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슬프지만 준비해야 하는 것들 [사람]

글 입력 2021.07.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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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모님이 함께 울릉도 여행을 다녀오셨다. 그 여행을 잘 다녀오라며 동생과 나는 여행 용돈을 카카오톡으로 쏴 드렸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 혹시라도 이런 여행에서 사고로 인해, 그들이 갑자기 동시에 내 인생에서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언젠가부터 부모님의 시간은 이제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그들은 늙고 있고, 노화하고 있으며, 아프고 병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든지 그들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물론 아직 건강하시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다.

 

어쨌든 아프지 않더라도 두 분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동시에 사고가 나면 어쩌나, 이대로 여행 갔다가 두 분이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그 불안함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나 보다. 부모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던 듯하다.

 

며칠 전 갑자기 아빠의 졸도로 아빠도 엄마도 나도 크게 놀랐던 일이 있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크게 드셨던 모양이다. 나를 불러 혹시라도 아빠 엄마가 잘못되면, 누구에게 연락할 수 있겠느냐 물었왔다.

 

여행을 갔을 때 본인들도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노라며, 내가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만한 사촌들, 가족들, 그리고 부모님이 안 계실 때 내가 직접 연락할 수 있을 법한, 그래도 자주 보던 가까운 친척들의 연락처를 모두 알려주었다. 또한 아빠에게 관련된 서류, 관련된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정리해서 내게 알려주었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갑자기 가게 될 줄은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갑자기 두 분이 사라진다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그 생각에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는 부모님 주변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쾌한 일일 수는 없지만, 만약에-라는 놀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만약에 혹시 내가 문제가 생긴다면, 만약에..

 

슬픈 이야기이고 조금은 껄끄럽고 불편한 주제일지 몰라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그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나도 내 동생도 챙겨야 하니까. 그리고 아빠도 역시 같은 생각이었던 듯하다. 아빠라고 자신들의 죽음에 대해 덤덤하게 이렇게 말하기가 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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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고, 우리는 누가 먼저 갈지 모르는 거라 더라며 우리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웃었다. '맞아 아빠 내가 먼저 갈 수도 있어 사람 인생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랬어. 다 알려줘 놓고 나보다 오래 장수하면 뭐 나한테 필요 없겠네!'라고 말했다.

 

어쩌면 조금 심각한 주제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장난치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빠도 나도 미리 준비하는 것에 대해 서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참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빠든 엄마든, 이런 일이 너무 빨리 가까이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들에게도 이런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조금 어렵고 불편하지만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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