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 열정과 통찰

예술적이라는 건
글 입력 2021.06.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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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짧은 순간을 통해 읽어낸다는 점에서, 인터뷰는 내게 늘 매력적인 존재였고 그런 인터뷰로 구성된 책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 열정과 통찰’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는 많은 예술가가 등장했고 다양한 직업에 다양한 성별과 나이를 불문한 그들의 이야기가 책 너머에 펼쳐졌다. 이쯤 되면 예상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대목에서 몇 번 놀라기도 했고 몇 번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다. 책 서문에는 코로나로 인해 사정이 많이 어려워진 예술 업계에 대한 근심이 적혀 있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질문 속에 녹아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매우 무거워지기도 했다.

 

많은 인터뷰가 있었지만, 그중에 내게 가장 와 닿았던 건, 어떻게 보면 가장 마음이 쓰였던 건 현재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위키미키 유정의 인터뷰였다. 오랜만에 본 그녀의 인터뷰가 정말 반가웠고 동시에 읽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한 때 아이오아이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그녀가 점차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가 줄고, 한 예능에서 멤버와 다 같이 출연할 기회를 얻자 우는 모습을 본 후로는 특히 더 그랬다.

 

실제로 그녀가 인터뷰 중간 멤버들을 생각하며 우는 모습 대목에서는 나 역시 눈물이 날 뻔했다. 아이돌 시장에서 한 개인으로서, 그것도 어린 나이에 버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멀리서 지켜보는 대중으로서도 알았기에 실제로 그 모든 걸 겪어야 하는 그녀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안고 읽기 시작한 인터뷰에서 나는 그녀가 매우 단단해졌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여러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했고 휴식기를 가지며 자기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중에 이 대목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저는 이게 좋은 것 같아요. 눈 떠지는 대로 일어나서 씻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청소하고, 특별히 좋은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 나쁜 일도 없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지금이요. 그냥 딱, 딱 지금이 좋아요.

 


삶의 평온은 사실 그 평온을 생각하지 않을 때 온다는 점에서 참 아이러니하다. 행복이 무엇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내가 행복한가?’란 질문을 떠올리지 않고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때야말로 진짜 행복한 삶이라는 한 연예인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아이돌 산업은 지켜보는 처지에서도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누군가가 갑자기 큰 인기를 얻는 만큼, 누군가는 순식간에 잊히지 마련이다. 또 수많은 평가는 쉽게 사람을 지치게 하고.

 

그런 내게 저 대목은 아이돌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지 삶의 균형을 잘 찾아 나간 한 사람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누군가를 측은하게 느끼는 마음 역시, 나의 오만과 피상적인 인상에서 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 역시 인터뷰를 읽는 건, 타인을 읽는 것과 동시에 나를 읽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저자인 박희아 기자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얼마 전 가고 싶은 영화제의 슬로건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걸 알게 된 이후로 이 문장을 입에 여러 번 되뇌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여파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슬로건은 나에게도 이렇게 묻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무엇에서 희망을 찾을 것이냐는. 그리고 이 책의 수많은 예술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선택한다고 했다. 계속되는 고통과 절망, 이따금의 후회에도 예술을 선택하겠다는 그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역시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그 문장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구성된 이 넓은 세상에서.


한때 예술이 무엇일까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혼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날에는 예술이 아주 깊고 심오한,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다가도 길에서 밝게 웃는 사람만 봐도 예술을 떠올렸다. 그리고 매일 같이 어떤 음식을 할까 고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도 예술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 언젠가는 깨달았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 그 일을 하는 시간이 쌓여 ‘예술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어쩌면 평생 예술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나는 이 문장을 보고 참 많은 위안을 받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은 각기 다른 모양을 이 지구에 남긴다는 것을, 누군가의 자국은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는 대도, 그건 분명 거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게 예술임이 틀림없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각기 다른 예술이 이 넓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일 거다.

 

예술가를 꿈꾼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아주 자주 막막함에 시달릴 것이다. 그럴 때면 이 정겹고 풍부한 예술가의 대화가 담겨 있는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늘 힘쓰는 모든 예술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신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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