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리는 화가 - 앨리스 달튼 브라운 展

내가 머물고 싶은 자리
글 입력 2021.08.1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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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이 부는 바람, Late Breeze, 2012

 

 

강렬한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다. 그리고 그 빛을 머금은 푸른빛 물결과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을 그린 작품이 잔상으로 남았다. 직접 두 눈으로 봐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한동안 전시 권태기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의 풍요로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전시 애호가로 만들어준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회는 8월의 뜨거운 여름,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사진이라고 착각했다. 그만큼 사실적이고 섬세했다. 그녀의 그림은 어딘가에 있는 장소를 보여주는 여행책처럼 그녀가 살거나 보았던 이타카, 이탈리아, 코넬대학교 캠퍼스 근처 등 본인이 보고 느낀 것을 마음껏 그려냈다.

 

 

 

Long Golden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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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 2000

 

 

이번 전시는 작가 회고전으로 작품 80여 점이 전시되었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작가도 구하지 못했던 <황혼에 물든 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에 얽힌 비하인드를 말하자면,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 자신의 전시회를 위해 이 작품을 구하려고 했지만, 소장자 본인이 사망하여 그림의 소재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미궁으로 남았던 그림이었다.


그런데 마이아트뮤지엄이 그림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황혼에 물든 날> 소장자는 사망했지만, 그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전시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 그림이 한국 전시회에 전시된다는 사실에 작가 또한 매우 흥분하며 이번 한국 전시에 꼭 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8월 말에 본인이 직접 한국에 방문하여 전시장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본인이 그린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작가뿐만 아니라 전시를 관람하러 온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전시회가 된 것이다.

 

 

 

내가 또 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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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드리운 아카데미 @Alice Dalton Brown

 

 

전시 작품을 보면 동일한 그림이 여러 개 전시되어 있거나 습작이 눈에 띈다. 그 이유는 본인이 그린 그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그려 하나는 판매용 다른 하나는 본인 소장용으로 그리거나 파스텔로 그린 작품을 유화로 바꿔 그리기 때문에 동일한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동일한 풍경을 그린 작품을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을 비교하며 전시를 관람하다 보니 작가가 왜 이 풍경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에는 습작이 종종 보이는 데 이 습작이 완성된 작품과 어떻게 하면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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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 1992

 

 

제목에 명시한 것처럼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내는 작가라고 한 이유는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이 등장하지도 않고 하물며 날아다니는 새조차 보이지 않는 그림이 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린 작품이냐면 그림 속 기둥, 테라스, 집, 즉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형태와 그 형태를 비추는 햇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그림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직선 앞에 흐드러진 나뭇잎 모습은 그녀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내며, 인간은 보이지 않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과 함께 보이는 자연은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에게 조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울창한 나무, 활짝 피어있는 꽃, 이러한 자연 속에 놓인 집과 기둥, 의자, 테이블은 보는 이들이 이질감과 부조화를 느끼게 하기보단 되려 안정적인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작가의 그림에 커튼이 등장하는 것 또한 동일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창문과 커튼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물결과 햇빛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 준다.

 

 

 

빛이 머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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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오후의 현관 ©Alice Dalton Brown

 

 

작가의 그림은 빛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먼저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토대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작가가 살았던 이타카는 지리상 햇살이 잘 들지 않는 동네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녀가 그린 그림 속 이타카 풍경은 늘 햇살이 비춘다.


그 이유는 늘 흐린 이타카에서도 가끔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날이 있는데 이런 날에 많은 사진을 찍고 기록한다고 한다. 이러한 순간들이 전부 선물처럼 소중하게 작가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작품은 항상 빛이 존재하며 그 빛이 어디에 머무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나뭇잎 사이에 비추는 빛, 지붕에 스며드는 빛 등 작가가 선물처럼 다가온 빛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현실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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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My Pool), 111.8 X 195.6cm, Oil on Canvas, 1990 @Alice Dalton Brown

 

 

전시장에는 내 키를 훌쩍 넘는 대형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을 다섯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실제로 그곳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그림에 빠져 멍하니 보다가 한 발자국 점점 그림을 향해 걸어가면 점차 그 공간이 그림임을 깨닫는다.

 

현실이 아닌 환상이며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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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람 Summer Breeze 1995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린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보다는 이상과 환상으로 표현된다.

 

그림의 시그니처 커튼은 작가의 현실과 이상을 연결해주는 연결고리이다. 처음 작가가 커튼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여동생 집 창문에 휘날리는 커튼을 본 순간 꽂혀서 그 이후 커튼을 직접 구매하여 어딜 갈 때마다 커튼을 설치하고 다니며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는 창문에 비친 것은 물가가 아니다. 작가가 상상하여 그려낸 공간이다. 지금은 리얼리즘 작가보다 세밀한 기법으로 현실과 이상을 합쳐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바깥 풍경에서 내면을 표현하는 그림이 위주였다면 현재는 내면의 시각으로 바깥 풍경을 그려내는 식으로 변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머물고 싶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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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에게 좋은 울림이 되어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극적인 요소보다는 잔잔한, 화려하지 않지만, 빛이 가득한 그림들 속에서 그저 빛이 어디에 머무는지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이 필요한 시간에 때마침 만난 힐링이었다.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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