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첼로의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첼리스트 배지혜 초청 독주회

글 입력 2021.08.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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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가운데에도 공연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다만 8월 초에는 공연계도 쉬어가곤 한다. 그래서 1년 중에 다른 달에 비하면 8월은 예술의전당 음악당이 비교적 한산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8월에 있는 공연이 다른 달의 공연들보다 기대감이 덜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가오는 8월 20일 금요일에 예정된 첼리스트 배지혜 초청 독주회만 보아도 그렇다.


첼리스트 배지혜는 이번 무대에 표제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독주회가 궁금해 더 알고 싶은 관객들은 모두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그는 베토벤, 드뷔시 그리고 세이의 작품을 선곡했다. 고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이번 리사이틀 무대에서 한 번에 아우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베토벤의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으로 선곡하였기에 초심자여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첼리스트 배지혜의 독주회 프로그램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레퍼토리는 바로 파질 세이의 작품이다. 국내 무대에서 첼로 리사이틀이 열릴 때 세이의 첼로 소나타 작품은 흔히 연주되는 레퍼토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들어보면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음원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이 작품을, 뛰어난 연주자의 손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귀한 순간인가. 무더위가 극에 달하는 8월이라 하더라도, 첼리스트 배지혜 초청 독주회를 놓쳐서는 안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ROGRAM


C. Debussy  Cello Sonata No. 1 in d minor


F. Say  Cello Sonata "Four Cities"


L.v. Beethoven  Cello Sonata No. 3 in A Major, Op. 69

 




이번 리사이틀의 첫 곡은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1번이다. 피아노가 울림감 있게 전달하는 첫 도입부에 이어 첼로 선율이 등장한다. 피아노의 선율에 비해 확연하게 자유분방한 첼로의 선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1악장 전반에서 이어진다. 그런데 1악장을 듣다 보면, 라단조라 명시된 것에 비해 굉장히 오묘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드뷔시가 선율에 에올리안 선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조성음악으로서의 단조보다 코드음악적인 요소가 약화되어 안정적인(Tonic) 흐름대로 마냥 흘러가지 않는 어떤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2악장은 첼로의 피치카토로 시작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레나데 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를 음울함이 가득하다. 애당초 첼로부터 반음계로 시작하고, 피아노가 첼로의 그 반음계를 모방하기 때문이다. 불완전화음으로 흘러가는 2악장은 아주 짧고 굵다. 컴팩트한 분량 속에서 곡의 진행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다. 여기서 이어지는 3악장 피날레는 빠르고 경쾌하게 분위기가 전환된다. 그러나 이 작품 내리 녹아있는 왠지 모를 퉁명스러움은 3악장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피날레도 느닷없이, 약간은 퉁명스럽게 끝맺어진다.


*


두 번째 작품으로, 첼리스트 배지혜는 파질 세이의 첼로 소나타 4개의 도시를 선곡했다. 이 선곡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파질 세이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이다. 1970년생인 파질 세이는 터키의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그는 피아니스트로서뿐만이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위대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 그가 작곡한 4개의 도시는 작품의 제목인 동시에 실제 도시들의 이름을 따서 악장 이름이 지어졌다. 1악장은 시바스, 2악장은 호파, 3악장은 앙카라 그리고 4악장은 보드룸으로 명명되어 있다. 이 도시들은 드뷔시, 야나체크, 쇼스타코비치 그리고 세이 본인이 살았던 도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되 터키의 실제 도시 이름으로 음악화하여 작곡했다고 한다. 즉 터키 음악과 서양의 첼로 소나타 양식을 접목하여 만든 작품인 것이다.


1악장 시바스는 선율이 굉장히 오묘하고 아름답다. 피아노 선율이 포말처럼 부드럽게 부서져내리며 일렁이는 와중에 첼로의 선율은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2악장 호파는 첼로와 피아노의 폭발적인 유니즌에 이어 격렬한 선율로 긴장감이 고조된다. 피아노의 선율은 주로 저음부 베이스를 이루며 강한 타건과 함께 분위기를 조성하고, 첼로는 고음과 저음을 폭넓게 넘나드는 선율과 거칠게 현을 퉁기는 소리로 아주 긴박하게 전개된다.


