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의 열정이 모여 어두운 무대 속 커다란 빛을 만들어낸 뮤지컬, 시카고 [공연]

글 입력 2021.06.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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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뮤지컬 시카고


 
모두 한 번쯤 뮤지컬 시카고에 대해 들어보았거나 지하철, sns, 미술관 등에서 뮤지컬 포스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올해 초반쯤 sns를 통해 짧게 올려진 뮤지컬 시카고 영상을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한 번 호기심을 갖게 되니 나도 모르는 새 끝도 없이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가장 중독성이 높았던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을 시작으로 ‘Roxie’, ‘All That Jazz’ 등 차근차근 배우들의 시카고 연습공개 영상들을 보게 되었는데, 나도 내가 이렇게나 뮤지컬에 푹 빠지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가 알게 될 이름, 그래, 바로 록시!
행운이 따르는 이름, 맞아, 바로 록시!

 

- Roxie 가사 중

 

 
겨우 3분에서 4분가량 되는 영상이었지만 자꾸만 음악에 맞춰 떠오르는 가사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나를 흠뻑 빠지게끔 만들었다. 그러다 점차 ‘이렇게 영상으로만 보아도 느낄 수 있는 귀에 쏙쏙 박히는 음색들을 실제로 들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문득 ‘내가 본 영상이 전부면 어떡하지, 생각보다 나랑 뮤지컬이 안 맞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아직까지 제대로 뮤지컬을 본 적도 없을뿐더러 전시만큼 자유롭고 저렴히 볼 수 있는 가격도 아니기에 살짝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 티켓팅도 하지 못한 채 기회가 지나가버렸었는데, 너무나 운 좋게 친구에게 표가 생겨 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본 공연이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공연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마다의 진심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정말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나도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기도 했고, 또한 그들이 되어보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갔던 시간이었다.
 
공연은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면서 총 145분이란 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지루할 틈 하나 없이 너무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내가 이 공연을 보고 나서 이렇게 글로 적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뮤지컬 시카고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캡처.PNG

 

 
재즈, 술, 욕망, 폭력, 범죄,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가능했던 1920년대 시카고. 거리엔 유흥과 환락이 넘쳐나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거리낌 없는 냉혈한 살인자들로 만연하다.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는 자극적인 범죄와 살인을 저지를 여 죄수들이 있다. 그중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는 그녀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인하고, 교도소의 간수인 '마마 모튼'의 도움을 받아 언론의 최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교도소 최고의 스타 여 죄수이다. 그러나 곧 정부인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벨마 켈리의 악명 높은 인기를 빼앗아간다. 또한, 뛰어난 언변술과 임기응변에 능한 돈을 좇는 변호사 '빌리 플린'마저 그녀에게 빼앗겨 버린다. 혼자서는 유명세도 인기도 아무것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벨마는 록시를 설득할 방법들을 모색하는데....

 

- 뮤지컬 시카고 소개

 

 
시카고의 경우 1920년 당시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살인, 범죄, 폭력과 같은 어두운 이면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인데, 그렇기에 조금은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 어두운 주제들을 밝은 음악과 톡 쏘는 가사들을 통해 가볍게 보여주기도 했지만, 커다란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한국 분위기에 맞는 안무와 대사들로 바꿔놓았기 오히려 중독성 있고 재치 있게 표현해냈다 생각한다.
 
시카고를 보면 록시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록시의 무거운 죄를 돈에 눈이 먼 변호사 빌리가 유죄에서 무죄로 판결을 받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장면이 주가 되어 나온다. 그의 도움으로 록시는 당연히 받아야 할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닌 무죄로 판결 받기 위해 거짓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주목받기 위해 더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게 되며 자신에게 집중되는 이목을 즐기게 된다. 빌리와 함께하면서 잠시나마 반짝 스타가 된 록시는 점점 가석방보단 자신을 향한 화려한 반응들을 유지하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못지않게 록시로 인해 잊혀졌던 벨마도 어떻게든 다시 스타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들을 무대를 통해 보여준다.
 
그렇게 자신의 죄를 무죄라 생각하며 점점 사람들에게 관심받기만을 원하고 겉 보기식 화려한 모습만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너무 미워할 수만은 없게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록시’와 ‘벨마’를 통해 우리는 또 한 번 열광하게 된다.
 
