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우리, 둘 [영화]

사랑과 기억의 관계성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7.3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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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평소처럼 갤러리에 출근해서 일하다 우연히 메시지 한 건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받은 <우리, 둘> 초대 문자였는데, 수작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초대가 있었지만 수작이라는 단어는 왠지 낯설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종강 이후 계속 어딘가 떠있는 듯한 내 마음을 가라앉힐 좋은 기회라 판단하였다. 영화관람은 잠시나마 진정으로 숨을 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새삼 깨닫게 하므로. 부디 이번에도 그러길 소망하며 자리에 앉아 영화가 시작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거주하는 니나와 마도는 이웃이자, 20년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마도는 함께 로마에 가서 여생을 편하게 지내자는 니나의 제안에 따라 자신의 가족들에게 사정을 가감없이 털어놓기로 한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이제는 더이상 덮어둘 수 없을 정도로 바깥을 향해 범람하는 게 관객인 내 눈에도 보였으니.
 
하지만 비밀에 부친 세월만큼이나 마도의 내면엔 그에 상응하여 방어기제가 커져 있었다. 생일 당일,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마도는 솔직히 이야기하는데 결국 실패하며 이로 인해 니나와 다툰다. 그리고 앙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마도가 쓰러진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마도는 이전과 다른 일상을 보낸다. 휠체어를 타게 된 그녀는 니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니나는 자신이 말과 행동으로 마도를 상처입힌 것을 뒤늦게 후회하면서도 변함없이 곁을 지키며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되찾아주려 부단히 노력한다.
 
니나는 고용된 간병인조차 신뢰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진심을 온몸으로 전한다. 니나는 중간에 마도의 딸에게 그동안 숨겨온 비밀을 의도치 않게 들켜 자신의 연인을 속수무책으로 잃을 뻔 하지만 다행히 난관을 극복하며, 기억이 돌아온 마도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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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퀴어 로맨스이다. 내게는 이성 간의 사랑이 더 익숙하기에 사실 동성인 배우들이 보여주는 스킨십은 어색했지만 스토리 자체는 별 부담없이 감상한 것 같다.
 
특히 좋았던 점은 전반적인 편집이다. 런닝타임이 짧다보니 급박하게 내용이 전개되진 않을까 걱정했으나 괜한 우려였다. 편안히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니 어느새 감동적인 결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영화관을 나설 즈음엔 자연히 기분좋은 잔상들에 젖어들었다.

사실 나는 7월에 접어든 이후 줄곧 반복적으로 겪는 부정적 감정들에 상당히 매몰되어왔다. 현재를 살고 있음에도 왠지 현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할 뿐 정작 현재에는 그다지 충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장소성과 시간성의 측면에서 과연 내가 이 공간에 지금 온전히 실존하고 있다 얘기해도 좋을지 괜히 심란하였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쌓여 내가 만든 우울이 점점 깊어지다보니 나오기가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이 영화를 보고나서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꽤 괜찮아졌다.

나는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인연이 아직 없으며 사실 그런 관계가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사랑은 정서이다. 감정이란 영구적이지 않고 변하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마음이 동일할 것이라 어떻게 확신하는 걸까. 이 영화는 이런 내게 영원한 사랑이 실제로 존재한다 속삭인다.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니나와 마도가 서로에게 건네는 손짓과 음성은 영원한 사랑의 모양을 띠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마치 같은 처지인 것처럼 실감나게 감정이입 하도록 이끈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그만큼 대상에 마음을 쏟았다는 뜻이다. 사랑이란 무의식에 새겨지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여 서로 마음을 나누는 행위이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모두가 사는 동안 보다 많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설령 잊게 되더라도 망각은 망각대로 유의미하니.

 

내게 푸디토리움의 ‘If I Could Meet Again’이라는 곡을 연상시키며, ‘사랑'과 ‘기억’의 관계성을 다룬 영화, <우리,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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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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