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 편집이 궁금한 당신을 위해: 도서 '편집자의 세계'

글 입력 2021.08.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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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 그 자체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장래희망을 꿈꿀 때 한 번 쯤은 책과 관련한 직업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이나 글 관련하여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확실하게 꿈을 꿔본 적은 없지만, 종종 도서관 속에서 손 때가 전혀 타지 않아 새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의 책이 굉장히 유용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인 걸 혼자 발견했을 때 책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도 참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머릿속으로 스치고 지나갔던 직업군은 도서관 사서 그리고 출판사 직원이었다.


그리고 꾸준하게 책과 잡지를 읽어가다보니 어느 순간 편집자라는 직업군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특히나 잡지에 실린 글들을 보면 잡지사 외부인이 쓴 글이 실린 경우도 있지만 해당 잡지사 소속 에디터들이 글을 쓴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에디터라 하면 뜻 그대로 편집자를 말한다. 사전 상의 정의를 따르면, 편집은 "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신문, 잡지, 책 따위를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고 하니 편집자 본인이 쓴 글을 재료로 해서 잡지를 완성하는 것도 편집의 범주에 들어가는가보다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편집자는 비단 잡지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출판사, 신문사에도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이라고 하면 사실 신문사 편집국의 교열, 교정 업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컸던 것 같다. 특히나 잡지사의 편집자는 자신이 글을 쓰는 것까지 재료로 삼아 잡지를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출판사의 편집자는 자신의 글을 엮어내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작가의 글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은 교열, 교정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단 그런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출판인 고정기가 쓴 도서 "편집자의 세계"를 읽고 나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집자의 업무 범주와 역할에 대한 생각이 너무 협소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 목  차 >


머리말


맥스웰 퍼킨스 스크리브너스의 헤밍웨이 편집자


아놀드 깅리치 <에스콰이어> 창간자 · 편집자


베넷 세르프 랜덤하우스의 설립자이자 모던 라이브러리의 편집자


드윗 월레스 <리더스 다이제스트>창간자 · 편집자


캐스 캔필드 하퍼 앤 브라더스 편집자


해롤드 로스 <뉴요커> 창간자 · 편집자


삭스 코민스 랜덤하우스의 시니어 에디터


프랭크 크라우닌셸드 <배너티 페어> 편집장


히람 하이든 보브스 메릴의 편집자


클레이 펠커 <뉴욕>의 창간자 · 편집자


파스칼 코비치 바이킹 프레스의 존 스타인벡 편집자


벳시 블랙웰 <마드모아젤> 편집장


윌리엄 타그 퍼트넘의 편집국장


휴 M. 헤프너 <플레이보이>창간자 · 편집자


헬렌 걸리 브라운 <코스모폴리탄> 편집장


해설

 




