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wo Door Cinema Club - I can talk [음악]

글 입력 2021.06.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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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 탓에 여름마다 활발하게 열렸던 록 페스티벌이 멈추면서 페스티벌에 대한 추억들이 생각나는 요즘. 비록 내한했을 때 보러 가진 못 했지만, 락에 한창 빠져있을 당시 내가 정말 좋아했던 밴드 'Two Door Cinema Club'의 음악을 오랜만에 들어본다.

 

이 밴드가 너무 좋아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이들에 관한 분석을 과제로 제출하기도 했는데, 벌써 몇 년이 흐른 건지. 그래서 오늘은 추억을 돌아볼 겸 이 밴드를 처음 알게 된 계기였던 그들의 대표곡 I can talk와 그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르기아이캔.jpg

 

 

 

Ah(아). Oh(오). AhAhOh(아아오).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끈적거리는 방황이 가득했던 어느 여름 날, 공부를 뒤로 한 채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던 나는 그들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Two Door Cinema Club’(이하 TDCC로 쓰겠다). 창백한 얼굴에 잘 생겼다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찌질 해 보였던 외국 소년 세 명이 홀린 듯이 기타를 치며 마구 흩날리는 천 조각들 사이에 파묻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르기혼한.jpg

 

 

그렇다. 내가 이 밴드 그룹을 알게 된 것은 안과 밖의 공간의 구분이 되지 않는 그들의 마이너한 감성이 가득 담긴 독특한 뮤직비디오 영상을 통해서였다.

 

멍한 표정으로 심심풀이 겸 뮤직비디오를 틀고 나서 들리는 첫 소리는 의미는 전혀 없지만 사이렌과 같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형형색색의 천 조각들을 얼굴에 뒤집어쓴 소년들이 번갈아 이 소리들을 내며 영상은 시작된다. 영상 속 그들의 기타를 연주하는 손놀림에 한 번 놀라고, 옷 조각만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영상의 색감에 또 놀랐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영상 기술로 다시 한번 놀라게 된 후 이 밴드에 빠지게 되었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일까?


 

영상을 보다 보면 이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른다. 하지만 말 그대로이다. 어디가 어디인지, 아래가 정말 아래인지, 위가 정말 위인지 이 영상에서는 알 수가 없다. 공간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이 영상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방금 전만 해도 소년이 상의로 입고 있던 옷은 어느새 하의로 되어있고 구멍 속으로 들어갔던 소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구멍에서 나오고 있는 화면으로 연결된다. 엘리베이터 안에 마주 놓아져 있는 거울 속에 어디에서 끝이 날지 모를 정도로 쭉 이어져 있는 나의 모습이 비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이 영상에서는 바로 그러한 부정확한 공간성에서 오는 느낌이 사람을 빨려 들어가게 한다.

 

 

 

Graphic match(그래픽 매치)!


 

수십 번이나 이 영상을 반복해서 보았지만 전혀 다른 장면들이 하나로 이어져있는 긴 비단 천처럼 연결시키는 영상의 기술은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편집 기술이 바로 ‘그래픽 매치’이다. 이 기술이 정말 적용된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비슷한 기술이 뮤직비디오에 적용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다.

 

'그래픽 매치'란 서로 다른 공간이나 서로 다른 물체 혹은 서로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분리된 샷들의 이어지는 행동의 연속성을 강하게 만들거나 이어지는 두 샷을 비유적으로 연결시켜준다.

 

이 뮤직비디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하자면 형태와 색채 그리고 피사체의 질감 등이 비슷한 두 화면을 이어붙이는 것이 ‘그래픽 매치’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기술과 원리에 대해 알고 나니 내가 보아왔던 수많은 영화 속에서 그 기술들이 사용된 장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자르기하수구.jpg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에서의 샤워씬. 잔인하게 살해를 당한 여성에게서 흐른 피와 섞인 물은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고 그 화면은 살해당한 여성의 눈동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르기ㅃ.jpg

 

 

또 하나의 다른 예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찾을 수 있다.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어 유인원을 승리로 이끌어준 뼈는 공중에 던져지고 이 화면은 우주 속에 있는 우주선의 화면으로 이어진다.

 

 

 

흩날리는 천 조각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영화의 장면들과 이 밴드의 뮤직비디오의 영상은 비슷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하수구와 눈동자, 뼈와 우주선 등에서는 서로 다른 물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지만, 이 뮤직비디오는 배경과 물체의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르기기타.jpg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영상 속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지럽게 눈을 방해했던 색색의 천 조각들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즉, 천 조각들은 처음부터 우리의 눈을 어지럽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 방 속에 엉켜있는 빨랫감이나 쌓아져 있는 옷 뭉치들을 보면서 어디가 엉킴의 끝이고 시작인지 한 번 찾아보려면 아마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옷을 건지기 전까지는 도저히 눈으로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영상 안의 옷들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들은 화면 배경 전체를 뒤덮음으로써 실제로는 소년들이 서있는 위치나 물건의 위치가 바뀌면서 배경의 옷들이 바뀌어도 우리의 시각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게 영상 속에서, 어쩌면 마약 중독자들의 환각 상태와 같이 눈을 어지럽히는 것으로만 보였던 옷들은 이 영상의 핵심적인 기술을 더욱 살릴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

 

뮤직비디오가 끝이나면 어느새 이 화려하고도 현란한 영상 속에 빠져 입을 벌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화려한 파티에서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번쩍거리는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에서 한참 동안 춤을 추다가 바깥의 햇살을 맞아 눈이 부신 느낌이 든다.

 

노래의 가사에서 이 밴드의 소년들은 누구도 얼씬 거리지 못 할 테니 굳어진 혀와 거만함을 녹여 버리고 자유롭게 말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가사처럼 소년들은 자신들과 같은 또래의 청춘들이 이 노래를 통해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음악의 영상 또한 그들의 그런 자유로움 속의 무아지경을 화려한 색채의 화면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같이 그 느낌을 즐겨보자고.

 

코로나 시국에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젊음의 에너지를 뿜을 수 있었던 페스티벌의 계절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나는 젊음의 에너지를 포효하지 못한 지금의 청춘에게 Two door cinema club의 노래와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I can talk 외에도 이들의 음악과 뮤직 비디오는 매우 신박한 게 많다!) 비록 페스티벌에서 자유롭게 즐길 순 없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있으면 어느 새 축제의 한 가운데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유로운 당신을 찾을 수 있으리라.

 

 

 

아트인사이트-송혜인.jpg

 

 

[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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