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은 처음이라, 오히려 좋아

쇼팽과 드뷔시의 음악은 특히 더 좋아
글 입력 2021.07.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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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처음이라'를 읽고 난 후


 

‘클래식은 처음이라’는 클래식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잘 알지 못하고 어렵다 느끼어 다가가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책이다. 저자는 클래식과 인문학을 접목하여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이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부담감을 갖지 않고 클래식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가들의 ‘인생’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어떤 이의, 삶의 축소판을 곁에서 지켜보는 듯했다. 사랑, 가족과 죽음은 각 장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였다. 이러한 인류 보편적인 사건과 관계로 말미암아 그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의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각 장의 소제목에선 이러한 음악가들의 삶을 요약하여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1장의 제목과 부제목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성실, 일상을 소중하게’이다. 한눈에 바흐라는 음악가는 어떤 삶을 살아갔을 것이며, 어떤 음악 세계를 펼쳤을 것인지에 대한 짐작이 된다. 그는 예상대로 성실한 음악가였으며, 빈틈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수행해나가는 음악가였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0명의 음악가들 중 나는 2명의 음악가에게 크게 매료되었다. 쇼팽, 드뷔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시대 예술을 좋아하는 나는 그들의 삶과 음악에 공감을 하고 매력을 느꼈다. 그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으며, 우아하면서도 세련되게 그 감정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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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음악은 어떻게 그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쇼팽이 작곡한 음악에서는 특유의 서정미가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그의 음악이 그토록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워질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폴란드 태생의 쇼팽은 어렸을 때부터 유약했으며, 침착한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는 어린 나이부터 타지 생활을 하며 그리움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견뎌내야만 했다.


또한 결핵은 그의 육신을 쇠약하게 만들었다. 쉽게 나아지지 않는 병세는 그의 삶을 줄곧 힘들게 했으나, 쇼팽의 연인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상드’의 간병과 보살핌으로 인해 뛰어난 작품들을 세상에 발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서정미와 아련한 감성은 조국인 폴란드와 ‘조르주 상드’라는 그의 연인으로 인해 증폭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재즈 음악에서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빌 에반스’의 감성은 쇼팽의 음악 세계와 맞닿아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실제로 쇼팽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고 밝혔으며, 그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쇼팽의 감성이 재즈의 무드에도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빌 에반스'가 클래식한 기법으로 재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을 보면 다른 장르라고 해도 음악은 하나의 길로 통하고 있는 듯하다.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를 알고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다. ‘클래식은 처음이라’에서 접한 쇼팽의 존재와 그의 음악들은 나에게 새로운 감흥과 시야를 가져다 주었다. 훌륭한 예술 분야 책과의 만남으로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예술 분야의 책이 되었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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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가 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뷔시는 한 마리 자유로운 새였다. 그는 인상주의답게 기존의 규율을 타파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예술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그동안 지켜져 왔던 음악적 형식들은 그에게 있어 불필요한 요소라고 느껴졌다. 이러한 규칙을 탈피하고 실험적인 작곡을 지속한 결과, 드뷔시는 그만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음악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었다.


드뷔시는 당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인 고갱, 마네, 모네와 상징주의 작가인 보들레르, 말라르메 등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아름다운 순간을 그림으로 포착해내는 인상주의의 작품처럼, 드뷔시는 찰나의 감흥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내려고 시도하였다. 한순간의 인상을 담아내려는 드뷔시의 시도가 그 시기에는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를 때에도 드뷔시는 알고 있었다. 그의 대표작이자 불후의 명곡인 ‘Clair de Lune’(달빛)를 우연히 듣고 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그 후로 나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등을 찾아 들었다. 드뷔시와 비슷한 느낌의 음악가를 찾다가 에릭 사티라는 작곡가도 발견하여 들을 수 있었다.


힙합이나 재즈, 락 음악을 들을 때에도 종종 드뷔시의 흔적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칸예 웨스트, 빌 에반스, 허비 행콕, 레드맨,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드뷔시의 작품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선율을 현대의 많은 뮤지션들이 오마주하고 있었다. 쇼팽을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연결고리를 찾아서 듣는다면 더욱 깊은 감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쇼팽과 드뷔시, 그리고 클래식 음악



쇼팽과 드뷔시의 삶을 이해하고 나니 그들의 음악이 더욱 진정성 있게 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아가 쇼팽과 드뷔시 외에도 잘 알지 못했던 클래식 음악가들의 명곡들을 알게 되었고, 저자의 추천 곡들을 들어봄으로써 정통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조심스레 클래식의 세계에 한 발 내디뎌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재즈와 힙합 음악을 위주로 들었던 나에게 클래식은 어찌 보면 높은 산이었다. ‘아직은 들을 때가 아니야’하고 점점 미뤄뒀던 게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렵다고 인식이 되어 부담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클래식은 처음이라’를 읽음으로써 클래식에 한층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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