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렇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 [도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글 입력 2021.06.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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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선택하면 어떤가요? 이유나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뭐라 답해야 할지 준비해놓은 말이 해마다, 아니 달마다 바뀌고 있다. 물론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묻지 않았지만 스스로 인터뷰이가 되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난 이 일을 왜 선택했고 왜 하고 있지?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나서 조금의 불확실함이나 불안이 피어오를 때마다 매번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뭘까. 이 글은 나의 진로에 대한 걱정이 묻어난 글이 될 테다.


*

 

한국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일에 대하여

누구보다 치열한 예술가 26인이 기꺼이 내어준, 고백과 자각의 이야기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은 10여 년 가까이 신문과 잡지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인터뷰 세계를 구축해온 박희아 기자가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이 어떤 내적·외적인 변화를 맞닥뜨렸는지, 그 변화에 적응하거나 혹은 맞서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하게 된 생각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뷰집 시리즈 '직업으로서의 예술가'의 첫 번째 책이자, 2021년 현재 한국의 예술가들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보고서다.

 

인터뷰어이자 저자인 박희아 기자의 세심한 질문과 따스한 공감 덕분에 이 책에서 인터뷰이들은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내보이지 않았던, 직업인으로서의 예술가의 모습과 예술가로서의 고백과 자각의 순간을 스스럼없이 꺼내놓는다. 그리하여 비로소 그들만의 전혀 다른 시선과 남다른 인사이트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예술을 넘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지 충분히 가늠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이렇게 답했다. 뭘 해야 할지 답을 가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고,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타냈다고. 완벽히 경험하고 현상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성향인 나로서는 잘 하지 않을 답변이긴 하다.

 

무엇이든지 계획이 있고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무엇을 할 것이다 라고 지난 시간 동안은 스스로에게 답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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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러한 계획은 곧 명분이었고 길잡이가 되었기 때문에 실천과 관계없이 껍데기 뿐인 계획을 많이도 세워왔다. 이런 습관이 쓸모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 계획의 범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과 함께, 대중에게 그 깊이나 분야가 어떻든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는 것은 생각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무언갈 해야한단 부담을 지우고 내가 놓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데에 치중하기로 했었다.

 

보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불안을 갖고 있고, 특히나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함을 접하고 나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예술’하는 사람



흔히들 ‘예술’한다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매체에서도, 작품 속에서도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으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대중성을 보지 않는 사람, 통상적인 윤리나 사회적 가치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인물상으로 비춰지곤 했었다.

 

예술이 이런 비꼼의 의미로 부정적 인물상과 연결되었던 것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타협이 어렵고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예술관보다 못하다는 선입견이 그런 관점을 만들었을 테다. 그러나, 지금의 예술은 소통과 대중성이 기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름을 알리고 몸값을 올리고 소위 말해 ‘먹고 살 걱정’을 덜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예술을 직업으로 삼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대개 안정성보다는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우선시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이미 안정적인 기반과 인지도를 얻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앞으로의 삶에 필요한 자산이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 그만두거나 활동이 뜸해지거나 했을 경우에는 그 말에 긍정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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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은 다양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도 다양하며, 대중들의 취향도 과거에 비해 광범위해졌다. 예술이 직업이니 더 대단한 삶을 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인터뷰를 읽다보면,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직업에 대해 갖는 사명감과 고민이 비슷하다는 결론으로 바뀔 것이다.

 

직업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척 많고 무엇을 따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도 없지만 작업에 대해 갖는 진심이 그들의 고민을 계속 읽어나가고 듣고 싶게 한다.


디자이너와 작가의 경계가 상당 부분 허물어진 지금 무엇으로 둘을 양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조직에 속해 있는지, 직업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등의 외부조건으로는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디자이너가 예술가라고 선뜻 말하긴 어렵다.

 

작업의 본질은 거의 같지만, 대중성과 자본의 흐름에 밝는 것이 더 메리트가 되는 디자이너와 예술은 쉽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활동하는 분야가 조금 다를 뿐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더 나은 그래픽과 공간과 영상을 만드냐는 것이다.

 

두 직업의 알맹이는 예술이라는 같은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모두 다 나의 노력으로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길 바라고, 미적인 가치로 채워지길 바란다. 나도 그렇다. 더 나은 작품은 나의 만족과 더불어 대중적인 선호를 약간 맛있게 섞은 것이면 더 좋고, 그 결과가 예술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무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이 모여 좋은 디자이너가 되어 있다면 그저 좋겠다.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 고백과 자각 -

 

 

지은이 : 박희아

 

출판사 : 카시오페아

 

분야

예술 에세이

 

규격

148×200×20mm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1년 05월 31일

 

정가 : 18,000원

 

ISBN

979-11-90776-67-7 (0381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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