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네마', 그러나 다시, 시네마로 [영화]

그리고 시네마는 계속된다
글 입력 2021.07.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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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4차 유행이 발생하며 누적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섰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던 와중 암운이 드리운 것이다. 수많은 사회 영역이 우려를 표하는 현시점, 시네마 역시 암운의 그림자를 맞이했다. 여름에 다가서며 다시 활기를 띠어가던 영화 시장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시네마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점차 명백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초 애니메이션 '소울 (2020)'과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2020)'에 힘입어 영화 시장은 지속적인 상승 지표를 보여주었다. 3월의 경우 전월 대비 4.7%, 전년 동월 대비 77.5% 증가한 관객 수를 기록했다. 4월 역시 그러하다. 비록 월 대비 관객수는 줄어들었지만,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서복 (2019)', 세계 시상식을 휩쓴 '미나리 (2020)'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향한 관심을 모았다. 관객 수 또한 전년 4월과 비교해 163.4% 증가했기에 전체적인 활기를 이어갔음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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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시네마 기능의 활성화와 그를 향한 열망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6월 발표한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가 언급한 긍정적 지표를 몇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5월 관객수는 작년 동월 대비 187% 상승했고 매출의 경우 전 대비 231.4% 상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했던 5월 19일은 49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올해의 최대 관객수를 갈아치웠고, 5월 29일에는 극장 총 상영회수조차 갱신되었다.

 

그러나 4차 유행으로 여름의 더위와 함께 열기를 보여주던 영화 시장은 다시 난관을 맞이했다. 곧 시네마의 고난이 연장된 셈이다. 현재 최고의 흥행작 '블랙 위도우 (2021)'의 관객 감소가 이를 보여준다. 지난 7일 개봉한 해당 작품은 일주일만에 150만 관객을 넘어섰지만, 저번 주말 이후 흥행 속 암초를 마주했다.

 

11일 35만 명을 동원했던 '블랙 위도우'는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11일의 3분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9만 6천 관객을 모았다. 물론 12일은 월요일이었기에 그 영향을 무시할 순 없으나, 최근 한 달간 동일 상황 속 발생했던 감소율은 70%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관통합전상망을 살필 시 7월 13일 화요일의 관객은 전날 대비 1만 명이 감소한 8만 6천 명이었다. 4차 유행에 따른 우려가 영화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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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관객수 집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순 없지만, 개봉 첫 주 15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시작이다. 현 사태를 생각할 때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금년 최고 흥행작 '분노의 질주 얼티메이트 (2021)'은 첫날 관객 '40만 명'을 동원하며 총 228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코로나 발발 이전 개봉한 '더 킹 (2016)'은 그보다 적은 '35만 명'을 첫날 관객으로 동원했으나, 총 531만의 관객을 기록했다. 다른 고려 사항들이 있겠지만 악화된 시장의 상황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근거는 될 듯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시네마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4월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시행 이후 역대 최저 관객을 기록하였지만, 당시는 오히려 현재보다 코로나가 극심하지 않았다. 초기 판데믹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현재보다 더욱더 짙었음은 분명 사실일 것이나, 결국 2020년을 거치며 사람들은 판데믹 속 영화관을 찾았다.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시네마는 나아가고 있다. 오히려 어려움 속 갈망을 보여주며 점차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점차 지표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지만, 본질적으로 시네마가 다자를 향하고, 다자로 구성된 사회가 유지되는 한 시네마의 회복은 필연적이고 당위적일 것이다.

 

영화가 미디어에 속하는 한 이는 결국 사회적 기능 수행의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문화적 전파(Culture Transmission)'와 '상호결합(Correlation)'을 말할 수 있다. 이는 곧 시네마의 역할이자 충격 속에서도 지켜야 할 영화적 기능을 밝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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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가 전파하는 대상은 인간을 사유하며 이어 시간을 사유한다. 문화 역시 그러하다. 문화란 특정 시간대의 집단이 공유하는 삶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즉 시네마는 현시점이 가지는 사고와 상황을 먼저 카메라로 담으며 이후 이를 스크린으로 전파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끌어내고자 한다(영화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크고 간단히 나눠 전자에 집중한다면 바쟁적 사유일 것이고, 후자에 집중한다면 에이젠슈타인적 사유일 것이다).

 

상호결합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는 사회를 향한 가치의 전달에 이은 관심을 촉구한다. 개봉 이후 사람들은 미디어를 해석하고 반응하며 이해한다. '부러진 화살 (2012)'는 개봉 당시 대중의 사법 불신 논란을 일으켰고 모방 범죄를 우려한 경찰은 당시 석궁 일제 점검이 실시하기도 했다.

 

코로나 후 2020년 특히 활발히 진행된 과거 영화의 재개봉 역시 이를 보여줄 것 같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신작 개봉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지만, 재개봉은 이와 함께 추가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시네마가 가진 경험과 사고의 확장 그리고 영화 경험을 향한 사회적 열망의 실현이다. 재개봉을 통한 영화 경험은 곧 과거 경험의 재생이다. 관객은 재개봉된 영화를 통해 과거의 상황과 접하며 포스트 코로나 속 판데믹 이전의 삶과 역사를 보게 된다. 판데믹 속 사회를 향해 제시되었던 질문을 환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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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시에 시네마를 향한 다수의 열망이기도 하다.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 속 문화의 지속과 시네마의 유지 가능성에 대한 촉구이다. 시네마를 향한 욕구의 응답이며 집단의 경험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0년 재개봉 영화 관객은 전년 대비 160.3% 증가했고, 매출액의 경우 133.6% 상승했다. 3차 유행 이후 오히려 재개봉 영화가 증가한 점도 이런 열망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올해 1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2000)'는 리마스터링을 거치며 흥행했다. 독립, 예술영화 부문 흥행 1위는 물론 상영작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도 4위이다. 이번 1월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작품은 약 5억 원의 매출을 올린 '화양연화' 위 세 작품에 불과했다.

 

개인적인 견해로 작년의 재개봉과 올해 들어 늘어난 시네마의 소비 상황은 일종의 향수가 아닐까 싶다. 좁게 말하자면, 영화 소비에 대한 향수일 것이고 넓게 보자면 판데믹 이전의 삶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단순한 질병의 종료가 아닌 사회라는 열린 공간, 다자와의 소통이라는 경험을 되찾기 위한 인간적 욕구의 표출로서 말이다. 현재 사회적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시네마 또한 계속될 것이다.

 

 

[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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