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 불안의 실체는

오늘도 불안한 밤이 찾아온다
글 입력 2021.06.16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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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었다. 창밖이 환해지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커다란 베개 뒤에 숨어 어둠 속에 있는 척 잠을 청했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나의 하루는 끝이 나지 않았다. 불안이 불안을 물었다.


그런 날도 있었다. 불안해서 자꾸 확신을 찾아다녔다. 내가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서 손에서 아무것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새벽. 침대에 눕는 게 제일 좋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만, 조금만 더‘하다가 잠을 놓치고 말았다.


많은 날이 그렇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은 흐르고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아지지 않고 나의 고민을 남에게 흘리기엔 내 마음이 다 잡히지 않아 위로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 매일 마음이 다급하게 불안으로 흘러가서 초조한 마음에 방향을 잃은 생각을 반복한다.


불안을 잠재우고 싶던 어느 날의 새벽,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걸까.

 

실업급여가 끝났다. - 이로써 모든 수입이 끊겼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돈에, 끝나는 적금까지 생각하면 궁핍한 생활이 될 리 없지만,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모아온 돈을 쓰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돈만 생각한다면 당장 어려움은 없지만, 미래의 나에게 빚지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구직활동이 길어지고 있다. -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이 시국인 걸 생각해도 늦는다는 느낌이 들어 자꾸 마음이 조급해진다. 취준 생활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초조함. 내가 더 일찍부터 더 적극적으로 구직을 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남는다. 이번만큼은 꼭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조건을 열심히 따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불안이 자리 잡으니 자꾸 조건을 하나씩 놓으려고 한다.

 

나이는 들고 경력은 짧다. - 친구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경력을 쌓는데 내 이력서는 토막 난 짧은 조각이다. 경력을 쌓을 자리를 찾아야만 한다는 약한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내 젊음에 이만한 휴식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취직이라는 게 적당히 해치울 수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가 없어서 내 불안 중 단 하나도 쉼 없이 나를 쪼아댄다.

 

*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 수고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 들은 말이었는데, 속으로 ‘저는 백수라서 수고한 게 없어요.’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가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하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나는 수고하지 않은 하루를 보낸 걸까?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는 날만 나는 수고한 사람이 되는 걸까? 종일 공고를 들여다보고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날만 할 일을 다 마친 날이 되는 걸까? 결과를 내지 못하면 칭찬받을 일이 전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나에겐 수고했단 말은 어울리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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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름대로 내 딴엔 노력하고 있는 건데. 뭐라도 하려고 애를 쓰는 날이 있고, 입안에서 머릿속에서 영어를 반복하는 날이 있고, 남에게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날이 있고, 몸을 움직이는 날도 있고, 손을 움직이는 날도 있는데. 전부 하잘것없어 보이기만 한다.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말에 더는 새로운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일까. 서서히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이 뜸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자꾸 나를 어두운 새벽, 좁은 방 안에 가두고 만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불안이라면 손에서 놓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나가면서 성취를 느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늘 이성만 정답을 알고 감정은 땅을 판다. 감정적인 사람이라서 부정적인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간다. 털어놓고 싶고 떼어내고 싶은데 너무나도 내 것이라서 내쳐지지 않는다.


결과가 없더라도 일단은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알고있음’을 여러 번 반복해 이제는 익숙해졌음에도. 결국 또 다시 불안에 휩싸인 밤을 맞이한다.

 

 

나는 내 환멸로부터 탈출하여 향해 갈 곳도 없는데요.

 

황정은, 『웃는 남자』,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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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여너
    • 조금은 닮은 마음을 만난 것 같아 글을 읽게 되었어요. 그런 탓에 크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은 못 드릴 것 같아요. 한 가지 이 댓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장미님의 글을 더 보고 싶고, 자주 봤으면 하는 기대가 생겨서예요. 길이에 비해 무용한 문장들이지만 작게나마 응원을 남겨봐요. 내일부터 조금씩 행복해져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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