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Sound Maker [미술/전시]

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나는 시간
글 입력 2021.07.1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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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나는 시간



코로나 19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외여행에 많은 돈을 투자하던 MZ 세대는 명품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의 명품 소비는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단순한 사치품으로써의 명품이 아닌,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해줄 브랜드를 찾는다.

 

어느새 명품 시장의 ‘큰손’이 된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게임 등 온라인으로 쉽게 다가가는 마케팅도 눈에 띄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 또한 중요하다.

 

오늘은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전시를 통해 브랜드 헤리티지를 어떻게 전하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 이미지로 시선을 끌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 전시가 자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키네틱 아트와 관련된 전시인 건지, 하얀색 큰 공간에 검은색 판들이 일정하게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전시였다. 알고 보니 일반적인 미술 전시가 아니라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전시였고, 서칭해서 예약 후 찾아갔다.

 

전시는 DDP 알림터 알림 2관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 예매도 가능했으며 사전 예약자는 예약 내역 확인 후 입장을 도왔다. 입장 전에는 일회용 장갑을 받았다. 아무래도 시계들을 유리창 안에 보관하다 보니 지문 찍히는 것도 예방하고, 코로나 상황에 방역 대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동시에 무언가 소중한 것을 본다는 이미지도 주었다.

 

전시는 총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예거 르쿨트르가 어떻게 기술 발전을 해왔는지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혁신과 미닛 리피터’, 스위스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로 워치메이커의 소리와 경험에 대해 표현한 ‘지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담은 단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발레드주의 소리’, 브랜드의 역사적인 타임 피스들을 감상할 수 있는 ‘메뉴팩처와 메모복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The sound maker’라는 네온 글자와 함께 음파를 상징하는 듯한 조형이 함께 반겨주었다. 그렇게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전시 구성을 설명을 읽으며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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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아닌 것으로 브랜드에 대해 말하다



‘사운드 메이커’라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예거 르쿨트르가 내세운 브랜드 헤리티지는 소리였다.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정교한 기술력과 시계의 예술성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브랜드의 기술력은 아름답고 정교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스토리를 갖게 되었고, 사람들은 예거 르쿨트르를 단순한 시계 브랜드가 아닌,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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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곳곳에는 브랜드 영상이 나오고 있었는데, 시계의 정교한 소리와 자연 속 소리를 연결한 영상이었다. 볼 베어링의 덜컹거리는 소리, 작은 망치의 탁탁 소리 등을 창문에 비가 내리는 소리, 계곡과 산들바람 소리 등에 연결해 풀어낸 영상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계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주었다.

 

전시의 가장 중간 부분에는 스위스 아티스트 ‘지문’과 콜라보한 작품 ‘사운드 스컬프처’가 있었다. 워치메이커의 소리와 경험에 대한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방문하도록 만드는 키 비주얼임과 동시에 예거 르쿨트르가 브랜드를 말할 때 ‘소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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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소제목들



역사적인 시계를 소개하고 그에 관해 설명하는 전시관에서, 시계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었다. 1870년 초기 시계에는 ‘시간이 소리가 되었을 때’라고 적는 식이었다.

 

그 소제목에 흥미가 생겨 시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계의 이름을 알 수 있었고, 그 밑에는 해당 시계가 기술적, 역사적으로 갖는 의의가 무엇인지 적혀있었다. 또한 옆에 QR코드가 있어 그것을 스캔하면 시계의 해머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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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도 고급스러움을 전하는 방법



무료로 관람 가능한 전시이긴 했지만, 사운드 메이커 전시는 명품 브랜드가 주관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었다. 흑백 톤에 골드 포인트만 이용한 전시 비주얼 구성도 한몫 했지만, 전시장 곳곳에 있는 정장 차림의 가이드들의 역할도 컸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전시를 자세히 살피자, 한 분은 먼저 다가와서 내가 보고 있는 시계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다. 시계의 역사에 대한 유려한 설명은 그 브랜드의 역사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도록 해주었다.

 

첫 번째 전시관인 '혁신과 미닛 리피터'에서는 시계 부품들을 조립하고 있는 전문가도 계셨다. 그분께 직접 설명을 들으며 시계 부품을 살피면서 예거 르쿨트르가 강조하는 장인 정신과 '메종 문화'를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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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경험을 선물하기



전시가 보는 것만을 넘어선 것은 오래되었다. 이제는 어떤 감각을 어떻게 자극하여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너무 새로움에만 치중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획이어도 안 되고 전시 전체의 흐름에 연결이 될 만한 경험이어야 한다.

 

이번 사운드 메이커 전시에서는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메모복스를 전시한 디스플레이였는데, 예거 르쿨트르의 대표적인 알람 워치인 메모복스를 박스 안에 가둬놓고 그 위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얹어서 시계와 함께 설명을 감상할 수 있었다. 터치로 시계에 대한 설명을 클릭할 때마다 관련된 그래픽 이미지들이 시계 위로 겹쳐졌다. 실제로 칸 안에 있는 시계의 물성과 플랫한 이미지가 만나 재미있는 디스플레이였다.

 

전시가 다 끝날 때는 기념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부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흑백 사진을 찍고 거기에 마이크로 녹음을 해서 사운드 카드를 만들 수 있는 부스였다. 사진도 이쁘게 남길 수 있을 뿐더러, 나만의 소리까지 입히니 전시 제목이 내 기억에 그대로 각인되는 느낌이었다. ‘사운드 메이커’. 사람들이 사진을 볼 때마다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전시가 끝나고 나올 때는 카카오톡 친구 추가만 하면 에코백도 선물로 주고 있었다. 무료로 받는 상품에 대한 기대보다 에코백의 질이 훨씬 좋았는데, 이런 사소한 상품으로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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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이어지는 DDP라는 장소 선택



전시를 보러 갈 때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전시를 다 보고 나오자 DDP에서 전시하는 것도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DP의 금속의 차가운 느낌과 유선형 구조를 통해 주는 예술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예거 르쿨트르의 전시와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흑백으로 구성한 사운드 메이커와 톤도 분위기도 비슷해 재미있게 맞아떨어지는 공간 선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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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흥미로웠다. 시계 하나하나의 역사와 그 특징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시계 브랜드를 사운드라는 키워드로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전시를 설명하는 문장들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시 설명 문구를 읽어보자.

 

‘예거 르쿨트르는 The Sound Maker를 통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메종의 문화를 선보입니다. 워치메이킹에서 사운드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세요.’

 

‘지난 150년 동안 차임 워치는 예거 르쿨트르의 타임피스 포트폴리오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습니다. 차임 워치는 사운드에 대한 예거 르쿨트르의 열정을 상징하는 동시에, 기술적 독창성과 정교함을 예술적 창의성과 결합하려는 지속적인 탐구 정신을 보여줍니다.’

 

물론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려는 전략일 수 있으나, 전문 용어들과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려운 외국어의 남용으로 전하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를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계 마니아들도 많이 전시를 찾겠지만, 나처럼 전시 자체에 흥미가 생겨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문장들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를 시계를 넘어 ‘사운드’로 기억하게 하려는 예거 르쿨트르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전시를 생각하면 QR코드를 찍어서 들어본 시계의 아름다운 소리가 생각난다. 전시장 곳곳에 있던 영상의 자연 소리도 생각이 난다.

 

브랜드가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준 전시였다.

 

 

[남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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