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비한 미술, 서프라이즈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글 입력 2021.07.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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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왜 어려울까? 자꾸만 눈이 감기는 금요일 오후의 미술사 시간의 내가 했던 생각이다. 음악은, 공연은, 영화는 아무것도 모른 채 보아도 어렵지 않은데, 미술은 어째서 나에게 자꾸 절망감을 주는 걸까? 당시의 나는, 졸음과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나를 탓하기보다, 이렇게 만든 미술에서 잘못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나의 결론은 이러했다. 그림은 말이 없다. 적막한 전시장 안, 아무런 음악조차 흐르지 않는 공간에 그림과 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감동과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쓸데없이 입이 무거운 작품은, 휘황찬란한 기법과 온갖 역사적, 미술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가득 품고 내가 감동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러한 기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는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결국, 다시 또 찾아온 실망과 자책으로 발걸음을 돌리고는 한다.

 

그러나 극도로 수수께끼 같은 특징이 언제나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나 보지 못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능성이다. 그림은 어렵지만, 언제나 우리를 감동하게 할 가능성으로 가득한 존재다. 이 책,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그림의 이러한 성질에 ‘비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고 복잡한 작품 설명이 ‘비밀’이 되는 순간, 조금은 가볍고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 책의 전략이 그런 점에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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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이 하나 있다. 나의 어린 시절, 주말 오전의 시간을 채워주고는 했던 TV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였다. 늦은 오전, 잠을 이겨내고 겨우 눈을 뜨고 거실로 나가면, 언제나 같은 프로그램이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주말 전용 모닝콜이나 다름없었다. 온갖 신화와 전설, 기이한 사건, 역사적 사건의 뒷이야기와 같은 프로그램이 다루는 비밀들은 주말 아침의 지겨운 잠을 쫓아주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으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떠올렸다고 하면 좀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그림과 독자의 사이를 좁혀 나가는 방식은 그 프로그램과 꽤 닮았다. 이 책은 그림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독자의 시선을 끈다. 우리는 작품의 이야기를 들으려 더는 억지로 미간 찌푸려가며 째려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말 아침 덜 깬 눈으로 TV를 들여다보곤 하던 것처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비밀 이야기 하나: 빛바랜 영광에 새로운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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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우리 앞에 놓인 작품이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작품은 예술가의 손을 떠나 곧장 우리 앞에 놓인 것이 아니다. 역사적 배경, 화가의 의도에 의해 변형되기도 하고, 시간과 환경이 작품을 훼손하기도 한다. 그러니 어쩌면 몇십 년, 몇백 년도 더 된 작품을 앞에 두고 화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 <하버드 3면 벽화>에게 놓인 현실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크기의, 오로지 색으로만 가득 찬 벽화의 핵심은 색과 거리에 있었다. 거대한 캔버스를 앞에 둔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색채. 그들을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작품과 가까운 거리. 그러나 이 둘을 모두 지켜 내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그의 작품의 중요한 축이었던 색채는 빛과 얼룩에 의해 손상되었다. 마크 로스코가 의도했던 색채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영영 비밀로 남겨질 뻔했다.

 

미술품 복원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를 맡아 주신 복원 전문가는 복원의 목적이 완벽한 상태를 만드는 것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복원의 기준은 이 작품이 아무런 해가 없이 보관되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라는 데에 있다. 작품이 변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또한 작품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점에서 마크 로스코 작품의 색채를 복원하기 위해 프로젝터를 사용한 것은 과학의 발전이 제공한 멋진 아이디어였다. 빛바랜 캔버스 위에 올려진 디지털 이미지 덕분에, 우리는 몇십 년 전 마크 로스코가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꺼지면, 거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 작품이 작가의 손끝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겪어야만 했던 이야기가 드러난다.

 

전시장은 한가하고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작품이 그곳에 놓이기 위해 수많은 소음과 분주한 움직임들이 공간을 메웠었다. 그 과정을 상상해보면 마치 연극과도 같다. 공연장과 전시장의 차이점은, 전시장에서는 그러한 모든 움직임이 자취를 감춘 채, 관람객의 뒤에 숨어있다는 것일지 모른다. 이 책은 이렇게, 작품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장에서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작품이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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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말 오전의 <서프라이즈>에서 조금은 밍밍한 감정을 느꼈던 시청자라면, 이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비밀은 이야기의 기-승-전까지를 책임지지만 결론은 언제나 보는 사람의 몫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지?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채워야 한다.

 

흥미롭다는 감상에서 끝나버리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교훈이나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와 비슷하게 이야기의 공백을 느끼는 독자라면, 결론을 채우는 일을 함께 즐기기를 권해본다. 이 수많은 이야기의 끝맺음이 독자인 나에게 있다는 것도, 내가 느끼기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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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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