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가디슈', 흥행의 이유와 목적 [영화]

명예 회복의 기회가 될까?
글 입력 2021.07.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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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7월 28일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영화 <모가디슈, 2021>이다(이후 모가디슈)이다. 류승완 감독은 직전 작품인 <군함도, 2017>에 이어 다시 한번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했다. 이전의 경우 역사적 배경만을 빌려오며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진 않았으나, 이번 작품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물론 각색을 거쳤기에 과거의 사건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소말리아를 만들었다고 일컬어지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발발과 위기 속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모가디슈를 벗어났다는 결과만은 과거와 동일하다.

 

다시 한번 역사를 소재로 한 것은 한편으로 용기 있는 선택일 것이다. <베를린, 2012>의 성공으로 명백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던 류승완 감독은 이후 배우 유아인에게 현재까지도 회자하는 유행어, "어이가 없네?"를 안겨주며 영화 <베테랑, 2015>를 흥행 대작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을 필두로 한 화려한 배우진을 꾸려 큰 기대를 모았으나 명예에 상처를 입고 만다. 이번 작품의 전 작품인, <군함도, 2017>가 바로 해당 문제작이다.

 

영화는 당시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거꾸러지고 말았다. 659만 명에 달하는 관객 수를 기록했지만, 영화는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결과론적으로 흥행 성공에 실패한 셈이다. 작품이 기대를 받았던 만큼 흥행 실패와 영화를 둘러싼 시비는 류승완 감독에게 타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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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년이 흐른 현재,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 위기 속 다시 한번 극장가를 찾아 시험대에 올라섰다. 비록 하루뿐이지만 개봉 첫날의 지표는 류승완 감독의 명예 회복에 나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해당 영화는 개봉일인 7월 28일 수요일 기준 예매율 1위(30.6%)를 기록했다. 또한, 금년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발신제한, 2021>의 사전 예매 기록이 약 3만 5천 장이었기에, 4만 명을 훌쩍 넘긴 '모가디슈'는 사전 예매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그렇게 집계된 전체 관객 수는 무려 126,670명이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결과로, 우선 성공적인 하루를 자평해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상황에선 적수가 없어 보인다. 지난 7월 21일 개봉해 현재까지 직전 주 대비 100%에 달하는 관객 수 상승을 기록하며 약 47만 명(7월 28일 기준)의 관객을 모은 <보스 베이비2(The Boss Baby : Family Business), 2021> 역시 예매율과 관객 수 1위를 내줬다. 또한 두 편의 할리우드 흥행작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계승했다는 점, 개봉이 예정된 국내 대작 영화의 개봉 예정일이 8월에 있다는 점도 흥행 흐름을 이어갈 장점으로 보인다.

 

물론 긍정적인 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걱정거리가 더욱더 크다고 주장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어제 '하루'의 자축을 넘어 긍정적 결과를 낙관해선 안 된다. 12만 명을 넘어선 관객수가 훌륭한 성과임을 부정할 순 없으나, 손익분기점을 향한 길이 아직 멀고 멀기 때문이다. 더하여, 단순히 손익분기점으로 흥행 성패를 가리는 것에 얽힌 문제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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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모가디슈'의 손익분기점 자체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되었기에 당연한 소리일 수 있지만, 작금의 시장을 고려할 때 이는 높아도 너무 높다. 무려 '300만' 명이다. 소위 '대작' 영화를 가늠하는 기준인 제작비 100억 원의 손익분기점이 대략 300만 명을 전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가디슈'는 '할인'마저 받았다. 이 할인에 대해선 이후 다시 언급할 것이나, 300만이라는 숫자 자체도 우려를 사기엔 충분해 보인다. 현재, 3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가 국내 시장 속 단 한 편도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다.

