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밈에 대하여 : 개구리 페페의 이야기 [문화 전반]

우파의 상징부터 민주화의 상징까지. 밈의 활용방법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6.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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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밈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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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호~', '그만큼 재미있으시다는 거지', 요즘 인터넷 좀 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서 이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의 짧은 한 장면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자, 이 장면으로 노래를 만들거나, 영상을 화려하게 꾸며 패러디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밈'이 탄생한 것이다. 밈(meme)이라는 것은 1976년에 발행된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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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속 단어로서의 밈, 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로서의 밈 모두 다른 한 단어로 정의되거나 대체 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우리의 생물학적 요소는 유전자(gene)에 의해 정의되지만, 문화는 밈(meme)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머리 염색'이라는 문화가 있다. 이것을 누가 처음 시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처음 시도한 이를 비롯해 그 주위의, 그리고 그 후세 사람들이 이것을 따라서 시도했기 때문에 현재 우리에게도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 잡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 이 '머리염색'을 머리염색 밈(meme)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머리 염색뿐만이 아니다. 의자, 책상 같은 사물에서부터 옷과 같은 복식, 집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문화는 과거의 누군가가 했던 것이 변형되어 복제된 산물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밈(meme)이라는 단어의 뜻은 리차드 도킨스가 쓰던 단어의 뜻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 쓰이는 '밈'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터넷 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밈(meme)이란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놀이, 인터넷상의 유행어 정도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밈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조금 오래된 밈부터 비의 '깡', 유키스의 '시끄러'워 등 다양하다.


 

 

2. 밈을 은어로 사용하는 MZ세대!


 

최근 밈은 이미지와 동영상을 쉽게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등장으로 인해 이미지, 동영상, 음악, 언어가 모두 포함된 다양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밈은 언어적 특징을 높게 가지고 있다.

 

밈의 언어적 특성은 밈이 발생하는 현상에서부터 드러난다. 예로부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한 번 발화되면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밈 역시 한 번 생성되면 인터넷을 타고 쉽게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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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은 그 자체로 새로운 언어가 되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신어의 생성에는 인터넷 문화가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2009년 신어 자료집>에 따르면 자주 사용되는 85개의 단어 중 인터넷 밈과 관련된 신어는 48개였다고 한다. 수록된 신어에 전문적인 영역에서 쓰는 단어들이 포함된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신어 중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 밈과 관련된 신어로 분석될 것이다.

 

인터넷 밈을 생성하고 사용하는 주요 세대인 MZ세대들은 특히 이 인터넷 밈을 자신들만의 은어로 사용한다. 인터넷 밈은 커뮤니티 문화에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비주류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퍼진 경우가 많다. 아직도 인터넷 밈이 생성될 때에는 특정한 커뮤니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음으로, 인터넷 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밈을 이용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비의 '깡'의 경우를 살펴보자. 처음 비의 '깡'은 해당 뮤직비디오 댓글 창이라는 커뮤니티에서부터 밈화되기 시작했다. '깡'을 즐겨 보는 사람들이 뮤직비디오 댓글 창에서 '이거 보러 맨날 오는 사람?' 등의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본인들만의 소속감을 만든 것이다. 또 댓글 창에서 '깡'의 가사 중 인상 깊은 구절을 차용해 패러디한 경우도 많았다. 곧 '깡'을 따라 추는 동영상이 올라오는 듯 '깡'은 본격적으로 밈화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곧 다양한 맥락에서 비의 '깡'을 밈으로 사용하며 본인들이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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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깡'의 밈화로 인해 비가 공중파로 진출하고 일부 유튜브 커뮤니티 외부로 밈이 퍼져나가자, 정작 비의 '깡'을 본인들만의 은어처럼 사용하던 구성원들은 더 '깡'을 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깡의 경우를 통해 우리는 밈이 특정 구성원들-대다수가 MZ세대들-이 밈을 본인들만의 은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3. 밈, 좋기만 한 걸까?-개구리 페페의 이야기


 

어느새 인터넷 밈은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오늘 어떤 '밈'을 사용해 친구들의 웃음을 유발했을 수 있다. 또는 어색한 관계에서 오는 민망함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적절한 '밈'을 쓸 수도 있다. 온종일 집안에서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이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이제 곧 '밈'이 될 무언가를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밈'은 우리에게 마냥 좋기만 한 걸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밈은 은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 사이서는 동질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 '밈'을 모르는 사람들과는 소통의 단절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MZ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에는 엄청난 언어, 문화적 격차가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 '밈'의 사용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 경우도 있다. <밈 전쟁:개구리 페페 구하기>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예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개구리 페페를 그린 사람은 대학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리려는 만화가였다. 그러나 만화의 한 장면이 4chan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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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han 커뮤니티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개구리 페페라는 밈은 점차 주류 문화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케이티 페리등의 팝스타들이나 유튜버들이 개구리 페페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한다.

 

자신들만의 '은어'인 개구리 페페가 주류 문화로 확장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4chan은 주류 문화에서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도록 개구리 페페를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들과 함께 사용하기 시작한다. 페페가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하자 곧 인종주의적이고 극단적인 대안 우파에서 개구리 페페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공공연하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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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던 무언가가 이제는 사람들의 불쾌감을 조성하고, 더불어 극단적인 사례에는 사람들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밈'의 잘못된 사용 예는 개구리 페페뿐만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일본성인 동영상에서 차용된 밈이 사용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맥락 파악보다는 초등학생들은 언어 사용에 있어서 맥락 파악보다는 흥미가 우선인 경우가 왕왕 있음으로 이처럼 잘못된 단어들이 '밈'이 될 경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나 혐오 표현이 쉽게 퍼질 수 있다.

 

 

 

4. 밈의 본질은 웃음이다.



밈은 결국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밈'이 나쁜 용례에서 시작되었든, 혹은 불쾌감을 주는 데 사용하도록 변질한 밈의 근본은 '놀이'이며 즉 웃음과 즐거움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조금 더 '올바른' 것에 웃고 싶어 한다.

 

개구리 페페 역시 한동안 우파의 상징으로, 혐오적 표현에 사용되었으나 개구리 페페 캐릭터 원작자인 맷퓨리가 본래 개구리 페페의 모습-한가로운 대학생-을 찾기 위해 법적 대응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파 선전물에 들어있던 개구리 페페에게 저작권 소송을 함으로써 개구리 페페가 우파적 상징으로 쓰이는 것을 막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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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희망적인 것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페페가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많은 이들이 페페의 인형을 들고나오거나 페페의 그림을 벽에 그리는 등 적극적으로 페페라는 밈을 사용했다. 이들은 페페라는 밈을 사용해 본인들만의 소속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민주화 운동을 이어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때는 마냥 재미있게 봤던 개그 프로그램에서 여성 혐오적인 표현, 인종차별주의적인 표현들이 많았음을 돌이켜보며 더 '누구도 상처 입지 않는 개그'를 선호하는 수용자들이 많아졌다. 창작자인 개그맨들도 시상식 무대에 올라 '더 불편하지 않은 개그'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의 '웃음'은 무해함을 추구하고 있다.

 

'밈' 역시 '웃음'을 추구하는 만큼 앞으로도 모두가 불편함 없이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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