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고 심장이 뛰는 이 순간 [공연]

심장이 멈추었다가 다시 뛰기까지의 24시간,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글 입력 2021.07.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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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다.

 

연극은 시몽 랭브르라는 한 사람의 심장을 둘러싼 24시간을 그린다. 공연은 깜깜한 어둠 속 울려 퍼지는 심장 박동 소리로 시작된다. 그리고 무대 뒤편에 시간이 붉은 글씨로 크게 나타난다. 오전 5시 50분. 19세의 젊은 청년 시몽은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거친 물살을 가르고 높은 파도 앞에 마주선 시몽의 심장은 파도 소리와 함께 울린다.

 

그러나 시몽은 서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인해 뇌사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시몽의 부모는 시몽의 죽음을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장기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뇌 기능은 정지되었지만, 여전히 뛰고 있는 시몽의 심장이 다른 이의 몸에서 다시 뛰기까지의 24시간. 연극은 시몽의 심장을 둘러싼 모든 이들, 시몽의 부모와 연인,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시몽의 심장을 수술할 의사와 시몽의 심장을 받을 환자 등 수많은 인물의 삶을 묘사한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그 시간에, 누군가는 연애를 하고, 누군가는 축구 경기 승리에 뛸 듯이 기뻐한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놓여있는 모든 인물을 연극에선 단 한 사람이 연기한다. 그러나 어느 한 인물에 치중하지도 않으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묘사하지도, 장기이식을 하는 의사의 위대함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손상규는 인터뷰에서 “대본이 인물과 상황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일종의 존중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연극은 한 인물을 깊게 묘사하지도, 어떠한 메시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기쁨과 슬픔, 절망과 행복을 느끼는 각각의 인물을 한 사람이 연기함으로써 매 순간 쉼 없이 뛰는 심장을 지닌 채 살아가는 각자의 삶을 담담히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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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담담한 삶의 모습 속에는 강렬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특히 심장을 통해 삶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시몽의 부모인 션과 마리안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아들의 상황에 절망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끝내 기증을 결정한다. 시몽의 장기이식 수술이 시작되고 의사인 비르질리오와 간호사 꼬르델리아는 정확하고 빠르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비로소 시몽의 아름다운 심장을 직접 마주한다. 그리고 시몽의 심장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오기 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인 토마 레미주는 부모에게 약속했던 대로 시몽에 귀에 준비한 워크맨의 7번 트랙을 들려준다.

 

7번 트랙에는 시몽이 사랑했던 웅장한 파도의 소리가 담겨 있다.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공연장 전체를 압도하는 듯한 파도 소리는 시몽이라는 한 사람이 가진 생명력과 그의 심장이 가진 넘치는 생동감을 대변하는 듯하다.

 

공연장이라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심장 박동 소리, 또 파도 소리는 단순히 텍스트로는 느끼기 어려운 감각들을 일깨우며 삶의 생명력을 전달한다. 또 관객들은 자신에게도 지금 이 순간 쉼 없이 뛰고 있는 심장이 있음을 인식하며, 객석에 앉은 모든 관객은 강렬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같은 심장 박동을 공유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지금 저기 베드 위에 누워있는 저 육체는

어떤 고장 난 기계,

그러니까 상태가 양호한 부품들을 따로 떼서 가져가려고 낱낱이 해부한,

멈춘 기계가 아니다.


초월적인 잠재력을 가진 무엇.

인간의 몸.

인간의 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능력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시몽의 심장은 그 몸에서 빠져나와 비행기에 실려 날아오르고, 파리의 시내를 달려와 끌레르의 몸 안에서 다시 뛴다. 시몽의 심장이 잠시 멈춘 채 품고 있던 잠재력은 수많은 인물들의 손을 거친 끝에 비로소 끌레르의 몸 안에서 발현된다. 심장이 다시 뛰는 그 첫 순간, 연극은 이를 “여명을 알리는 첫 박동”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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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무사히 끝난 후 수술을 받은 끌레르가 회복하기 시작하고 수술에 참여한 인물들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 무대 위의 붉은 숫자는 오전 5시 49분 59초에 멈추고, 연극은 막을 내린다. 오전 5시 50분에 높은 파도를 가르는 시몽의 몸에서 한껏 뛰던 심장은 다시 오전 5시 49분 59초 끌레르의 몸에서 계속해서 뛰고 있다.

 

연극은 이 24시간을 통해 어쩌면 금방 지나가 버린다고 느낄 하루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며,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리며 살아가는지를 그린다.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도,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도 심장은 언제나 끊임없이 뛰고 있다.

 

그 심장은 장기이식의 과정에서 단순히 코드화되기도, 한 문장으로 요약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사람을 살아 움직이게도 하고, 온갖 감정을 느끼게도 하며, 타인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게 한다. 설명할 수조차 없는 생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채 심장은 매 순간 뛰고 있다. 오전 5시 49분 59초에 멈춘 시계를 마지막으로 배우가 퇴장한 뒤 커튼콜이 시작되기 전, 꽤 긴 시간이 관객에게 주어진다. 그 시간 동안 관객은 오로지 자신의 심장 박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그녀의 몸이 회복되는 시간,

정신없이 어질러진 수술 방을 정리하는 시간,


수술 팀이 흩어져서 각자 수술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물로 적시고 손을 씻은 다음

첫 전철을 타기 위해 병동을 떠나는 시간


… 지금 시간은.

 


영화 <벌새> 중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도, 심장이 뛴다는 것에도 삶의 잠재력이 녹아있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심장이 뛰는 순간들은 모두 신비롭고 소중하며, 우리는 그 몸과 심장을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일상과 삶의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존중받아 마땅하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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