책의 목차를 봤을 때,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챕터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말이다. 아니, 각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은 고사하고 그들이 속했던 잡지사, 출판사를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 잡지사의 이름들이 보여서 처음에 목차를 확인할 때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가 다루는 그 회사에 대해 간략한 이미지조차 갖지 못한 상태로 보는 게 잘 와닿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목차를 순서대로 읽지 않고,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잡지사, 출판사 출신의 편집자들을 다룬 챕터부터 먼저 읽었다. 이 방법이 멀게 느껴지는 편집이라는 일과 독자인 나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에 앞서, 편집자를 꿈꾸거나 출판업계에 미리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저자 고정기가 누구인지도 톺아본 다음 본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는 한국 출판 편집자 1세대다. 월간여성잡지 <여원>에서 편집일을 시작한 그는 <월간중앙>, <여성중앙>, <주부생활>, 을유문화사 등을 거치며 한국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한국 출판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고정기는 "편집자의 세계"를 통해 미국 문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편집자 15명을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를 편집자로 정체화한 고정기는 편집자에 대해 "활자 매체의 중매자이고 연출자이며 저자로 하여금 새로운 사상이나 문화를 창조하도록 자극하고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책날개에 바로 이 문장이 쓰여 있어서 인상깊었는데, 지은이 소개와 함께 편집자를 정의하는 이 문장이 책을 펴자마자 보이는 책날개에 쓰여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의 본문으로 넘어가면 집자가 실제로 생활하고 활동했던 발자취들을 생생하게 만나며 저자 고정기가 정의한 문장을 온전히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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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정기가 소개한 15명의 편집자들의 공통점은 편집에 몰입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너무 당연한 소린가? 그런데 이보다 더 집약적으로 이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 일반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회사에 어떤 소명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그 업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장 나 자신조차도 회사는 회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다니고 있다. 그런데 "편집자의 세계" 속에서 본 편집자들은 그야말로 편집에 올인한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컨대 캐스 캔필드가 어떻게 회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서도 끝까지 편집자로 남고자 했을까? 편집에 진심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글을 사랑하고, 편집을 몰입했기 때문에 이 편집자들의 손에서 위대한 책 그리고 잡지들이 탄생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들이 '중매자', '연출자', '촉매제'로서 작가와의 관계에서 밀고 당기기를 잘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크리브너스에서 헤밍웨이의 편집자였던 맥스웰 퍼킨스는, 헤밍웨이가 편집자 퍼킨스가 조심스럽게 의도한 대로 자신이 글을 수정했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그와의 관계 속에서 편집의 방향성을 이끌었다. 파스칼 코비치는 또 어떤가. 존 스타인벡은 자신의 편집자였던 코비치를 두고, 그는 자신에게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 코비치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자신이 되었다고 말한다. 뛰어난 책에는 번뜩이는 작가의 글솜씨와 아이디어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적절한 편집자의 역량이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편집자는 항상 원고를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먼저는 원고의 가치 자체에 대해 본인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더라도, 결국 원고에 대한 가치판단은 편집자가 내려야만 한다. 출판시장에 대해서는 편집자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원고 하나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내린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원고와 원고 사이에서, 편집자는 다시 한 번 판단의 고비를 마주한다. 성공하는 책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좋은 책을 만들 것인가. 특히 잡지사에서는 더더욱 이 고민이 절실할 것이다. 마치 <뉴요커>의 창간자이자 편집자였던 해롤드 로스처럼 말이다. 글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우선시 하느냐, 시장성에 무게를 더 두느냐의 문제는 출판업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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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쫓아가다보니, 어느 순간 저자가 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정말 심혈을 기울였구나 하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사실 머리말에서부터, 저자는 자신의 딸과 사위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료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딸과 사위가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 주더라도, 각 편집자의 회고록이나 관련된 인물의 저서,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아우르는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저자 고정기가 하나하나 엮어나간 것이다.


저자는 왜 편집자의 세계라는 이름 하에 한국의 편집자들이 아닌 미국의 편집자들을 보여주었을까. 우선은 한국과 미국의 출판시장 규모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에 기인한 것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조심스러운 생각을 말해보자면,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미국의 출판시장에서만큼 한국 출판시장에서 편집자가 큰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편집자는 출판사와 작가, 잠재적 독자라는 세 중추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과연 한국에서 편집자가 그만큼의 역할을 펼 수 있는 출판사, 잡지사가 얼마나 될까. 출판업계의 연봉만 생각해봐도 답은 뻔히 나온다.


출판업을 두고 사양산업이라고들 한다. 물론 이북이 나오고 과거에 비해 유통량이 많아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북이 유통되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전자출판이 아닌 실물 출판본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는 사람들 역시 분명 존재한다. 이북이 모든 단행본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오히려 명백해져버린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출판사의 수익성을 과하게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편집자가 역량을 발휘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책 또는 잡지가 나온다면 이는 한국 출판업계 그리고 편집자들에게 문화의 부흥기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전제조건은, 국민들이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서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회는 깊이가 없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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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정말, 제목과 내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책을 만난 것 같다. 도서 "편집자의 세계"는 현재의 거대한 출판사, 잡지사들이 있기까지, 과거 편집자들의 세계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 표지를 보면 중앙에 위치한 책 제목 위 아래로 책 속에 나오는 출판사, 잡지사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책을 펴기 전에는 생각보다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는데, 책을 다 덮고 나니 각 회사에 있었던 위대한 편집자 그리고 출판인들이 연상되면서 그 로고가 내 마음에 확실히 와 닿았다.


출판업계를 잘 모르던 독자들, 특히 출판업계에서 편집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던 독자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출판업계에, 그 중에서도 편집자로 진출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편집자의 세계"를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 책에 감명을 받은 한국의 편집자들이, 한국 편집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도 훗날 내어주면 너무나 완벽한 흐름이 될 것이다.


 



편집자의 세계


지은이: 고정기

출판사: 페이퍼로드


분야 : 인문/사회과학/출판, 편집

페이지: 408쪽


정가: 18,000원

ISBN: 979-11-90475-80-8 (0301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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