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소개하고 싶은 궁궐의 모습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도서]

궁궐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
글 입력 2021.06.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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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붐비는 출퇴근길, 큰 도로에 가득 찬 자동차와 높은 빌딩으로 둘러싼 도심 속에서 ‘전통적’이라는 단어를 느끼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경복궁역을 지나 광화문 앞에서 맞은편 도시를 바라보면 다소 이질적인 풍경마저도 어느새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내가 경험했던 ‘궁’의 이미지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높은 빌딩과 마주한 고궁의 모습처럼, 궁궐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화원처럼 새로운 것을 처음 본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시공간을 넘어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모습을 경험한다는 것, 바로 궁궐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역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나의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이제 단순히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조금 어지러운 일상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휴식과 여유의 공간이 되었다.

 

 

 

한 면을 가득 채운 사진과 김서울 작가의 취향을 담은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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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쳐보면 위와 같이 한 면을 가득 채운 사진과 짧은 글을 볼 수 있다. 보통 목차가 첫 장을 장식하여 책의 구성을 살펴보기 바쁜데 이번에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책을 넘길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에세이와 같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책을 선호하는 방식과 함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관람, 여행 후기를 보고 방문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K-궁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 표지의 문구처럼 궁궐을 산책하기 전, 그리고 내 취향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이다.

 

이처럼 책을 쭉 읽다 보니 아직 방문하지 못한 궁궐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이미 방문한 경복궁과 덕수궁은 다시 가고 싶은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한 손에는 카메라, 다른 손에는 책을 들고 궁궐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다. 예상컨대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 이내에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궁궐을 바라보는 아주 사적인 시선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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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울 작가는 궁궐을 ’돌‘, ’나무‘, ‘물건’이라는 세 가지의 큰 특징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이는 돌-나무-물건 순으로 궁궐의 외부에서 내부로, 궁을 구성하는 요소를 차례대로 하나씩 만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특히,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궁궐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궁금증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전각 외부 공간의 바닥인 박석과 건물의 다른 곳보다 높이 올라와 있는 월대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기와와 단청.

 

그리고 궁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뽕나무, 향나무, 회화나무와 그 당시에 사용됐던 물건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깊은 밤, 잠에 들지 못한 왕실 사람들이 전각 앞 월대로 나가 어떤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고 조용히 달을 올려다보았을 풍경을 상상해본다. 그 시절 월대는 홀로 밤하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개인 테라스이자 베란다였을 것이다.

 

- 본문 p.79 

 

 

잠시 도배를 막 마친 궁궐 전각을 상상해본다. 아주 말끔하고 희어서 보기에도 좋았겠지만 쌀로 만든 풀에 고소한 들기름, 콩즙까지 후각적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거기다 아궁이에 불까지 뜨끈하게 땐다면 덜 마른 쌀풀이 촉촉하게 익는 냄새와 들기름 냄새가 뒤섞여 무척 배가 고파지는 방이 되었을 것이다.

 

- 본문 p.122

 

 

그중에서도 궁궐의 '나무'는 경관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궁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바꿔말하면 나무는 궁궐의 일부 그 자체이기도 하고 궁궐을 이루는 배경, 풍경의 역할을 맡고 있다.

 

기둥, 들보, 창호 등 나무는 궁궐의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우리의 시선에 잘 닿지 않는 내부 역시 종이와 풀 등 나무와 식물이 모두 활용된다. 현재 널리 활용되는 인테리어 구조와는 다르지만,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자연 속의 공간을 꿈꾼다는 점에서 우리의 생활양식은 과거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나의 사적인 궁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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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모습.

 

다른 궁궐에 비해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석조전과 덕수궁의 돌담길을 따라서 쭉 걸어오면 궁궐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궁궐 산책과 더불어 덕수궁 내부의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통해서 전시회를 즐길 수 있다.

 

궁궐의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산책 이외에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궁궐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나의 예로 덕수궁 맞은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액자의 프레임처럼 사진으로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궁궐의 외부의 모습과 함께 계절감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위의 사진은 봄이 완연한 4월에 찍은 덕수궁의 모습이다. 계절은 봄, 날씨는 맑음. 푸릇푸릇한 나무와 꽃들이 조화롭게 물든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끽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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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통해서 바라본 과거와 현재의 모습.


지난 5월, 서울의 궁궐과 종묘 사직단에서 <2021년 제7회 궁중문화축전>이 열렸다. 올해는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되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오프라인 행사와 대면 체험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안전을 위해서 인원이 제한되었지만, 온라인을 통해서 여러 콘텐츠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궁궐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공연과 창덕궁 달빛 기행을 비롯한 궁궐 야행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작년 경복궁의 근정전과 경회루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무대와 올해 창경궁 명정전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진 공연인 '복사꽃, 생각하니 슬프다'를 보며 더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더불어서 문득 친구와 함께 경복궁 야경을 산책하던 때가 떠올랐다. '고즈넉하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궁궐의 그림자, 데칼코마니와 같이 물에 비친 경회루, 마지막으로 광화문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도시의 야경이 눈에 선하다. 위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누군가의 사적인 궁궐 산책을 엿보는 재미와 나의 사적인 궁궐 산책을 돌아보며 책의 여운을 마무리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가보지 못한 궁궐을 산책하며 김서울 작가의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비유가 생각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작가님의 해설을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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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 이상하고 재미있는 궁궐 감상법 -

 

 

지은이 : 김서울

 

출판사 : 놀(다산북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95mm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1년 05월 18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306-3765-5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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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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