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2년이 담긴, 3시간 용량의 타임캡슐 [영화]

글 입력 2021.07.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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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hood, 여정의 시작



2014년 개봉한 이 영화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이 영화는 영화사에 ‘시간’에 대한 작은 물결을 일게 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 그 물보라는 파도가 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지나간 기억들에 발을 담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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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시대가 읽혔고, 시대 속에서는 한 평범한 가정이 보였다.

 

메이슨과 사만다는 해리 포터시리즈를 보고 자랐고, 이라크 전을 목격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비틀즈는 해체되었다. 서브 모기지 프라임 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가 되고, 메이슨의 가정 또한 힘든 시기를 겪는다.

 

 

 

메이슨의 이야기



링클레이터 감독은 메이슨을 부르고, 메이슨은 또 다른 수많은 누군가 들을 부른다.

 

타임캡슐처럼 영화를 들여다보자, 무표정으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6세의 어린 메이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한 여정에서 끝내 다다른 곳에는 누구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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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지나치게 들뜨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평범한 인물들이 있다.

 

가끔은 얄밉지만 속이 깊은 누나 사만다,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고 가정을 책임지려는 엄마. 아버지 또한 실수는 잦고 가끔 약속을 어기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삶은 굴곡지다. 때때로 상처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익숙해지고, 그들은 진한 아픔에도 불평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잠자코 자리를 지키다가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에 배시시 미소를 짓고 비디오 게임 한 편에 신이 나서 방방 뛴다.

 

나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우울에도 나를 담갔고, 사사로운 상처들까지 고스란히 느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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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식어빠진 농담을 하면 함께 김빠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에는 나도 함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이 드라이브를 하고 노래를 들을 때면 나도 함께 차에 탔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모닥불을 피우고 캠핑을 하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들 곁에 있었다.

 

세 시간 속에 녹인 12년은 결코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특별했다. 영화 한 편이 감히 삶을 말하자, 그 삶은 기꺼이 영화가 된 것이다.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메이슨이 대학으로 떠나는 날, 엄마는 울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하지만 시간은 머물러 있지 않는다.

 

우는 엄마를 남겨두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메이슨을 비추며 노래 HERO의 가사가 흘러나왔을 때, 나는 관객으로서의 나 또한 그를 보내주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I don't wanna be your hero'

당신만의 영웅으로만 계속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삶의 조각들을 붙잡다.


 

영화는 단지 영화로만 남지 않는다.

 

메이슨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속에 여기저기 묻어나고 밟히는 것들이 있었다. 그 삶의 조각조각들을 모으면 다시 영화가 된다. 지금이라도 메이슨의 동네에 찾아가면 훌쩍 커버린 그가 문을 열고 나와 멋쩍은 인사를 건넬 것만 같은, 그런 여운이 감돌아 나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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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이 순간을 잡으라고 하잖아, 나는 반대인 것 같아. 이 순간이 우리를 잡는거지, 시간은 영원하고 우리는 매 순간을 살아가잖아?”
 


12년이 지나, 18살이 된 메이슨이 말했다.

 

사실, 우리가 순간을 붙잡는 것인지,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것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영원히 녹슬지 않을 것처럼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하고, 살아가는 동안 대부분의 그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다. 쉽게 약속 너머를 기대하고 헛된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 꿈들 때문에 소중한 순간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중요한 것들을 놓쳐 영영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제 ‘메이슨’의 이야기는 흘러가도록 두고 나는 어떤 것들이 나를 이루었는지, 이제 나를 강물 속에 발을 담그고 들여다보려 한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나의 삶을 고스란히 느끼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반짝이고 있던 것들을 조금은 건져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시간은 조금 더 흐를 테고, 순간을 잡을 수 있는 나만의 '순간'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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