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을 위해 눈물 흘리는 악마의 이야기, 데빌맨 : crybaby [만화]

악마의 몸, 인간의 마음을 동시에 지닌 데빌맨의 절규
글 입력 2021.07.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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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데빌맨 : 크라이베이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없다.

사랑 같은 건 없다.

그래서 슬픔도 없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데빌맨 : 크라이베이비>는 냉소주의적인 누군가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은 없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니, 비관론자인가? 하고 추측만 할 뿐,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당장의 우리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그냥 흘려넘길 수도 있는 첫 시작일테지만, 사실 위의 독백이 <데빌맨>의 전부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과 사랑에서부터 비롯된 슬픔. 기쁨도, 행복도, 평온도 아닌 슬픔이라니. 왜 하필 슬픔을 언급하는걸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채 우리는 <데빌맨>만의 독특한 세상을 마주한다.

 

데빌맨의 세계는 작품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악마가 존재하는 세계이다. 악마는 인간들 사이에 숨어 조금씩 세력을 확장해나간다. 물론 사람들은 악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극소수의 인원만이 그것을 알고 있다.

 

악마들은 인간처럼 언어를 구사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또한 그들은 여타 작품에서 그려지는 것과 같이 포악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보다 압도적인 힘을 가져 쉽게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 더불어 악마들은 사람들의 몸 속에 들어갈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합체하는 것이다. 합체하여 인간을 사로잡는다.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을지, 인간의 몸을 지배할지 정하는 것은 악마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악마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나름의 목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악마들의 신, '사탄'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탄은 과거 이 세상의 창조주에게 도전했던 천계의 천사 중 하나였다. 감히 신에게 대든 죄로 천계에서 내쫒겨진 그는 신의 완벽한 창조물이라 일컬어지는 인간을 파멸시켜 다시 신에게 도전하려고 한다. 악마들은 그의 강림을 기다리며 쥐 죽은듯 살아가고 있다.

 

 

 

울음을 참지 않는 아키라와 울지 않는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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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아스카 료, 우 - 후도 아키라) 

 

 

데빌맨의 주요 등장인물은 하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아스캬 료'와 검은 머리에 검은 옷을 입은 '후도 아키라'이다. 둘은 외형적인 특징에서도 드러나듯 완전히 다른 성향의 인물이다. 료는 차갑고 냉정하며 정 없는 인간이지만 아키라는 다정하고 따뜻하며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 정도가 너무 과해 죽기 직전의 어린 고양이를 두고 료는 어차피 죽을 존재이니 지금 죽이겠다, 라고 얘기하고 아키라는 죽게 될 어린 고양이가 너무 가여워 펑펑 울기만 한다.

 

태생부터 다른 둘이지만 그것이 우정의 힘을 막지는 못했는지 오랜 친구 사이로 남게 되고 그런 아슬아슬한 관계로부터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악마의 기원을 추적하며 악마들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료는 오랜 친구 아키라를 이용해 악마들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바로 최강의 악마인 '아몬'을 아키라와 결합 시키는 것.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악마인 아몬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키라를 합체 시키면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건강한 정신의 악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료의 가설은 비록 불확실한 도박이었지만 보기 좋게 적중했고 강한 힘을 지닌 악마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인간이 합쳐진 '데빌맨'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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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맨으로 변한 아키라)

 


아키라는 너무도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아몬의 지배를 받지 않은채 악마의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고 그 힘을 이용해 세상 이곳 저곳에 숨어 있는 악마들을 소탕해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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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에 비통함을 느껴 눈물을 흘리는 아키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서로 싸우기 시작하는 인간들



시간이 흐르고 악마의 존재를 세상에 폭로한 료. 아키라는 악마의 존재가 밝혀지면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악마를 처치해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아키라의 예상과는 달리 흘러간다. 사람들이 자기 주변에 숨어있을지 모를 악마를 찾기 위해 악마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악마로 변한 사람이든, 악마로 변할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여나가기 시작하는 군중들의 모습에 아키라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확신한다. 료를 찾아가 이 세상이 부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지만 료는 '악마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일 뿐'이라며 오히려 불안에 빠져 제정신을 못차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희열을 느낀다.


 

아키라, 세상이 변했어

전율의 시대가 시작된 거야

인간이 놀아나는 죽음의 지옥 춤이야

우린 악마의 존재를 밝혀냈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어

인간들은 겁을 먹어

인간들은 무서워해

알겠어? 인간들은 나약해

악마의 존재를 알고

공포심이 부추겨진 인간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악마들은 강하고 교활해

지금은 관망하는 거야

의심하고 서로 죽이는 인간을 냉정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수백 마리의 악마를 죽이기 위해

수천만 명의 인간이 희생되고 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한 무기가 인간의 멸망에 한몫하고 있어

의심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기 시작할 거야

 

- 광기에 빠진 료

 

 

아키라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희생되는 사람들. 악마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아무나 죽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아키라는 큰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광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마녀 사냥 주동자들에게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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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의도, 끝나지 않는 싸움


 

악마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점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내 주변 사람들도 악마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믿고 따르던 사람들이 혹시 악마는 아닐까? 아니면 나 또한 악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공포감이 이성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불확실한 추측 만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게 만든다. 악마가 아닌 사람들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결국 '악마에 의한 인류 멸망'이 아닌, '인간에 의한 인류 멸망'이 이루어진다.

