행동 따위를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폭로하며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해당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켜거나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알려졌기 때문에’ 그들은 삶에도 변화가 찾아올 만큼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알려진 다음 그 대상에게 따라붙는 ‘평가’에서 발생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시동만 걸린다면 무언가가 알려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다. 그런데 알려지는 것에는 늘 평가가 뒤따르는 법. 즉, 오늘날은 평가가 더 손쉬워진 사회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전에는 연예인처럼 분명한 공인들에게나 중요한 사실 같았지만, 이제는 1인 방송인, 배달을 병행하는 요식업체 사장님, 심지어는 일반인들에게도 단연 중요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이에서 평가는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특히나 오늘날의 ‘입소문,’ SNS 기능과 그 파급력을 큰 바탕으로 둔다.


하지만 우리는 손쉬워진 탓에 아무 평가나 너무 쉽게 주고받기도 한다. 옳은 것에 찬사와 장려를 얹고, 그른 것에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애초에 우리가 가려내는 모든 옳고 그름이 정확한지도 미지수인데, 생각보다 더 자주 누군가를 단편적인 증거만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중 하나라 판가름 내버리기도 한다. 그것도 너무 쉽게 말이다. 이는 즉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면이 단 하나만 밖으로 드러나도 누군가는,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나쁜 사람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이 상황이 악화되고, 악화되고, 악화되다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풍자 장인’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3,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레이시의 평점 올리기 작전 대실패극으로 그 최후를 보여준다.


 


2. 사람 그 자체에 대한 평가를 당연하게 여긴 사회의 최후, <추락(NOSE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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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아침 조깅을 하는 주인공 레이시. 지나가던 이웃과 밝은 인사를 나누자 그녀의 핸드폰에서 어떤 효과음이 난다. 뒤이어 샤워를 마친 레이시는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온종일 그녀가 바라보는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그리고 제각각의 별점. 사람들을 마주 볼 때도 별점은 빠지지 않고 그 옆을 둥둥 떠다니고, 대화를 한 번 마칠 때마다 그들은 서로에게 점수를 부여한다. 그녀는 별점이 곧 사람의 인격과 생활 수준 따위와 직결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입에도 안 맞는 쿠키와 커피 사진을 찬사와 함께 SNS에 업로드하고, 별점이 높은 지인의 근황을 공부하고, 별점이 낮아진 동료와는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둔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그녀가 올리고자 했던 ‘평점’이란 다름 아닌 ‘레이시 자신’에 대한 점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별점은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5점 만점에 4.2점이었다. 그만큼 이미 그녀는 별점을 위한 많은 경직과 노력으로 일상을 지배당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더 높은 별점을 목표로 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질 높은 삶을 위한 주거 단지, 그리고 그 값을 할인받아 입주할 수 있는 별점 4.5점의 자격을 얻기 위함이었다.



나오미의 결혼식 축사를 부탁받는 레이시.jpg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별점 5점짜리 가면을 항상 뒤집어쓰고 살 수는 없는 법. 그녀는 초장부터 점수를 의식하다 높은 별점을 가진 이에게 과한 친절을 베풀어버렸고, 연인과 이별해 별점이 낮아진 직장동료와도 잠시 어울리며 두 번이나 기세를 꺾이고 만다. 밥을 먹으면서도 별점이 높은 이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는 듯한 눈빛의 레이시. 결국 그녀는 하다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워 해왔던, 자신을 가장 괴롭게 해왔던 친구 ‘나오미’의 결혼식 축사를 하기로 약속하며 주거 단지에 입주할 날만을 고대하게 된다. 별점 4.5점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감동적인 축사를 끝내고 나면 순식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녀의 예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식으로 출발하기 직전, 별점에 집착하는 누나의 행동을 쭉 못마땅해하고 나무랐던 레이시의 남동생은 끝내 기폭제를 그녀의 성질머리에 심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끌어내고 만다. 집을 나설 때부터 태클을 거는 남동생과 걸핏하면 제 점수를 깎아대는 사람들 덕에 기분을 망칠 대로 망쳐놓은 레이시. 공항에 도착했지만 마침 예약해두었던 비행기가 예고도 없이 사라지자, 대낮부터 쌓여 있었던 그녀의 화가 공항 안내원 앞에서 폭발한 것이다. 그렇게 레이시는 다른 비행기를 탈 수도, 나오미의 결혼식에 여유롭게 도착할 수도 없게 되며 공항 안내요원에게 제재받아 이른 3.1점의 점수를 가지고 구닥다리 렌터카를 몰아 길을 떠난다. 하지만 웬만한 주유소를 이용하기도 어려운 렌터카 덕에 종국에는 히치하이킹부터 흙탕물 수영까지 별점 ‘떡락’ 풀코스를 밟은 그녀.


