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고 들으면 더 재밌는 클래식 - 이은호 바순 리사이틀

글 입력 2021.07.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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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은호 바수니스트의 바순 리사이틀 공연이 진행됐다.

 

이는 필자의 인생에서 3번째 클래식 공연이었다. 첫 번째는 클래식 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써야 하는 학창시절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 학교 수업이 끝나고 자습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가 부모님 전화를 받고 언니와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본 경험이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당시에는 “클래식=수면제”라는 생각이 있었고 클래식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을 매우 지루하게 관람했었다. 그리고 예술의전당을 나오며 생각했었다. “평생 클래식 공연은 안 볼 거야.”

 

그렇게 클래식과 절연한 지 몇 년이 지나서 생각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두 번째 공연은 전공자인 지인에게 해당 곡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람했다. “여기서도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예의 없어 보일 텐데.”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공연은 꽤 재밌었다.

 

이 날의 경험을 토대로 알게 된 점은 클래식 공연은 곡이나 악기에 대해 알고 들으면 훨씬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동안 클래식이 재미없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순은 목관 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을 가진 악기로 오보에보다 더 낮은 음역에 더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다. 바순은 오케스트라 내에서 다른 악기들과 매우 잘 섞이고 전체 음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특유의 낮고 어두운 음색은 비극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적합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비음 느낌의 음색은 희극적인 상황을 묘사할 때 효과적이다.

 

바순은 저음, 중음, 고음 모두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저음은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적합하고 중음은 움직임이 원활하고 소리가 낭랑하여 느린 레가토 선율을 가짐과 동시에 빠른 패시지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고음은 소리의 윤택함이 감소해 위태로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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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바수니스트는 이번 리사이틀 공연을 통해서 바로크 시대, 고전, 낭만, 현대까지 아우르는 바순 연주를 선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공연 속에 바로크 시대, 고전, 낭만, 현대시대가 어우러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각각 시대별 음악의 특징을 조사해보았다.

 

먼저 바로크 시대 음악은 통주저음, 즉 계속 저음인 곡이 많고 정서적 강도를 유발하는 음의 긴장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고전주의 음악은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 이렇게 구성되어 체계적이고 완결적인 소나타 형식이 특징이고 낭만주의 음악은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음악을 말하며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려한 화음이 특징이라고 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총 5가지의 곡을 이은호 바수니스트가 연주했고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첫 번째 곡인 “프랑수아 드비엔느의 바순과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사단조, 작품24-5”와 네 번째 곡인 “카미유 생상스의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 작품 168”이었다.

 

조사도 없이 현장에서 처음 들었다면 가장 놀랐을 곡은 세 번째 곡인 “하인츠 홀리거의 바순 솔로를 위한 세 개의 작품 중 3악장”이었겠지만 공연을 관람하기에 앞서 미리 모든 곡을 들어보고 갔기 때문에 막상 공연장에서는 그렇게까지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

 

*


첫 번째 곡인 “프랑수아 드비엔느의 바순과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사단조, 작품24-5”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첫 번째 곡이기 때문이다. 이 곡을 통해 바순의 소리를 처음 직접 접했는데 그게 아주 아름다웠다.

 

바순 악기에 관해 조사도 하고 바순 소리에 대해서도 저음, 중음, 고음 각각 음역별 소리도 듣고 갔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서 마주한 바순 소리는 아름다웠다.

 

이은호 바수니스트가 연주가 물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순 소리가 되게 부드럽고 듣기 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곡 설명인 “신선하고 새로운 선율을 통해 바순과 통주저음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에 격한 공감했다.

 

곡이 진행되는 동안 저음과 선율이 번갈아 나오는데 정말 저음과 선율이 소통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또 저음이 반주 느낌보다는 하나의 곡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통주저음을 단순히 반주 악기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소나타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게 한 곡이다.”라고 되어 있어 여기에도 또 한 번의 공감을 느꼈다.

 

 


 

네 번째 곡인 “카미유 생상스의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 작품168”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곡 설명과 연주를 통해 느끼게 된 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았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을 보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게 처음이었는데 마치 일치하는 그림을 찾는 게임처럼 연주와 설명이 딱 들어맞았다.

 

이 곡은 공연 팸플릿에서 “1악장은 하프 연주와도 같은 피아노 반주 위에 풍부한 음향의 선율이 펼쳐지는 세도막 형식으로 작곡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공연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는데 이유는 1악장이 시작되고 선율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 이거 약간 하프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에 정말 “하프”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2악장 설명에 피아노 반주의 강한 다이내믹과 폭넓게 도약하는 바순, 긴 호흡의 바순 선율 부분과 4악장 설명의 대조적이라는 부분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무언가와 비슷한 사람을 표현할 때 00의 인간화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곡 설명을 연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호 바수니스트는 공연 마지막에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했는데 잘 알고 있는 곡이라 듣는 동안 기분이 좋았고 또 그가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본 클래식 공연이었지만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고 또 바수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의 개인역량이 정말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곡 설명 그대로 연주하고 그걸 또 한 관객이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연주자에게 감탄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역시 클래식은 알고 들어야 한다는 점을 실감했고 바순이라는 새로운 악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또 오케스트라처럼 수많은 악기를 볼 때보다 오직 하나의 악기만을 관람하는 재미에 눈을 뜨게 됐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의 클래식 공연을 접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 공연의 재미를 알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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