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친구 둘이 떠나는 여행: 트립 투 그리스 [영화]

글 입력 2021.07.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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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안 간 지 어느덧 2년이 넘어간다. 해외여행을 기준으로 하면 벌써 3년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행은 이런저런 계획을 짜며 서로의 취향을 짜 맞춰야 했으니까. 비슷한 취향의 동행자를 못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 상상해 본다. 한국인인 데다가 하는 일도, 유머 코드도 비슷한 사람과 떠나면 어떨까. 그것도 그리스 인근을 돌아보는 미식 여행이라면. 잡지사에서 기획한 내용이라서 일로 떠나는 것이긴 하다. 그래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영화 <트립 투 그리스>의 두 배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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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눈길을 준 건 단순한 계기였다. 에게해 지역을 꼭 여행하고 싶었고, 지금은 시간과 돈을 따지기도 전에 갈 수 없게 되었고, 스크린 너머의 누군가라도 대신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기 전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부러움에서 비롯된 박탈감이 되레 괴롭진 않을까 해서. 비교당하는 건 세상 누구나 그럴 듯 싫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머리는 자발적으로 저울질을 해댔다.

 

의외로 영화를 보면서 부러움이 샘솟지 않았다. 그들의 여행이 별로여서 혹은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적당히 흘려 보내면서 관람해서인지 편안했다.

 

 

 

알 수 없어서 가벼운 마음


 

가만 보면 문화생활을 공부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를 예습하고, 영화를 보면서는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몰두하고, 영화가 끝나고 해석, 의미 등을 찾아다니는 사람. 나의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최대한 공부를 기피하는 방식도 있다. 사전 정보를 차단하고, 영화가 끝나도 다른 이야기를 찾아보지 않고 냅다 리뷰를 쓰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 만약 후자의 방식을 선호한다면 이 영화를 즐길 가능성이 꽤 높을 테다.


의아하지 않은가. 듣기만 해도 재밌을 것 같은 여행 이야기에 파고들수록 왜 재미가 반감될까. 여행이나 음식은 쉽다. 어려운 건 그 여행을 함께 떠난 두 주인공의 대화다. 그들은 영국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다. 배우, 그것도 코미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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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한 마디로 웃음을 자아내는 거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유머 코드가 똑같지 않다. 비슷한 생활관, 일상을 공유하는데도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 셈이다.

 

문화권이 전혀 다른 사람, 그것도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사람과 유머 코드가 통한다는 건 더욱 희박하겠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그들이 흉내 내는 캐릭터가 무엇인지, 그들이 툭툭 던지는 이야기에 무슨 재미가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테니까.


그들이 마음 가는 대로 쏟아낸 이야기를 분석하려 들면, 영화가 무척 지루할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주제로 이런저런 가설을 혼자 만들고, 기각하고, 반복하기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러니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두고, 영화가 보여주는 자연경관에 눈을 돌리거나 그들이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이 어떤 맛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물론 ‘트립 투’ 시즌을 보았거나 영국식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영국을 잘 아는 사람이면 그 뜻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즐겁겠다. 다만 이 사실도 기억하는 게 좋다. 그리스 인근으로 여행지가 정해진 건 그리스 신화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그 신화에 관한 이야기도 들린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점차 자막도 보지 않았다. 내겐 그들의 시시콜콜한 대화보다 감독이 피사체를 잡는 구도나 자갈까지 보이는 신비로운 바다 색깔에 눈길이 갔다. 지금 같은 무더운 여름과 무척 잘 어울리는 ‘휴양지’였다.

 

싱그러운 느낌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떠올리게 했다. 그 영화는 이보다 훨씬 묵직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어서인지 우리가 잘 아는 보통 영화관의 스크린 비율이었다. 오묘하게 눈에 꽉 찬 느낌이 들지 않아 눈을 이리저리 굴려야 하고, 그래서 약간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을 인물의 감정선에 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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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립 투 그리스>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프레임이었다. 편안하고도 유쾌한 영화의 느낌을 한층 더 살렸다.

 

인물을 잡을 땐 롱샷이나 풀샷이 거의 없고, 머리부터 가슴 혹은 허리까지만 담았다. 이렇듯 인물의 크기가 한 프레임 안에 큰 자리를 차지해서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장난스러운 표정, 편하게 늘어진 표정, 눈을 활짝 접어 웃는 표정.

 

반대로 주변 경관이 나오는 컷은 먼 거리에서 찍었다. 여기에 정사각형 비율의 스크린이 더해져 유적지의 계단 같은 단차를 훑는 카메라의 시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로가 더욱 인상 깊게 남았다.


배우 둘이 대본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데다가 현지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찍은 씬 덕분인지 픽션보다는 리얼 다큐멘터리 같았다. 하지만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와 드라마다. 끝에서는 그 ‘드라마’에 걸맞은 흐름이 이어진다.

 

선명한 화질과 큰 스크린으로 타국의 정취를 보는 게 의미 있게 다가올까. 기대하는 마음 반, 우려하던 마음 반으로 보았던 영화. 생각보다 더 편안했다. 이전에도 트립 시리즈로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을 다녀왔다고 하니 전작들을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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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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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러닝 타임

103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7월 8일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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