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의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 展

글 입력 2021.08.1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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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더위는 여전하지만,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요즘. 이 날씨에 꼭 맞는 전시를 소개한다. 10월 24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펼쳐지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展이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빛'이 머무는 다양한 순간을 세밀하게 표현한 화가다.

 

전시장에서 빛을 머금은 평화롭고, 청량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빛에 관하여



햇빛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이른 새벽 떠오른 태양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선사하는 햇빛. 아주 흐린 날들을 제외한다면, 매일매일 마주해서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일상적인 대상이다. 그저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햇빛은 때때로 아주 특별한 장면과 감각을 전달한다. 오후의 교실, 창가에 기대 커튼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햇빛, 칠판과 사물함, 친구들의 모습 위를 지나친다.

 

버스를 타고 각자 핸드폰만 쳐다보던 사람들도 한강을 건널 때면 하늘과 맞닿은, 빛에 반짝이는 강의 모습에 모두들 한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해의 시작과 끝에 늦은 밤부터 해돋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해에 다짐과 바람을 불어넣는 순간들.


우리에게 햇빛은 일상적이지만, 가끔은 반복되는 순간을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빛의 작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



[꾸미기][크기변환]작가사진.jpg

 

 

햇빛, 그리고 빛이 그린 그림자에 주목한 화가가 있다. 바로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다.

 

그의 빛에 관한 관심은 어린 시절 시작되었다. 하지만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 바라본 햇빛은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것’과는 달랐다. 대상이 부재할 때 더 크게 느껴지는 존재감과 가까웠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뉴욕의 이타카라는 지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호수와 계곡을 접하는 이타카는 구름 가득, 흐린 날씨가 지속되는 지역이다. 구름에 가려진 해는 천천히 천천히 떠오른다. 하루 중 햇빛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시간은 분명 우리보다 제한적일 것이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짧은 시간 동안 도시 위로 쏟아지는 햇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인상에 빠져들었다.

 


[꾸미기][크기변환]3) 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jpg

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 1992

 

  

그는 햇빛 아래 다양한 풍경을 그렸다. 유화를 중심으로 그려낸 점이 인상 깊다.

 

유화하면 덧바른 물감 자국, 살아있는 붓 터치가 연상되는데,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붓이 지나간 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유화들과 달리, 마치 사진처럼 세밀하게,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렸다는 설명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진처럼 그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를 택한 것 같다고 느꼈다. 분명 빛을 중심으로 섬세한 터치와 표현은 놀라웠다. 하지만 완전히 사진으로 느껴지지는 않도록, ‘사실적인 그림’을 의도해 그림과 사진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꾸미기][크기변환]1) 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jpg

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 1977

 

 

이 점에서 작품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현실의 특정한 장소 앞에서 캔버스를 두고 그린 것만 같지만, 동시에 환상 속의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특히 그가 햇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구성한 덕에,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관객이 직접 그 공간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림 양옆으로, 또 관객이 서 있는 뒤편으로 공간이 확장된다. 명상을 권하는 전시라고 소개되는 것처럼, 조용히 몰입해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지점이다.

 

 

 

자연과 인공의 만남


 

[꾸미기][크기변환]4) 봄의 첫 꽃나무, First Spring Tree.jpg

봄의 첫 꽃나무, First Spring Tree, 1988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작품에 자연과 인공의 요소를 함께 배치한 경우가 많다. 그는 이 두 요소를 대비시키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루게 했다. 자연은 흐드러진 풍경으로 딱 떨어지는 도형 대신, 조금은 힘을 뺀 터치로 그려냈고, 주택과 같은 인공물은 직선으로 선명하게 표현했다.


자연과 인공물을 다룬 표현은 상반되지만, 빛은 공평했다. 자연, 인공에 따른 차이 없이 원래의 모습 그대로 두 요소를 감쌌다. 자연과 인공물은 같이 햇빛을 받기도, 햇빛과 그림자를 나눠 갖기도 했다.

 

 

 

빛, 그리고 물과 바람



[꾸미기][크기변환]7) 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jpg

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 2000

 

 

빛과 함께 ‘물과 바람’은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 가장 주목했던 소재다.

 

그는 9.11 테러를 가까이에서 겪으면서 세계 평화에 대한 소원을 ‘물과 바람’이라는 소재에 담았다. 그는 커튼을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빛과 물, 바람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빛에 번진 물가의 풍경,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대표작인 ‘황혼에 물든 날’ 또한 오후의 커튼 너머 풍경을 담았다. 절정에 이른 빛의 표현과 잔잔히 흐르는 물과 바람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커튼을 집에 직접 설치해 그리는 것에서 나아가 자연물 한가운데 커튼이 달린 모습을 상상해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탄생시켰다. 이 작품들 또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꾸미기][크기변환]11) 느지막이 부는 바람, Late Breeze.jpg

느즈막이 부는 바람, Late Breeze, 2012

 

 

특히 이번 전시는 최초로 열리는 회고전인 만큼, 한국 관람객들을 위한 대형 신작 ‘정적인 순간’, ‘설렘’, ‘차오르는 빛’도 준비되어 있다.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청량감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이 세 작품 앞에서는 사진 촬영이 허용된다고 하니 시원한 풍경 앞에서 인증샷, 꼭 남겨줘야 한다.

 

 

 

음악과 그림, 함께 감상하기


 

또 하나의 특별함, 음악이 있다.

 

전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준비되어 있다. 현장에서 QR 코드를 통해 지니 뮤직 무료 음악 이용권을 다운로드하고, 플레이리스트를 추가해 감상할 수 있다. 그림과 잘 어울리는 음악에 한층 더 즐겁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여름휴가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멀리 바다를 보러 가진 못해도, 전시장에서 마음으로 바다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휴가는 음악과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으로 떠나보길 바란다.

 

빛이 머무는 자리를 어루만져 보고, 조용한 명상의 시간을 누려보길 권한다.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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