 

현재까지 국내 시장에서 최고 흥행작의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블랙 위도우(Black Widow), 2021>로, 4주간 약 271만 관객을 동원했다. 거대한 팬덤으로 무장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하나로 개봉을 알렸지만 300만을 넘어서진 못했다. 2019년,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어벤져스 :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2019>에서 퇴장을 암시했던 캐릭터 '블랙 위도우'의 스핀오프 작품임을 고려하자면, '모가디슈'에게 부여된 목표점이 가능한 수치인지 되묻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더하여 '블랙 위도우'는 개봉 첫날부터 19만 명을 모았다. 이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스코어마저 존재한다. 지난 5월 개봉해 시작부터 40만 관객을 동원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Fast & Furious 9 THE FAST SAGA), 2021>이다. 최종 관객은 228만 명이었다. 국내 작품과 비교할 때 '모가디슈'의 '12만 관객'은 압도적인 지표일 수 있으나, 해외 영화로 시야를 확장할 경우 결과는 다소 초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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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0일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20>를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 시장은 3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적이 없다. 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435만 관객을 동원한 해당 작품은 작년 국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에 출현한 한국 영화들은 결국 이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작년의 경우 100만 관객을 넘어선 한국 영화의 수가 10개를 넘겼지만, 올해의 경우 3월 개봉한 <미나리, 2020>를 제외하고 그 어떤 작품도 100만 명을 달성하지 못했다. 작품을 상업 영화로 분류하기 힘들기에 사태가 더욱 씁쓸하다. '모가디슈' 이전 국내 영화의 재도약을 알릴까 기대를 모았던 <발신제한, 2021> 또한 9만5 관객에 머물렀다. 아직 5개월의 시간이 있으나 코로나가 계속되고 있기에 큰 기대를 걸 순 없다.

 

이런 험난한 상황과 별개로 영화에 붙은 꼬리표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할인'에 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류승완 감독은 손익분기점을 무조건으로 넘겨도 '본전'이란 평가에 머물 가능성을 얻고 말았다. '흥행을 논하려면 당연히 손익분기점부터 넘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50% 매출 지원작'이기에 다소 특별하다. 한국상영관협의회의 양보로 이뤄진 해당 지원은 영화 시장의 활기 증진을 위한 것으로, 200억을 넘게 사용한 '모가디슈'와 150억을 사용했다고 알려진 개봉예정작 <싱크홀, 2021>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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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개봉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으로, 두 영화의 티켓값은 총제작비 50%가 회수될 때까지 배급사에 돌아간다. 당연히 손익분기점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모가디슈'의 손익분기점이 '할인'을 받은 이유이다. 총제작비가 200억 원에 이르기에 지원을 받는 와중에도 300만 관객을 넘겨야겠지만, 코로나가 다시 악화되는 와중,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총제작비의 50%의 회수를 보장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경우 감독을 향한 타격은 더욱 강력할 수 있다. 이 막대한 혜택의 선정작이 두 작품이라는 점, 상영관협의회가 자신들의 수입을 우선 포기했다는 점, 그리고 배급사를 돕고자 현재 유로방송업계의 정산 분배율(배급사 수입은 기존 60%였으나 80%로 늘었다)마저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흥행에 실패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큰돈을 포기한 집단들이 이후 불만을 표시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이런 지원 정책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선례를 들어 반박할 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행흥에 성공할 것이다!'를 주된 답으로 제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또한 선정되지 못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 배급사의 경우 '우리 작품이었으면 모른다'는 답변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 영화는 실패했지만, 우리 작품이라면 성공했을 텐데......,'라고 말한다면 무엇이라 답해야 할까. 그리고 돌고 돌아 감독에게 책임론이 전가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300만을 넘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흥행 제조를 이끌었던 류승완 감독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현재의 국내 영화 시장 부흥을 위해서라도 '모가디슈'는 흥행에 성공해야만 한다. 영화는 모처럼 등장한 국내의 대작 영화기도 하지만, 큰 부담을 진 작품이기도 하다. 8월을 앞에 둔 영화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모가디슈의 선전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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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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