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 예술가와 마주앉아 나눈 대화 [도서]

글 입력 2021.06.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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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예술가의 시대다. 각종 스마트 기기가 예술에 필요한 도구가 되어주었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작사와 작곡, 소설 쓰기, 그림 그리기, 무용, 노래하기를 할 수 있다. 자신의 콘텐츠를 향유해줄 감상자를 찾는 일도,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스승을 찾아 나서는 일도 너무도 쉬워졌다.

 

그렇지만 직업으로서의 예술가는 멀고 낯설다. 우리가 아는 예술가들도 위와 같은 취미로 예술을 시작했을지 몰라도, 예술을 직업으로 지속하는 일은 호기심을 자아내고 환상을 갖게 하는 면이 있다.

 

벌써 2년 넘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영감은 어디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성실한 연습과 그야말로 ‘자나 깨나’ 끝이 없는 고민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도대체 그 연습과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 일하지 않는 동안 예술가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사소한 문제들은 여전히 궁금하다.

 

 

직업으로서의예술가-열정과통찰_평면표지 (1).jpg

 

 

그래서 예술가의 에세이나 인터뷰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팬으로서도 궁금했고, 어설프게나마 예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으로서도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궁금했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은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인 박희아 기자의 인터뷰집으로, 뮤지컬 배우, 음악가, 소설가, 연출가 등 총 26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같은 형식으로 다른 예술가 26명을 인터뷰한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과 함께 출판되었다.

인터뷰는 대단히 매력적인 콘텐츠다. 관계의 맺고 끊음이 어느 때보다 쉬워진 지금, 진실하고 깊은 대화, 생산적인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은 오히려 커졌다고 느낀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사람과 마주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 지난 1년 반은 많은 이들에게 대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박희아 기자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예술가들의 모습에서 그러한 갈증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질문은 어려운 예술론에 관한 것도 아니고,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뻔한 내용도 아니다. 각 예술가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본 ‘찐팬’이기에 던질 수 있는 예술가로 사는 삶에 관한 사려 깊고 신선한 질문들이라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발전시키는 구체적인 방법, 작품에서 궁금했던 부분, 대중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과 예술가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 등 숏폼 콘텐츠에서는 잘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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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다루고 있는 만큼 아마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터뷰이를 아는 독자는 많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나에게도 26명의 예술가 중 눈에 익은 사람은 10명 남짓하다. 하지만 작품이나 예술가를 몰라도 몇 페이지가량의 인터뷰를 읽고 나면 인터뷰이의 매력을 알게 되고, 친구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은 것처럼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진다.

 

각 인터뷰는 예술가가 참여한 작품과 박희아 기자의 간단한 소개로 시작하고, 예술가의 개성을 담은 사인과 경구,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박희아 기자가 느낀 점으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구성은 인터뷰 내용에 관한 인상을 받게 하고,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또 예술가 스스로 했던 말과 박희아 기자가 인물에 대해 남긴 설명과도 잘 어우러지며 예술가의 인생 한 조각을 손에 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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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터뷰가 재미있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 예술작품이라는 해답을 얻은 김금희, 정세랑 작가, 예술은 건강한 신체와 마음이 토대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하는 음악가 이자람, 매 공연의 공기를 파악하고 정확한 순간 적절한 정도의 애드리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배우 고상호의 이야기. 이 모든 말은 예술가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면서도 예술가가 아닌 다른 직업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전문 필진으로 활동하며 몇 번이나 다른 필진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내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청할 만큼 인터뷰어로서의 역량이 있는지도 확신이 없었고, 그 역량이 어떤 것인가도 잘 몰랐다. 사람과의 대화가 표면적으로는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지난한 준비를 통해 좋은 질문을 던져야만 다른 대화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통찰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욱 부담감이 커졌다.

 

책을 읽은 후 내가 좋은 인터뷰어가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인터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은 내려놓게 되었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면 인터뷰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어떻게든 전해질 것이며, 따뜻한 호기심을 거절할 사람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술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울 것이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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