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가 축제에 돌아온 이유: 서울프린지페스티벌 上

글 입력 2021.08.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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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프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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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린지에 발을 내디딘 건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2018년의 나는 이제 막 문화예술경영을 이중 전공 하던 학생이었다. 시간은 많고 열정은 넘쳤다.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저기 기웃대기를 좋아했다. 다른 곳에서 하던 대외활동에서, 우연히 프린지를 소개받았다. 그때는 사실 뭐 하는 축제인지도 잘 몰랐다. 소개해준 언니의 재밌을 것이란 말만 듣고, 자원봉사자로 신청서를 냈다.

 

프린지는 독립예술 페스티벌이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 신청으로 축제가 이루어진다. 예술가와 작품을 선별하는 절차가 없다. 그래서 예술가는 제약 없이 자신이 해보고 싶은 예술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다. 제약 없는 자유로움이 특징인 페스티벌이다.

 

2018년 당시에는 축제 장소가 올림픽 경기장이었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축제한다고 하면, 잔디밭 위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올림픽 경기장 주변을 빙 둘러싼 야외 통로와 같은 공간에서 축제가 이뤄졌다.

 

처음에는 도저히 공연이나 전시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 낯설었다. 낯섦이 무색할 만큼 공연은 잘만 이루어졌다. 게다가 상당히 독특했다. 어떤 팀은 화장실을 공연장으로 활용했고, 어떤 팀은 관객과 함께 계단을 오르며 공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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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는 참가팀들의 자유로운 주제와 낯선 공연 환경이 만나 특이한 경험을 보여주는 축제였다. 나는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공연을 많이 보게 되었다. 암흑 속에서 음악 연주를 듣기도 하고, 계단에 앉아 코앞에서 무용공연을 보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프린지의 자유로움은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축제의 자원봉사자였던 나 역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축제는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내 의견을 항상 적극적으로 물어왔다. 그런 과정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재밌고 기억에 남았다.

 

프린지는 언제나 더운 한여름에 열렸다. 땀을 흘리며 하루의 축제를 마무리하고 나면, 자원봉사자들과 스태프,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프린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좋았던 다른 축제나, 예술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는 적극적인 대화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그때 이야기를 함께 듣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자기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뿌듯했다. 어떤 강요나 제약 없이도,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나누는 대화로 축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 기억은 내가 문화예술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된 이유이자 다시 이곳에 돌아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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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프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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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나는 대학의 졸업 유예생이 되었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여름방학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대학생 때 하지 못하면 아쉬울 것 같은 활동들을 하는 시기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프린지였다.

 

올해의 프린지는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내가 기억하는 올림픽 경기장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중요한 고려 사안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한 공간에 많은 관객이 모이는 축제의 형태 대신에 여러 개의 공간에 분산된 축제가 열리게 되었다. 마포구 일대의 크고 작은 공간에서 여느 해와 같이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축제의 달라진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술가와 관객, 자원봉사자들이 자유롭게 어울리던 프린지 살롱이 사라졌다. 거리두기로 인해 관객도 많이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올해 나는 캠페인이벤트 기획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게 되면서, 이런 변화를 뚜렷하게 체감하게 되었다. 특히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제약사항들을 고려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프린지의 중요한 콘셉트인 ‘자유’와 현재 우리가 필요한 안전을 동시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놓인 상황은 너무나도 자유롭지 않은데, 관객들에게 어떻게 자유의 프린지를 전달해야 하지? 관객들이 프린지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을까? 의문은 계속 생겨났다.

 

어쩌면 올해의 프린지만의 고민은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축제는 각자의 어려움을 가지고 관객들을 만난다.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뚫고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새삼, 그동안 참여했던 많은 축제와, 그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즐겼던 관객인 내가 떠올랐다.

 

축제가 만들어낸 비 일상성의 걱정 없는 공간은, 그런 수많은 고민이 만들어 낸 셈이다. 자유와 안전을 함께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맡으면서, 축제에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불평불만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고민은 많지만 안전하지만, 의미 있는 캠페인을 준비하는 중이다. 어렵게 축제를 찾아준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축제의 의미를 느끼고 가실 수 있도록.

 

 

 

그럼에도 축제는 계속된다


 

얼마 전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은 선제검사를 시행하게 되었다. 안전한 축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고, 축제의 일원으로서 나 역시도 걱정을 덜게 되었다. 코로나19 시대의 축제 풍경은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낯선 일이다. 프린지는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며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많은 변화와 제약들에 대응하기 위해 바쁘기도 하다.

 

그동안 공연이나 전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나왔다. 방역 수칙들이 정리되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어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고 통제가 어려운 축제는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했다.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사실상 개최를 포기한 축제들도 많았다.

 

코로나19가 1년 반이나 이어져 오면서 축제도 좋은 선례를 가지고 서서히 성공적인 진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럽고 많은 고민과 목소리가 필요한 일이다. 축제를 하나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가. 이번 축제 참가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끼고 깨닫는 것은 그런 점이다.

  

축제는 8월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축제가 끝나갈 때 즈음에는 더욱 명확한 이야기들이 나에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뚫고 관객을 만난 축제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었는지.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도 잃을 수 없었던 축제의 본질은 무엇이었는지. ‘그럼에도 계속되는’ 축제를 만나기 위해서 나는 축제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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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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