3악장 앙카라는 저음부를 쿵쿵 두드리는 피아노 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첼로의 크레센도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특히 전체 악장 중 분량 역시 가장 길어 드라마틱한 전개를 몸소 느낄 수 있다. 마지막 4악장 보드룸은 아주 간결하다. 1~3악장의 분위기에서 완전히 환기되어 갑자기 카푸스틴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굉장히 재지한 느낌이 드는 이 악장은 아마도 쇼스타코비치와 매치시키는 게 결국엔 가장 맞을 것이다. 음원으로 들으면서도 그 매력이 굉장히 크게 느껴져, 개인적으로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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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를 장식할 작품은 바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이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바로 그 작품이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매력이 가득한 드뷔시와 세이의 작품 뒤에 아름답고, 모두가 안정적(Tonic)하다고 느낄 만한 고전 중의 고전을 선곡하여 다시금 관객들을 환기시키는 듯한 선곡이다. 굉장히 아름다운 끝맺음이 될 것 같아 이번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최적의 선곡이 아닌가 싶다. 독주 악기로서의 첼로의 가능성과 매력을 각인시킨 이 작품이라면, 첼리스트 배지혜의 리사이틀을 마무리하기에 그야말로 완벽하지 않은가.


1악장은 1주제가 첼로 솔로 선율로 제시되면서 시작된다. 그 선율을 피아노가 다시 받는다. 첼로와 피아노가 웅장하게 1주제를 시작한 뒤, 단조로 제시되는 2주제 역시 드라마틱한 동시에 웅장하다. 우아한 선율 속으로 녹아든 베토벤의 심상세계가 얼마나 철학적인지를 덧그려볼 수 있는 악장이다. 이어지는 2악장은 스케르초 악장으로, 토닉한 단조의 정석을 보여준다. 단조와 장조를 넘나들며 특히 드뷔시 작품에서의 선법과 확연히 다른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녹아든 리듬감과 간결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 3악장은 아다지오 칸타빌레로 먼저 느린 노래를 시작한다. 부드러운 피아노의 반주와 서정적인 첼로의 선율이 어우러져 서글픔이 표현되는 듯하다. 그러나 잦아들던 음 속에서, 베토벤은 알레그로 비바체로 변화를 주어 생동감과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그 사이 사이에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휴지기와도 같은 순간들을 집어넣었지만, 베토벤은 끝내 첼로와 피아노가 끝없이 표현을 쏟아내게 만들며 피날레를 우아하면서도 화려하게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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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에 첼로를 시작한 첼리스트 배지혜는 박경옥, 백청심을 사사하고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수석 입학 및 졸업하였으며, DAAD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독일 프라이브루크 국립음대에서 장기엔 케라스를 사사하며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였다. 배지혜는 동아음악콩쿠르 1위, 부산음악콩쿠르 대상 및 문화부장관상을 비롯하여 서울시장상 수상과 미국 나움버그 콩쿠르, 윤이상 국제 콩쿠르, 오스트리아 요하네스 브람스 콩쿠르, 현대곡을 위한 첼로 국제 콩쿠르(도미니크 첼로 상) 등을 석권하며 차세대 떠오르는 첼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아카데미과정을 수료하고 2017년까지 부수석으로 활동하며 사이먼 래틀, 주빈 메타, 안토니오 파파노 등과의 연주는 물론 세계 유명 오페라 가수들과의 공연으로 배지혜는 오케스트라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솔리스트로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부천시향, 수원시향, 부산시향, 대전시향, 원주시향, 바덴바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우스 보헤미아 쳄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음악적 저변을 넓혀왔다.


현재 독일 쾰른 필하모닉의 첼로 부수석으로 활동 중인 그가 고국에서 보여줄 이번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8월 20일 (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첼리스트 배지혜 초청 독주회


전석 2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예인예술기획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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