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내 꿈은 _______입니다.

글 입력 2021.06.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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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서 다행이다. 공감하는 친구, 다르게 고민하는 친구와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을 멈추지 않게 되고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다 결국 다다르게 되는 것은,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다를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다. 하루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한 선택이다. 어른들은 이걸 알았기에 그토록 꿈을 직업으로, 직업을 꿈으로 이야기 한 걸까?


학교 진로 시간에 ’내 꿈은 (         )입니다.‘를 채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그 때마다 선생님 혹은 변호사를 꿈으로 적어왔다. 선생님은 부모님이 추천 해 준 것이고, 변호사는 미디어를 통해 멋져 보여서 작성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이건 내 꿈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계속됐고, 반면에 다른 친구들은 꿈에 확신이 있어 보여서 부러워 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진짜 꿈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에 가면, 졸업을 하면, 이렇게 매번 밀려오다가 결국 나의 직업 (혹은 꿈)을 찾는 것에 실패했다.

 

무언가 해결되지 않는 답답한 마음이 한켠에 오랫동안 자리잡았기 때문에 실패라는 단어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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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타지역으로 살게 된 계기는 더 많은 일의 선택지가 있는 곳으로 향한 것이었다.

 

직장을 구한 것도 아니었고 어떠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환경이 변하면 나의 선택지도, 마음가짐도 변할 것이라 생각했다. 혼자 살아보는 것이 난생 처음이었지만 마치 오랫동안 홀로 살아온 것처럼 시간을 보냈다. 1인 가정을 꾸리면서 나와 정말 잘 맞는 선택이었다는 걸 느꼈다.


혼자 살아가는 과정에 중요한 것은 경제적 능력이다. 혼자 집세를 내는 것 부터 밥을 먹거나 여행을 하는 것 까지. 모든 부분에서 혼자 부담해야 하는 금전적 비용은 둘 일 때보다 더 많이 든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관심있는 분야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직업은 특정 짓지 않았다. 관심 있는 분야의 어떤 일이든 상관없었다. 지원서를 작성 하면서도, 면접을 보면서도 내가 이 일을 오랫동안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것이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아, 그럼 이왕이면, 좋아하는 분야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 한지 5개월이 지나간다.

 

오랫동안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고작 하루면 됐다. 내가 생각한 일과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는 한 시간 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지원 공고를 찾아봤던 시간과 "이 시국"에 어디든 직장을 가졌다는 안도감이 스쳐갔다. 그렇게 반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수도 없이 꿈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그만둘 용기가 더 생길 것 같았다. 진짜를 발견하지 못하면 또다시 진짜를 찾아야 하는 답답함이 시작될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히려 학창시절보다 지금이 더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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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뮤지컬, 공연, 전시, 연극 문화예술을 가리지 않고 봤다. 필사적으로 그것만이 나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피곤한지도 모른 채 매일같이 밖으로 나섰다. 

 

어느 날 공연장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들을 때였다.

 

이런 음악을 듣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것(예술)들을 감상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것들이 넘쳐 나며, 지금처럼 예술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아무리 위대한 사랑이라 해도, 사랑보다 위에 있는 것은 예술이요, 예술보다 위에 있는 것은 나의 가치를 긍정하는 자세다.


-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지금처럼, 아니면 지금보다 행복해지고 싶은 이유를 찾기 위해서 꿈을 상상하고 목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하는 일을 고민하고, 스스로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서 방향을 바꿔가며,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꿈을 적어냈던 어린 시절부터 이제는 직접 보여줘야 하는 성인이 됐다. 아직도 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지금은 이렇게 흘러가다 보면 어느 곳에 정착하리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감상할 때를 떠올리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아름다움, 감탄, 신선한 충격을 주는 많은 것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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