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아니게 된 '영화관'

공연 콘텐츠의 유입을 통한 극장경험의 변화
글 입력 2021.06.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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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같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우리는 흔히 ‘영화관’이라 부른다. 말그대로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현재, 과연 ‘영화관’을 ‘영화’관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본 글에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관객, 그리고 극장공간의 경험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현재의 상영관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이런 흐름이 앞으로의 상영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최근 많은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늦추거나, 아예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실제 영화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심지어 240억원 규모의 한국 SF 영화로 주목을 받은 <승리호>까지 넷플릭스 단독공개를 결정했다. 전염병의 불안감 속 극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극장 개봉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렵기에, 한국영화는 팬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해야 했고 OTT 플랫폼이 그 해답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영화는 앞서 말한 영화들처럼 OTT서비스에서 단독 상영하거나, 4월 개봉된 공유, 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처럼 극장과 OTT 플랫폼의 동시개봉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남겨진 극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영화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극장만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미 지어진 극장은 무언가 상영해야만 한다. 그리고 영화가 떠나고 난 자리를 대체하는 콘텐츠들이 등장하며 한국영화와 관객, 그리고 한국의 극장들이 만들어 나간 ‘시네마’의 역사는 변하고 있다.

 

사실 이전부터 블랙핑크, BTS 등 유명 아이돌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거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겨울왕국>의 싱어롱관을 만드는 등 극장공간은 관객에게 영화가 아닌 새로운 이벤트를 제공해왔다. 물론 메인은 영화였지만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는 영화상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음은 분명하다. 어찌되었든 한국 시네마 경험의 변화가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특이현상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변화를 가속했을 뿐이다.

 

코로나19 초기, 새로운 작품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소위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들이었다. 과거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 어느 정도의 작품성이 보증된 영화를 재개봉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레트로 열풍과 대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으로 재개봉 붐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2020년은 특히나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에 다시 모습을 보인 해였다. 실제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의 재개봉 영화 관객 수는 2019년보다 2.6배 늘었으며 매출액 또한 2019년보다 133.6% 증가한 수치를 보인다. 극장은 재개봉 영화를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의 손실을 막는 듯 했다. 그러나 과거의 명작들은 제한적이며, 이 영화들을 항상 관객이 반기리란 보장 또한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수많은 시네마들은 장기적으로 배급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고 이에 화답한 건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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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 2020 중 55p)

 

 

공연예술,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은 비교적 규모가 크고 제작비가 많이 필요하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순전히 티켓을 많이 팔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연장을 꺼리고 거리두기 정책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실제 2020년 <맨 오브 라만차> <마마 돈크라이>등 많은 뮤지컬이 개막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거리두기 단계 변화에 따라 팔 수 있는 표도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2021년에 들어 좌석 거리두기 시스템이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나, 티켓이 다 팔리더라도 수용가능인원의 절반이 채 못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뮤지컬 제작사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아무 탈 없이 공연을 모두 끝내기만 해도 다행이다.

 

공연계가 눈을 돌린 곳은 온라인 상영, 나아가 멀티플렉스 개봉이었다. 공연 실황을 상영하는 방식이다. 뮤지컬 <시데레우스>, <호프>, <인사이드 윌리엄> 등 소극장 뮤지컬 뿐 아니라 <몬테 크리스토>,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과 같은 대극장 뮤지컬도 극장상영을 결정했다. <깐느로 가는 길>, <신 심방곡>, <고요한 순환> 등 연극, 무용극까지 그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아 이는 단순 뮤지컬계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연계 전체의 시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연상영, 특히 뮤지컬 상영은 1만원 후반대에서 2만원대로, 일반 영화보다 티켓 가격을 높게 책정해 판매된다. 상영관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의 새로운 콘텐츠를 유입해 빈자리를 채울 수 있고, 공연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입원이 생긴 셈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계, 특히 영화계와 공연계가 손을 잡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서만 짧게 개봉하는 식으로 시범적 상영이 되고 있다. 공연, 특히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은 다소 실험적, 도전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영화관’이라 부르는 많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이제 ‘영화’관이 아닐지도 모른다. 극장문화는 이미 새로운 길에 들어섰으며 현재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 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공연을 보는 것은 머지않아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경제적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하는 상업적인 행보이지만 어찌되었든 문화공간이 더욱 다양해지고 그 경로 또한 확대되는 일임은 분명하다. 아직은 공연의 영상화가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지, 과연 흥행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영화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장르불문, 다양한 문화예술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라 믿는다.

 

 

[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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