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솔직하게, 용감하게 - 넷플릭스 '더 볼드 타입'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8.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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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하면 유명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시간보다, 어떤 걸 봐야 할지 몰라 어슬렁 어슬렁 플랫폼 안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이야기다.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어 몇 분 보다 끄고, 다시 틀어서 보다 끄는 걸 반복하다 피로감에 그만둔다는 것이다. 사실 내 얘기라서 웃을 수가 없다.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막힌 드라마 하나를 추천하고 싶다. 한 번만 믿고 따라오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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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볼드 타입(The Bold Type)’은 유명 잡지사 스칼렛(the Scarlet)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일과 사랑,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이렇게 말하면 그동안 수도 없이 반복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타일의 드라마 아냐?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럴 줄 알고 대답을 준비해놨다. 가장 트렌디하고 솔직해서 속 시원한 드라마라고. 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다면, 우선 등장인물들을 만나보자.
 
 
 
완벽한 캐릭터는 없다

 
 
#1. 제인 슬론, 정의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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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인공 제인 슬론. 제인은 기자를 꿈꾸며 스칼렛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꾸준히 다양한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제시하고, 글쓰기 능력을 보여주면서 정식 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제인이 지닌 특별함은 ‘정의감’이다. 제인은 소신 있고, 강단 있는 사람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때로는 협박과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열정을 다한다.

가끔은 숨기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터놓기도 한다. 제인은 어린 시절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상처로, 관련 유전자 검사와 진료에 강한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또래인 여성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일념으로 용기를 내 병원을 찾아가고, 기사로 작성한다. 제인의 용감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은 스칼렛의 독자인 여성들에게 큰 지지를 얻는다.

반면 제인은 가끔 융통성이 부족하다. 원칙과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는 성향은 제인의 장점이지만, 가끔은 정도가 지나쳐 자기 자신에게, 또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제인에게는 친구인 캣 에디슨이 있다. 캣은 재치 있고 유연하며 톡톡 튀는 사람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제인은 캣에게 부드럽게 넘어가는 유연함을 배운다.
 
 
#2. 캣 에디슨, 자유로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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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인공 캣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젊음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특유의 오픈 마인드로 다양한 경험을 한 덕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신선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능하다. 그 능력으로 26살, 어린 나이에 스칼렛의 소셜 미디어 디렉터가 된다.

캣의 멋진 점은 유명 잡지 디렉터로서 지닌 영향력을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나온 사람만 스칼렛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인사 규정에 분노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없어지는 데 반대하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찾아간 여성들에게 비난을 쏟아내는 불법 진료소에 화를 낸다.
 
캣은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다. 이사회를 찾아가고, SNS 캠페인과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캣의 당당함과 추진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캣도 단점을 갖고 있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연인과 직장동료, 다양한 사람들과 마찰이 생긴다. 그렇지만 캣에게도 좋은 친구가 있다. 바로 서턴 브레이디다. 서턴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탁월하고,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서턴과 함께하며 캣은 흥분하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르며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3. 서턴 브레이디, 사랑을 잘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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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주인공 서턴 브레이디는 ‘사랑’을 잘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잘 표현하고, 어릴 적부터 꿈꿔온 패션에 대한 사랑을 열심히 키워 나간다. 서턴을 보면서 사랑을 잘 하는 것도 능력이자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턴의 사랑이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어린 서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고, 외로움 속에 자라게 했다. 하지만 서턴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겨눌 무기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어린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들, 다정한 말과 포옹, 응원과 격려를 타인에게 마음껏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고유함과 소중함도 찾아간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미뤄만 뒀던 패션이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용기 내 말하고, 패션 어시스턴트부터 차근차근 도전해 나간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길임을 서턴은 깨닫는다.
 
 
 
우리에겐 롤 모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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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주인공과 함께 스칼렛의 편집장 재클린 칼라일을 빼놓을 수 없다. 재클린은 누구보다 스칼렛을 사랑하고,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재클린은 총책임자로서 다양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단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스칼렛의 여성 독자들을 위한 일인지, 그들에게 영감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인지 말이다.
 
재클린은 우리에게 필요한 ‘롤 모델’이다. 그는 제인과 캣, 서턴을 비롯해 스칼렛 식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스칼렛과 관련된 일부터 개인적인 문제까지,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울 힘을 준다.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특별한 장점을 발견하고, 장점을 잘 발휘해 스칼렛과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재클린은 스칼렛 너머의 시청자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싶은 단점을, 자신 없는 능력을 타인과 세상에 드러내고, 스스로를 개방하라고 말한다. 연륜과 많은 경험을 지닌 본인 또한 매번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수정하면서 성장한다고 몸소 보여준다. 직업인으로서, 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의 롤 모델이 되어준다.
 
제인과 캣, 서턴, 그리고 재클린까지 ‘더 볼드 타입’의 인물들은 특별한 재능과 장점을 지녔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사람이기에 조금은 부족한 면도, 실수를 하는 순간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긴다.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이 사람들을 가상의 캐릭터, 그 존재 이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기에 진한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홀로 있을 때 부족하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힘들고 어려워도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자

 
마지막으로 ‘더 볼드 타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제인과 캣, 서턴은 작은 고민도 공유하는 단짝이다. 시시콜콜한 문제라도 스칼렛의 의상실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한다. 각기 다른 성격만큼, 각기 다른 조언과 해결책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더라도 개인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진 못한다. 그들의 조언은 물론 큰 힘이 되지만, 결정은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이다. 시즌을 거듭한 에피소드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의 원리를 따랐다. 타인의 시선, 사회의 규정, 이 모든 것을 떠나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 내 안의 방어기제를 모두 잠시 내려놓고, 충분히 솔직하게 고민해 보고 내린 결정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솔직히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건 힘든 일이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따라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솔하게 고민하지 않고, 쉬운 방법이나 작은 거짓말들을 택하는 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회피와 거짓말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 볼드 타입’을 본 후, 나는 더 솔직하게 살고 싶어졌다. 눈 감지 않고, 모두 맞서 싸우겠다는 마음으로 용감하고 솔직하게 살아가고 싶다. 이 이상적인 삶을 위해 나의 제인, 캣, 서턴들과 함께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갈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볼드 타입'을 보고 함께 솔직하고 용감한 삶을 꿈꾸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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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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