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우리의 위치는 변했는가? - 모던걸 백년사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에 대한 화두를 던지다.
글 입력 2021.08.0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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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경성에 사는 경희는 어렸을 적 오빠의 지지로 이화학당에서 신식 교육을 받고,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잡지에 여성 해방을 주장하는 글을 기고하고 이혼을 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선 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모던걸'로 불린다.
 
2020년 서울에 살고 있는 화영은 성적에 맞춰 간 대학을 다니며, 주변의 성화로 적성에도 맞지 않는 교직이수를 하는 중인 '착한 딸'이다. 주변에서 말하는 "예쁘고 학벌 좋고 직업도 받쳐줄 테니까, 걱정 없네~"라는 말이 어쩐지 불편한 화영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동아리에 연극 <인형의 집>에 참여한다.
 
세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경희는 조선의 여성들을 깨닫게 만들기 위해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번역하기로 마음먹는다. <인형의 집>을 읽으며 화영은 점차 용기를 내기 시작하지만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1920년의 모던걸과 2020년의 페미니스트가 각각 자신들의 꿈과 사회의 요구, 비난 사이에서 갈등하며 싸워가고 그들의 삶이 교차된다.
 
*

 

‘모던걸 백년사’는 1920년대 신여성 ‘경희’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여대생 ‘화영’이 주체적인 삶을 가지기 위해 세상과 부딪히며 나아가는 모습을 교차 시키며 보여주는 뮤지컬 작품이다.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여성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는 각 다른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성의 인권은 과연 어느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시놉시스에서도 느껴지듯 이 공연은 100년이라는 시대의 차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성의 역할이 사회 속에 규정되어 있어 불합리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에 대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투쟁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이나 사용되는 단어 등이 다소 직접적이고 강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어떻게 여자가 감히, 사회를 고발한다 등’의 뉘앙스를 풍기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억압받는 시대 상을 보여주기 위해 강한 단어를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공연은 엄마와 함께 보러 갔었기에, 다소 강하게 느껴지는 어조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혼자 우려했었다. 지금의 세대와 엄마의 세대가 받아들이는 페미니즘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괜한 기우였다는 생각과 함께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다른 시대를 살아도, 여성이 약자로서 느껴졌던 순간은 존재하고 있었다. 엄마가 겪은 일들이 내 주변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고,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을 보며 지금의 여성 인권이 지난 날보다는 달라졌겠지만, 아직도 큰 틀 속에 약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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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투쟁이 필요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튀어 나가는 파편들에 의해 다치기도 하고 또 다른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

 

‘모던걸 백년사’에서도 그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920년대의 경희는 이화확당에서 신식 교육을 받고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이지만, 이혼을 하고 잡지에 여성 해방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조선 사회 속 갖은 비난과 조롱을 당한다. 2020년대의 화영은 주변 기대에 따라 맞지 않는 교직 이수를 준비해야 했고, 자신에게 일어난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였지만 오히려 ‘유난’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지금 시대의 젠더 문제는 작품 속에서도 보여주었듯이 가열한 투쟁과 끊임없는 파편들로 인해 큰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다만, 그 속에서 생겨나는 남혐과 여혐의 대립 구조가 다소 격해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 여성이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러한 과정에서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일부의 목소리가 나왔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되며 성별에 대한 ‘혐오’까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안산’ 선수의 페미니스트 이슈 역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했다고 본다. 최근 올림픽에서 양궁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 스타일로 인해 페미니스트라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현상은 과열된 양상 속에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파편이 튀어나가면서 발생한 현시대의 젠더 감성 양극화에 대해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상황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최대한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려는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지금 과열된 양상이 불편할 때가 많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논하고 주장하는 정도가 아닌, 다른 쪽 의견을 들어줄 생각 없이 과격하게 주장하며 힐난하고 물어뜯는 형식의 모습은 피로하게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각자의 불편함을 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다소 과열되었다고 느껴지기에 조금은 차분해질 필요성이 있다고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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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불편함을 얘기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불합리함을 불합리하다 말하는 용기 있는 작품 속 두 주인공들로 인해 젠더 이슈에 대한 현주소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도 젠더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 비해 지금의 우리가 조금은 나아졌던 것처럼, 현대 과열된 분위기는 좀 가라 앉고 안정된 상황에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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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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