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치의 밤과 안개에 사라진 소녀들 [도서]

글 입력 2021.07.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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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지구에 저런 나라도 있었어?’라고 생각되는 나라에서 여전히 서로 죽이고 피 흘리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무력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이 죽어났을 것이다. 과거를 입에 오르기도 버거울 만큼, 아픈 충격이 있음에도 이놈의 흘러가는 매정한 시간 때문에 전쟁의 진실은 사라진다.

 

 

“전쟁 중에는 진실이 너무 귀해서 항상 거짓이라는 호위병을 대동해야 한다.”

 

- 윈스턴 처칠

 

 

개인이라는 범위 내에서 시간은 분명 확실한 약 처방이 분명할지언정, 단체. 즉 국가의 대승적인 범위 안에선 시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가 따로 있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을 감수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전자는 어렵지 않다. 그저 권위와 그로 인한 신분이 상에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터뜨려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밑에 있는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지위 아래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뛰어든다.

 

1946년 뉴욕. 그레이스는 그랜드센트럴역 기차역 벤치 아래에서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이름이 적인 갈색 가방을 발견한다. 그레이스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가방을 열었다. 그 가방 안에는 레이스로 묶인 12장의 사진이 묶여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은 20대 초반의 앳된 소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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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의 주인공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창설된 영국 특수 작전국 소속 엘레노어 트리그였다. 가방에서 발견한 앳된 소녀들은 엘레노어가 직접 발탁한 비밀 요원이며, 프랑스 파리에서 무선통신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고도의 훈련을 겪었다. 그중 한 명은 딸아이를 키우는 마리라는 인물인데, 프랑스어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로 엘레노어의 눈에 포착되어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에 몰래 침투하게 된다.

 

소녀들이 하는 구체적인 일은 이러했다. 독일군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 철로, 전신선, 군수 공장을 파괴하는 일을 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파르티잔에 무기를 공급하고 저항하는 일이었다. 이는 목숨을 걸어야 하며 오금이 저릴 만큼 겁나지만, 마리는 이 끔찍한 전쟁을 막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 변화를 이끄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마리가 프랑스로 투입되기 전, 엘레노어는 은빛 새가 달린 목걸이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새 장식을 비틀면 청산가리 캡슐이 나오는 아찔한 목걸이였다. 이는 혹여나 적군에게 체포되고 고문을 당할 때,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지경까지 오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내라는 것이었다. 마리는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을 염두에 두게 되었지만 설령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카페, 서점, 그리고 레지스탕스들이 도와주는 장소에서 몸을 숨겨야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메시지 전송을 멈추면 안 되었던 마리였다. 또 런던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해야 했다. 독일을 무력화하기 위해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본부에서 꼭 알아야 할 사실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소녀로 살았던 일반인이 특수 작전국의 임무를 맡게 된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마리는 씩씩한 엄마였기 때문이다. 그녀에겐 하나뿐인 딸이 있었고, 앞으로 딸이 살아가기 위한 평온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몸을 내던진 것이다. 돈 때문만이 아니라, 좋은 세상에 일조하고 싶은 딸을 가진 모성애가 마리가 프랑스에 온 이유였다.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낄 만한 이야기를 만들기 충분했고, 이 임무를 성공한다고 가정하면 그녀를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그러나 독일군이 나치 정권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흔적도 안 남기고 없애버리는 작전명이 있었다. ‘나흐트 운트 네벨(Nacht und Nebel)'. 일명 밤과 안개 작전이다. 이 작전에 희생된 소녀들이 바로 갈색 가방 안에 있는 사진 속 소녀들이었다.

 

사실 이 여성 특수 작전에는 시작부터 잡음이 많이 섞여있었다. 아무런 경험도 없는 소녀들을 모아 놓고 이 거대한 전쟁 규모에 뛰어들게 했으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배신자가 생길 수 있는 비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보내." 그녀는 종이에 뭔가를 끼적거려서 제인에게 건넸고 곧바로 눈이 동그래졌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알린, 오툴을 접선했나? 통신할 때 실명을 거론하는 건 엄격히 금지된 사안이었다. 알린은 아리사이그하우스에서 함께 훈련을 받다 중도에 퇴출당한 훈련생 이름이었다. 알린이 프랑스로 배치되지 않았다는 건 마리도 엘레노어도 모두 잘 아는 사실이었다.

 

"정말 이렇게 보내라고요?" 제인이 재차 물었다. 엘레노어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제인은 시키는 대로 메시지를 암호화했다.

 

제인이 메시지를 보낸 후 곧바로 답신이 도착했다. 엘레노어는 메시지의 암호를 해독하는 제인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알린 접선. 무사함. 엘레노어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마리의 전신 키는 그녀를 사칭하는 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리자 국장이 서 있었고, 두 사람의 눈빛이 맞닿음과 동시에 눈동자에 서린 공포를 나눌 수 있었다. 요원들과의 비밀 통신에 구멍이 뚫렸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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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자기 손으로 무선통신기를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런던 본부에서 누군가의 협조가 가담되었을 것이다. 엘레노어 트리그 쪽 사람들 중 한 명이 독일 편에 섰다는 게 입증됐다. 누군가는 눈치를 챘어야 했고 너무 늦기 전에 본부를 압박해서라도 요원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즉, 이는 소녀들이 독일군에 발각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아군들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상한 낌새를 차렸을 때 국장이나, 윗선을 찾아가서 자신이 느낀 낌새를 얘기해봤더라면 소녀들의 판도가 달라졌을까. 결국 그러하지 못해 아무 죄 없는 소녀들이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독일은 자신들의 악랄한 범죄를 아는지, 모든 기록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그레이스처럼 우연히 발견한 가방 안에 사진을 보고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옅어가는 진실은 다시 수면 로 오르게 된다.

 

그레이스는 온 세상에 진실을 알리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녀들의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또 자리에서 일어난다. 작은 낌새 하나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역사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다.

 

또한 그녀들의 상실과 고통에서 최대치로 만들어 낸 자부심과 목표로 위대한 일을 일조한 사실은 후대 다른 나라의 한 소녀에게 다가와 두려운 일을 헤쳐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러니 영국 특수 작전국 소속 비밀 요원이었던 소녀들은 결코 실패하지 않은 임무를 완성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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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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