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안의 파랑새를 따라, 그 곳이 멀지 않다

글 입력 2021.07.0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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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삶은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나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많은 타인이 삶에 등장하며 좋든 아니든 계속해서 영향을 주므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려면 스스로의 강한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 중심은 제각각의 모양과 크기로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중심을 스스로 만들고 지키며 향해간다는 사실 자체이다.

 

*


Synopsis.

 

신라 태대각간 김유신과 태종무열왕의 딸 지소의 아들 원술은, 겉보기에는 남 부러울 것 없는 다이아몬드수저로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는 화랑도 수업에서 친구 안남과 검술을 겨루다 패할 것 같아지자 다친 척 하여 모면하고 부모님을 의식해 늘 그랬듯 모의고사 성적표도 조작한다.

 

원술은 생일날 화랑도 친구 삼릉, 산새, 안남과 같이 클럽에서 파티를 하는데 서역에서 유학한 산새가 선물한 환각 성분이 있는 광대버섯을 접한다. 음주승마로 사고까지 낸 원술은 이를 본 친구 희명을 두고 도망치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집에 왔으나 결국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된다.

 

한편, 나당전쟁 중인 신라의 유신은 원술이 이번 전투에 참여해서 가문의 명성에 맞게 공을 세웠으면 하고 원술은 아버지 눈총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해 결국 무관시험에 합격한다.

 

원술은 출정 전날 친구 희명을 만나 지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결의를 다지며 이전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음을 다잡고 전쟁에 나간다.




다이아몬드수저로 태어나다


 

원술은 친구들 사이에서 다이아몬드 수저로 불린다. 더 무얼 가져야 할까 싶을 만큼 모두 다 갖고 태어난 귀한 출신 덕에, 특별히 노력한 것 없이도 사람들은 자신 앞에서 좋은 말과 호의만을 베푼다.

 

그런 원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성실한 안남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던 원술이었다. 음주승마와 전쟁만 아니었다면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그런 삶을 더 지속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술은 그동안 자신을 속여왔다는 것을 두 사건을 통해 모른척할 수 없게 되었다. 성적표를 고치고 거짓말을 하는 행동에서 비롯한 속임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정말 원하는지 몰라도 괜찮을 것이라느 철부지 역할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음주승마로 경찰에게서 도망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전쟁에서 자신을 좋게만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으며 어떻게 살아야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모르거나 모르는 척할 때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아는 것 뿐이었다.


원술에게 주어졌던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것이 아닌 날 때부터 있었던 당연한 것이었기에, 가진 것이 많은 부모로부터 부정당한 것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야 했다. 극에서는 이제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결심을 하는 원술의 모습이 마지막 장면이었지만,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가지 않고 그렇게 끝을 맺은 것이 나는 더 극의 내용에 적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원술이 여느 성장 드라마처럼 다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전쟁이 아닌 다른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상으로 그리고 응원할 수 있어 주제가 더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것을 강요받지 않고 꿈은 꿈의 자리로 남겨둠으로써 원술이 나아갈 이야기는 관객들이 저마다의 상상에서 그려보는 것이 더 괜찮은 방향인 것 같다.

 



파랑새는 가까이 있었다


 

공연 소개에서 말한 ‘이전 세대의 경험을 강요당하게 되는 새로운 세대들의 고민과 여정’ 외에도, ‘그곳’이 제목 그대로 가까이 있음을 말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대한 해석은 대사에서 언급된 바는 없어 해석은 관객의 몫이 되겠지만 추상적이더라도 ‘이상향’이 가장 그 의미에 가까운 것 같다.

 

행복, 꿈, 사랑과 같이 좋은 건 죄다 갖고 있는 듯한 이상향은 사실 현실에서 맛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을 그릴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곳’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곳이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찾아 떠난 사람이 집에 돌아와 파랑새를 보고 행복은 가까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곳은 우리와 정말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먼 곳의 행복도 좋지만, 가까운 곳의 꽃들과 바람을 함께 느끼며 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한결 더 산뜻하고 기분좋은 길이 될 테니 가늠할 수 없다면 되도록 가까운 곳에 이상향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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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우


 

대학로에 만연한 PD시스템으로 젊은 연극인들이 1회용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위험과 연극적 이상의 상실이 이미 현실화 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20-30대의 연극인들이 1994년1월 첫모임을 시작하였고 그 해 8월 창단되었습니다. 극단 청우는 신체언어와 화술의 유기적 결합과 조화를 실험하고 이를 토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 하며 미래를 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제시합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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