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흥행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영화]

관객 수와 흥행, 치환의 문제
글 입력 2021.08.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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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영화, 상업적으로 큰 이익을 거둔 영화를 이르는 말이다. '큰'이라는 수식어가 다소 모호하지만, 영화의 경우 보통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면 흥행에 성공했음을 알린다. 한 영화의 매출이 총 제작비용을 넘어서게 된다면 우선 흥행을 이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분류의 기준이 상업성에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나타내는 표현은 그렇지 않다. 먼저 영화 흥행을 나타내는 것은 오히려 '관객 수'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상업적 측면을 인적 측면으로 치환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인 '천만 영화'나 '천만 배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이런 천만 영화에 8번이나 출연한 배우 오달수는 '천만 요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수입과 지출을 견주는 지표인 손익분기점 역시 관객 수를 단위로 사용한다. 지난주 개봉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2021>를 예로 들겠다. 해당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검색할 경우, '100억'이라는 금액보다 '300만 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를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200억 영화'나 '300억 배우'와 같은 표현은 흔치 않다. 실상 사용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액수를 나타내는 경우는 보통 제작 비용을 언급할 때이다. 200억 매출의 영화라기보다, 200억 규모의 영화를 뜻하는 것이다.

 

 

모가디슈.jpg

 

 

영화진흥위원회는 작년부터 매출액을 기준으로 흥행 순위를 측정함을 밝혔다. 현재 영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 영화이며, 흥행의 뜻 역시 '영화나 쇼 등을 영리적 목적으로 관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본래 뜻을 고려하자면 매출액을 흥행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욱 엄밀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명'으로 제시되는 손익분기점이 그러하듯, 흥행을 판별하는 인식이 관객의 수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아직은 관객 동원력을 영화 성공의 지표로 고려하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면 당연히 흥행에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더해 영화의 제작 과정이나, 수익 분배 과정을 잘 알 수 없는 탓에 관객 수로 영화 흥행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이 더욱 뚜렷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의 수가 곧 흥행을 담보하진 않는다. 흥행의 표현 수단이 관객 수라 할지라도, 이 수치를 곧 흥행의 수치로 받아들이는 일은 곤란하다. 관객 수라는 수치를 너무나 쉽게 수단으로 사용하는 탓에 무심코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 지표가 흥행을 증명하진 않는다. 흥행은 결국 돈의 영역인 탓이다. 그러하기에 흥행의 증명은 매출로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현시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모가디슈, 2021>의 류승완 감독은 직전 작 <군함도, 2017>로 흥행 실패를 맛보았다. 해당 작품은 2017년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흥행 영화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700만 명에 달하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제작비 270억 원, 총 2,168개의 스크린을 할당받으며 시작을 알렸지만, 영화의 최종 관객은 659만 명에 그쳤다.

 

 

내안의그놈.jpg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강효진 감독의 <내안의 그놈, 2018>의 경우 19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영화로 올라섰다. 관객 수 자체는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손익분기점보다 40만 명이나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심지어 VOD 매출마저 50억 원을 넘기며 제작비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2018년 한국 영화 시장의 수익률이 -17%를 기록했기에 더욱 대단한 성과이다. 관객 수는 물론 개봉 당시 할당된 스크린의 개수 또한 <군함도, 2017>의 3분지 1에 미치지 못했으나, 해당 작품은 이렇게 명백한 흥행 영화로 남았다.

 

결국 관객 수라는 치환된 지표가 사람들의 인식을 돕는다고 할지라도, 흥행이 매출의 영역을 논하는 이상 논리적 타당성을 완전히 가질 순 없을 것이다. 흔히 사용되는 수단인 관객 수만 놓고 볼 때,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을 듯싶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결정 여부는 줄곧 '매출'의 결과에 있었으나, 그 표현 방법을 관객 수로 나타내기에 등장한 난점이다.


그리고 이 치환은 다시 한번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관객 수가 역으로 의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관객 수는 흥행의 영역, '매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에 일차적인 문제를 발생시켰지만, 또한 치환되었기에 다시 자기 자신을 잃고 만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그 영화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듯, 상업적 성공 즉 흥행 달성의 여부가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군함도.jpg

 

 

앞서 언급한 <군함도, 2017>가 659만 관객을 동원했음을 밝혔다. 사실 이는 어머어마한 수치다. 소위 말하는 '대작 영화'의 두 개 분량의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흔히 대작 영화를 가늠하는 기준은 제작비 100억 원으로 이 경우 대게 300만 관객을 손익분기점으로 잡는다. 즉 <군함도, 2017>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라고 해도, 관객 수 자체는 무겁다는 뜻이다. 더해 600만 명 이전, 500만 명을 넘어선 작품마저 작년 이후 등장하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2, 3년 사이 제작비 200억 원을 넘긴 영화들이 제법 출현했고 전반적인 손익분기점이 상승했기에 대작의 기준이 변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100억을 들인 영화는 여전히 많지 않다. 코로나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2018년에도, 100억 원 이상을 사용한 한국 영화는 고작 14편에 불과했다. 심지어 코로나 유행이 끊이지 않는 지금, 100억 영화마저 사라졌다. 그렇다. 100억 영화는 여전히 대작인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군함도, 2017>나 유사한 결과를 도출한 작품들은 흥행에는 실패했을지언정, 영향력은 몇 흥행작들보다 강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흥행 영화의 기준을 '상업성'에 놓는 한, 그리고 그 표현을 '사람의 수'로 하는 한, 흥행 영화가 보여주는 의미에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치환보다 심각한 문제가 '흥행'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패의 문제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다음번, 말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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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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