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롭게 쓰여진 한국화를 만나다 [미술]

2017년 포브스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김현정 작가'
글 입력 2021.07.0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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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한국화에 현재의 일상이 더해지면 어떨까. 이를 주제로 작품을 그리는 한국화가가 있다. 바로 김현정 작가이다. 한국화 특유의 부드럽고 고즈넉한 감성과 작품 속 이목을 끄는 인물의 모습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어떤 매력으로 감상자들을 사로잡았는지 김현정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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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작가는 1988년생으로 청년작가이다. 동양화 전공을 살려 작품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함과 동시에 경영학을 함께 전공했다. 예체능이라서, 여성이라서 무시당하는 일이 빈번했기에 이에 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입결이 높던 경영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미술 시장 구조를 이해하며 자신의 회사를 원활히 운영했다고 한다. 김현정 작가의 열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김현정 작가는 온라인을 잘 활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SNS를 활용해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알린다. 누군가는 이러한 행보에 비판을 보내기도 하지만 작가는 자신과 작품을 알림으로써 누군가에게 자신이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생하게 보여지는 작가의 모습은 예술가의 행보를 고민하는 이들, 여성 예술가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고 한다.


김현정 작가의 작품은 여성의 모습에 유쾌함을 담았고, 다양한 색감으로 현대성을 불어넣었으며, 동양의 수묵담채 기법으로 묵직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현대 미술과 동양화의 만남은 이질적인 듯 느껴지나 작품에서는 하나가 된다. 김현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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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 : 나를 움직이는 당신, 2013


 

작가의 작품 중 잘 알려진 ‘내숭 이야기’ 시리즈의 하나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패스트푸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작가는 작업을 하며 끼니를 거르게 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패스트푸드를 먹었다고 한다. 그 패스트푸드는 자신의 생활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고, 일상을 이끄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보인다. 얇은 선으로 인물과 사물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 당장이라도 영상으로 실제로 나타날 듯하다. 정갈한 머릿결, 정교하게 표현된 비녀, 한 올 한 올이 느껴지는 눈썹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인물에 실제로 옷을 입히듯, 몸 형태를 그린 후 옷을 그려 넣어 작품에 쏟은 애정과 정성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인물에게 한복을 입힐 때, 실제 한복의 옷감을 가져와 콜라주 하거나, 작가가 직접 한지를 염색해 콜라주 한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을 느끼며 작품을 읽으면 더욱 즐거운 감상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기존의 틀을 깬 것처럼, 감상자들도 다방면으로 작품을 해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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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언어 : 파뤼 투나잇~, 2017


 

내숭시리즈와 21세기 언어 시리즈의 차이점이 있다면, 내숭 시리즈에 비해 21세기 언어시리즈가 감정 표현에 더욱 충실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모두는 각 상황에 맞게 감정에 충실한 표정과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존 한국화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발랄함과 유쾌함이 묻어나온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제목처럼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발랄한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는 빨간색 저고리는 긍정적인 감정을 더한다. 또한 배경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폭죽도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다채로운 색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이 이 제목에서 묻어나오는 즐거움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 같다.


치마는 한국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먹을 활용해 표현했다. 작가는 먹의 농담이 깊은 우주의 무궁함 같다고 말한다. 먹의 검은색이 물과 섞여 짙고 옅음을 그 어느 색보다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로부터 나오는 오묘함이 인물에게 뿜어져 나오는 매력을 극대화하고 감상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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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육아전쟁, 2019


 

이 작품은 ‘계란한판 결혼할 나이’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탐색한다. 여성이 30대가 되면 결혼을 요구받는 현실에 혼란과 의문을 느껴 이를 스스로 정립해보고자 결혼을 주제로 작품을 그려나갔다고 한다. 결혼에 대해 느끼는 환상 그리고 현실을 탐색하다 보니 작품 전체에 서른 살의 불안정성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잘 알려져 있는 명화인 다비드의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작품을 활용했다. 육아에 대한 도전, 두려움, 강인함, 의지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절로 묻어나온다. 다부진 여성의 표정, 양손에 자리 잡은 빨간 고무장갑과 청소용품, 그리고 업혀진 아이의 모습은 제목 ‘육아전쟁’에 너무나 적합한 듯하다.


서양화를 본판으로 했으나, 뒤편엔 한국화 속 인물들이 보인다. 하이힐과 빨간 포를 둘렀지만 전통 문양과 쪽진 머리가 눈에 띈다. 이처럼 상반되는 표현들이 한 캔버스에서 만나 기묘한 질서와 실소가 나오는 재미를 선사한다. 공감되는 주제와 재밌는 표현에서 김현정 작가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다.


*


한국적 표현과 현대적 표현의 만남은 김현정 작가만의 스타일을 견고히 한다. 그리하여 작가의 작품은 감상자들에게 21세기 풍속화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 매력에 빠지면 또 다른 작품들을 계속해서 찾아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예술이 소통과 융화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김현정 작가. 이를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진실된 마음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응원을 사고 있다. 솔직담백한 목소리가 또 어떤 형태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울지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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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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