 

본래 의도를 망각한 채 의미없는 싸움만을 반복하는 사람들, 서로에게 해가 되는 싸움을 반복하며 끝도 없는 상처만 주고 받는 사람들,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이 싸움.

 

그래, 이 모습,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놀랍도록 우리 세계와 일치하는 것 같지 않은가?

 

코로나19가 우리 세상을 지배할 때, 우리의 모습 아니던가?

 

우리의 본래 목적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제거였다. 코로나 19가 퍼지는 것을 막고 그러한 바이러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증오하게 되었다. 유럽과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들을 '코로나 운반자'라 생각하며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를 증대시켰고 우리나라 역시 중국 사람들을 '코로나의 원흉'이라 지목하며 그들을 향한 혐오를 부추기고야 말았다. 우리의 적은 '바이러스'여야 할 것인데, 왜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것인가?

 

처음엔 '악마'를 제거하자고 소리쳤지만 끝내 '인간'을 제거하고야 말았던 데빌맨 세상의 사람들 모습과 '바이러스'를 물리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은 바이러스의 발발지라 추측되는 곳의 '사람들'을 증오하게 되어버린 우리들의 모습. 놀랍도록 닮아있지 않나. 우리의 적은 '바이러스'이지 '사람'이 결코 아닌데.

 

이것 뿐만이 아니다.

 

우리 세상의 무수한 갈등을 떠올려보자. 최근 급격히 증가한 성별 갈등, 취업난으로 인한 세대 갈등, 빈부격차 심화로 인한 계층 갈등,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지역 갈등, 정치적 신념에 의한 좌우 갈등까지 우리 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갈등의 종류가 있다.

 

갈등은 왜 발생하는가? 우리 세상이 다양화 됨에 따라 각자의 요구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 불안을 증가시키지만 그동안 묵혀져왔던 사회 구성원의 불만을 수면 위로 올린다는 이점과 함께 그것의 해결책을 사회 전체가 고려해본다는 점 때문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갈등은 현대 사회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 서로 간의 간격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더 분열이 생겨 불필요한 혐오 감정만 키우고 있지 않은가. 남성 혐오, 여성 혐오, 노인 혐오, 부자 혐오,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신념이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 등등 우리 사회의 갈등은 혐오의 형태로만 남아있는 듯 하다.

 

갈등의 긍정적 면은 사라지고 부정적인 면만 남아 서로가 서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일단은 무조건 공격부터 한다. 그 사람의 진심을 알기도 전에, 그 이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질타하고 멸시하며 증오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 아닌가? 슬픈 일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기쁜 일에 뛸 듯이 좋아하며, 남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이따금씩 우울해질 때도 있고, 원치 않는 상처를 받아 힘들어 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모험을 걸어보기도 하는, 그러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그런 인간 아닌가. 모두가 다 같은 인간이다. 모두 다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힘든 일을 겪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인간이다. 각자의 사연은 모두 다 다르지만, 어린 아이였던 과거를 지나 성숙한 어른의 시기를 거쳐 조금씩 늙어가는, 그런 공통된 생애 주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 우리들이 왜 서로 갈라져서 싸워야 한단 말인가.

 

 

 

타인을 위해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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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오늘은 내게 소중한 사람에 관해 얘기할게요

후도 아키라예요


아키라는 자기가 악마가 아니라 데빌맨이라고 했어요

몸은 악마라도 마음은 사람이라고.

 

난 아키라를 믿어요

그의 마음은 하나도 안 변했다고 생각해요


아키라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우는 사람이에요

아키라가 울 땐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서예요

자기가 슬플 때는 전혀 울지 않아요

아키라는 강해요

심성은 강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울어요


이 세상에 아키라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타인을 위해 울고 타인의 일을 생각해주고.

그건 그저 꿈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게 악마든 인간이든 난 그에게 동의합니다

무조건 사랑합니다

모두가 그걸 믿으면 평화가 찾아올거예요


나 혼자는 무력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은 무력해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순식간에 변할 거예요

 

- 아키라를 지지하는 마키무라 미키

 

 

마키무라 미키의 말을 통해 우리 세상의 희망을 엿본다.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많아지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완벽하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할 수 있다. 시도조차 안하고 '못한다'라고 하는 것은 변명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런 '시도'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공감과 이해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고 모인다면, 꽉 묶여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우리 사회의 갈등에 조금의 틈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 당장 잘 안되는 것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포기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지닌 인간인 동시에 원대한 목표를 위해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인간이다.  불로부터 시작해 우주선까지 만들어낸 것이 우리 인간이고 과거 불치병이라 여겨졌던 질병들을 치료해낸 것도 우리 인간이며 공간의 장벽을 넘어버린 온라인 세상을 구축한 것, 시간의 한계를 극복해낸 초저온 기술을 개발한 것 또한 우리 인간이다. 우리들 모두에겐 현재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내재된 힘이 있다.

 

나 또한 그런 힘을 이용해 타인의 마음에 다가가려는 시도를 시나브로 시도해보고자 한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우리 함께 그런 흐름을 만들어보자. 언젠가는 꼭 우리가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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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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