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가들의 인생으로 클래식과 가까워지다 - 클래식은 처음이라

글 입력 2021.07.2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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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클래식을 듣고 싶어도 어떤 곡부터,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이들과 클래식의 효용을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한 권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강연가인 저자 조현영의 『클래식은 처음이라』이다.

 

클래식과 인문학을 접목한 강의를 하는 저자는 클래식 감상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음악사의 정리보다는 음악가 개개인의 삶을 조명해 그들의 음악을 소개한다. 음악가가 자기 생을 일궈 온 사회의 시대적 분위기나 한계, 가족사나 연인, 벗, 음악계 인사들과의 관계 등 개인사 안의 기쁨과 굴곡을 함께 다룬다.

 

책은 바로크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양음악사에서 꼭 알아야 하는 열 명의 작곡가를 소개한다. 우리가 접하게 될 음악가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차이콥스키, 말러, 드뷔시, 피아졸라이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이미 상아탑의 빛나는 명패에 걸려 있을 것 같은 그 이름의 유명세와 후광 때문에 그들의 음악을 접하려면 괜히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사를 통해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될수록 결국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삶의 고민을 안고 해결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았던 이들임을 알게 한다.

 

그들의 음악이 그 인생 위에서, 안에서 태어났음을 상기하면 클래식 감상이 지루하고 어렵기만 하지 않게 된다. 먼저 살아간 이의 고민과 감정, 답을 찾으려는 노력, 그 과정에서의 유희와 승화를 엿보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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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음악가 10인의 인생사를 살펴보면 그들이 더 가까운 사람으로 다가온다. 각별한 사이의 지인에게 곡을 써서 선물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인생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대작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결연한가 하면, 과거의 상처 아래 영영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창작을 이어나가는 모습 또한 소중하다.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은 음악가로서의 삶을 비관하고 유서를 썼다. 그런데 오히려 유서를 쓰다가 자기 안의 강렬한 창작 욕구를 발견하고 음악가의 삶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그의 음악적 생애는 세 구간으로 나뉜다.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쓰기 전까지를 1기, 이후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1817년까지를 2기로 본다. 그리고 이때부터 세상을 떠난 1827년까지를 3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p. 114)

 

이 대목을 읽으며 청력을 상실한 후에 해당하는 작품 구분 시기가 하나가 아닌 점에 놀랐다. 베토벤이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던 바를 보지 못했다면 그 걸작들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베토벤을 음악이 범인(凡人)이 아니어서 할 수 있었던 전설적인 업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한 예술가의 절박하고도 필연적인 자기소명으로 느껴지기 시작하여, 그의 작품들이 필자의 마음에 더 절절하게 와닿는다.

 

늘 고국을 그리워했던 쇼팽이 바르샤바를 떠날 때 가져온 폴란드 흙이 담긴 은잔을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는 일화나, 아내 클라라를 사랑했지만 유명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의 명성에 열등감을 느낀 슈만의 이야기는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품에 대해 나쁜 평을 받을까 두려웠던 차이콥스키가 공연을 마친 후 러시아를 떠난 얘기는 또 어떠한가. 그들의 고뇌나 슬픔, 결핍, 복합적인 성향 등을 읽고 있노라면 고전의 반열에 든 예술가들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한편 저자는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을 이해할 시대적 배경이나 음악사적인 지식도 어렵지 않게 제시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음악의 이해를 위해 민족주의 개념 19세기 러시아의 상황을 알려주는 부분 등이 그렇다. 그것이 음악가의 창작활동에 어떤 영향과 과제를 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간간이 나오는 음악 용어나 상식, 클래식 음악계의 징크스나 관례 등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장에 언급된 곡들은 각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본문에 삽입된 큐알코드로 언급된 음악을 바로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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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은 단순한 듣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내면을 성찰하게끔 한다. 특정 작곡가의 특정 작품에 끌리는 이유를 찾다 보면 본인이 어떤 감정에 동요하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내가 모르던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자기 마음 안에 그 노래와 공명하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클래식 감상은 시간을 견디는 힘을 길러준다. 클래식 음악은 현대 대중음악에 비해 감상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소 듣던 것보다 긴 곡의 마지막 음까지 음미하는 경험은 새로운 유형의 성취감을 선사한다.(p. 20) 클래식을 부담스럽고 딱딱한 음악이 아니라, 자기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예술적 기회로 삼는다면 그 자체로 자신을 대접하는 일이 아닐까.

 

어떤 대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모양새나 구성물을 자세히 알 수 없어 부담감이나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을 읽고 나니 그들의 작품 또한 전보다 가까워졌음을 실감한다. 이 책에서 필자가 호기심을 자극받은 음악은 말러의 작품이었다. 들어본 적 없던, 오래되었지만 내게는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어 반갑고 두근거린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었으나 막연한 어려움 앞에 클래식 감상의 관문을 넘지 못하던 분들도 이 책을 통해 호기심이나 취향을 자극하는 음악가와 곡들을 만나본다면 어떨까. 책을 덮고 나면 관문이라 여겼던 것이 사실은 그리 어렵고 요원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신성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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