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밀의 유의어 '새로움'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글 입력 2021.07.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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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본의 아니게 숨겨졌든 의도적으로 세상에 밝히고 싶지 않아 숨기든 말이다. 이 같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그림 또한 마찬가지이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이렇게 비밀을 가진 작품들만 추려내 전시하는 신비로운 미술관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으레 봐왔던 것과는 달리 이 책 안에서는 작품이 사조나 시대별로 묶이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포인트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이 분류되어 있다. 이것 외에 또 여느 미술책과 달랐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 나는 사실 조금 당황했다. 별생각 없이 들어 올린 택배 봉투가 꽤 묵직했기 때문이다. 봉투에서 책을 꺼내자 예상치 못했던 두께와 크기에 압도되어 이걸 진득히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책에 완전히 빠져들어 앉은 자리에서 거의 다 읽어버렸다. 이렇게 두껍고 큰 미술책을 이틀 안에 읽은 건 아마 내 인생에 처음일 것이다.

 

이 책은 간략한 작품 설명, 큼지막한 작품 도판, 그리고 작품의 상세 사진 및 설명, 해당 작품과 관련된 또 다른 작품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놀랐던 것은 도판의 질이다. 사실 미술 분야의 도서는 도판의 질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물론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작가의 터치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는 세상이긴 하나 그럼에도 책에 실린 도판의 화질이 좋지 않아 아쉬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작은 부분까지 확대하여 소개하면서도 도판의 질이 거의 떨어지지 않아 보는 내내 감탄했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상세하게 그림을 뜯어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작품 뒤에 숨겨진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작품의 티끌 하나라도 잡아내야 하기에 도판에도 신경을 많이 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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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홀바인, <대사들>, 1533, 패널에 유채, 207x209.5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대사들〉은 그림의 부분부분을 뜯어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잘 적용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 작품을 꽤 많이 봤음에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애너모픽 anamorphic'으로 그린 해골이다. 그러나 사실 해골 외에도 작가의 섬세함이 드러나는 곳은 여럿 있다. 깔끔한 듯 난잡하게 그려진 여러 사물로 근대적 인간, 예술, 학문을 표현한 부분, 자잘한 소품에 작품 속 인물들의 정보를 넣어 관람자가 작품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부분 등이 바로 작가의 의도이자 이 작품의 비밀이다.

 

*

 

책에는 과학 기술로 그림의 비밀을 밝혀낸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기에 왠지 '이성'하면 생각나는 과학과 '감성'하면 생각나는 예술이 서로 비밀까지 공유할 정도로 친한 친구라는 사실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 책을 다 읽고 보존과학 분야를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또한 이 비밀을 만들어낸 작가의 마음도 궁금했다. 이 부분을 왜 숨기려고 했을까? 숨길 때 후대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 비밀을 밝혀낼 거라는 예상을 조금이라도 했을까? 만약 했다면 비밀이 밝혀지기 전후로 관람자들의 감상이 달라지는 재미를 주기 위함이었을까? 등 흥미로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거기에 후대의 사람들이 작품을 연구, 복원 및 세척하였을 때 전후가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작가가 알게 된다면 어떤 얘기를 할까? 내가 숨기려던 걸 왜 밝혀냈냐며 화를 낼까? 아니면 '세상에나! 그걸 찾아내다니!' 하며 감탄할까? 등 별의별 공상을 다 했다.


무엇보다 구멍이 뚫려 작품 일부만 보이는 쨍한 초록빛의 표지를 닫으며, 어떤 것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음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131.jpg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원제: The Secrets of Art

지은이: 데브라 N. 맨커프(Debra N. Mancoff)

옮긴이: 안희정

분야: 예술>미술, 에세이>예술 에세이 

판형: 190*246

면수: 240쪽

제본: 양장

정가: 28,000원

발행일: 2021년 6월 10일

ISBN: 979-11-5581-338-6 (03600)

펴낸곳: 윌북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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