결혼식장에 입장할 수도 없는 점수를 가지고 간신히 잠입해, 나오미의 식이 진행되는 한복판에서 축사 대신 온갖 술주정과 칼부림을 선보이고 만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후한 5점을 쏴줄 줄로만 알았던 하객들은, 추한 광경 앞에서 한쪽 입꼬리만을 올린 채 그녀의 점수를 있는 대로 깎아내리는 모습과 함께 페이드아웃 된다.


작품은 레이시가 감옥에서 이전에 꺼려했던 직장동료와 마주하고, 서로를 향해 속 시원히 욕설을 주고받고, 함께 입꼬리를 올리는 장면에서 마무리되었다. <블랙미러> 시즌3의 첫 번째 이야기는 내가 다른 말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레이시는 몇 년의 시간을 걸쳐 꾸준히 4.2점의 별점을 만들어왔다. 별점에 집착하며 자신의 겉과 표정을 꾸미고, 싫은 사람 앞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수준을 변화시켜가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엉망이었던 단 하루, 단 하루를 신경질적으로 굴게 되었을 뿐인데 그녀는 0점대의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레이시는 정말 0점대에 이를 만큼이나 나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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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가 당연해진 사회의 최후는, 바로 스스로들을 파괴해 버릴 만큼 엄격한 기준의 인간상이 그와 함께 당연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살 때, 좋은 이와 나쁜 이의 기준은 망가지고, 그 사이의 경계는 점점 더 얇아진다. 그리고 자칫 삐끗하면 오늘의 타자는 내가, 내일의 타자는 당신이 된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손쉬워졌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누군가를 평가하면서, 점점 엄격한, 처음부터 갖추기도, 평생을 고수하기도 어려운 인간상을 가면 갈수록 태연히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수시로 점검을 거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돈쭐’과 ‘나락’은 한 끗 차이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내일 당장 완벽할 수 없으니까.

 



3.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



어느 한구석에 잘난 부분이 있다면, 모난 부분도 반드시 있다. 활발하고 털털한 사람은 자신보다 섬세한 사람을 대하는 법에 있어 서툴 수 있고, 섬세한 사람은 주변을 잘 헤아릴 줄 알아도 남들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부분에서 혼자 괴로워할 수 있다. 다수 앞에서 끼를 잘 방출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어려워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할 때도 그렇다. 처음부터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없다. 지금 당신이 속한 집단에서 리더를 맡은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꽤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이전에 많은 시행착오와 원치 않는 오해들을 거치고 나서야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일 테다. 그뿐만 아니다. 어머니도 ‘엄마’가 처음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과의 사랑이 처음이라 삐걱댈 수 있으며, 누구든지 물질적인 결핍에 힘들어질 수 있다. 심지어, 부럽고 또 부러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대학교를 중퇴했다.


살아가며 마주할 모든 사람이 이런 점을 적어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데, 우리가 그것을 발견했다고 해서 보이는 족족 분노하고, 배척하고, 낙인찍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를 무조건 옹호할 마음은 없다. 다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을 긍정적이라 말할 수 있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다. 세상이 죄다 완벽한 것투성이라면, 모든 예술작품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쏙 든다면, 우리는 훌륭한 것이라는 게 무엇인지 당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피자가게 사장님의 이야기는 보도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핍이, 결점이, 긍정과 찬사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


그러니 결점이 있어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내팽개치고, 결점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분노와 배척, 낙인을 헤프게 다루는 것은 그러는 사람이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행복할 수 없다. 애플이라는 거대한 산물을 남긴 스티브 잡스에게 혼자 대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어떻게 긍정적인 생각과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우리가 대상들의 긍정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 인천의 피자가게 사장님 같은 사람들이 더 세상에 알려져 마구마구 찬사받길 바란다. 배척과 낙인 앞에서 그 자격을 겸손히 할 수 있는 인격을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자신을 더 보듬고 성장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그러다 진짜 정확한 잣대가 필요해지는 날이 오면 그때야말로 우리의 권리와 목소리를 타당하게 다듬어 낼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출 수 있길. 언젠가 타인을 너그럽게 포용하고 이해해두길 참 잘했다고, 나를 길러두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은혜로운 그 날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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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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