 
 

각자가 지닌 개성을 재치 있게 보여준 배우들


 

 
시카고는 날짜, 시간마다 배우들이 다르기에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날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록시의 민경아, 벨마의 최정원, 빌리의 박건형, 마마의 김영주, 에이모스의 차정현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마치 그 역할의 실존 인물이라 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레 소화해 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무대가 끝난 뒤에도 그들이 생각나고 여운이 남는 기분이다.
 
뮤지컬 시카고를 보기 전부터 나는 항상 록시의 민경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처음엔 조금 가볍게 그녀가 지닌 분위기와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하지만 점점 영상들을 통해 보이는 그녀의 밝고 록시다운 연기, 쭉쭉 뻗어나가는 힘찬 동작들, 귀에 쏙쏙 박히는 딕션과 음색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를 실제로 보기 전까진 '실제 무대 위에서도 이런 압도적인 느낌을 우리에게 전달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접 눈에 담고 나니 이 모든 자연스러움이, 편안해 보이는 춤 선들이 전부 수없는 노력 끝에 나올 수 있었던 모습들이었을 거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고 감탄 그 이상이었다.
 
민경아뿐만이 아닌 최정원, 박건형, 김영주의 무대 또한 굉장했다. 특히나 최정원 배우는 관객들에게 가장 호응도가 좋았던 배우였는데, 사소하게 록시에게 깐죽거리는 모습부터 동생과 함께 췄던 무대를 혼자 재현해내는 모습까지 굉장히 능청스럽게 잘 보여주었다. 또한 부드럽고 유연한 춤 선과 상황에 맞는 안무, 벨마와 딱 맞는 말투들이 마치 몸의 일부인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특별할 것 없었던 무대를 순식간에 장악해버렸다.
 

 

미스터 셀로판
난 투명하기 때문에 나란히 걸으면서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존재
그래서 내 이름은 셀로판 미스터 셀로판
그게 바로 내 이름이어야 했어 미스터 셀로판
온몸이 투명하기 때문에 곁에서 걸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하는 미물
아무도 모르는 절대로 모르는 그게 바로 나

 

- 영화 시카고 중 에이모스의 노래

 

 
모두의 무대가 참 좋았지만 어쩐지 난 록시의 남편 에이모스의 무대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다른 분들은 영상을 통해서도 자주 보아 익숙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의 무대는 처음이기도 했고, 뮤지컬 안에서도 미미한 존재였던 그가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노래를 통해 전달해 주니 조금 마음 아픈 느낌이랄까. 가사에서도 나오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며,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이 자신을 까먹은 채 이사해버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느릿느릿하고 조금은 어벙한 듯한 그의 춤이 마치 그의 모습처럼 너무나 어울렸기에 안타까우면서도 귀여웠다. 자꾸만 그의 뒤뚱거리는 모습이 생각나는 기분이다.
 
뮤지컬에서 록시나 벨마, 빌리가 퇴장 음악을 요청하면 그들마다 개성에 맞는 멋진 음악이 펼쳐지지만 에이모스에겐 퇴장 음악조차 없다. 하지만 모두가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고 너무나 멋있는 그만의 피날레를 보여주었기에 비록 퇴장 음악은 없었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대신 그의 퇴장 음악이 되어주었다. 여러분도 보다 보면 괜히 그에게 눈길 한 번 더 주고 싶고 애틋한 마음이 생겨버릴지도 모른다. 그의 뮤지컬 영상은 현재 아쉽게도 따로 찾아내긴 어렵지만 영화 시카고를 보거나 영화에 나오는 그의 짧은 영상을 여러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다 보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무대 속 밝게 빛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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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한 명 한 명의 역할과 서로의 호흡이 중요하기에 모두가 함께 이뤄내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엔 항상 드라마든, 공연이든, 영화든 항상 주를 이루는 주인공에만 눈이 갔지만 시카고를 볼 땐 한 명 한 명 모든 배우들, 연주자들, 지휘자까지 전부를 바라보았다. 록시, 벨마와 같은 주인공들이 그들의 쩌렁쩌렁한 성량과 안무들로 작은 무대 안을 가득 채워주기에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데 있어 굉장히 큰 역할을 지녔지만, 그들이 빛날 수 있게끔 어둠 속에서 배우들을 위해 열심히 연주해 주는 연주가들, 주제에 맞게 무대를 만들어내고 소품들을 준비해 주는 스태프들, 무대가 꽉 채워질 수 있게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조연 배우들이 없었다면 그 누구도 빛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카고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마지막 피날레 부분이었다. 시카고 무대가 진행되었던 곳 자체가 다른 무대에 비해 큰 편도 아니고 다양한 소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처음에 본다면 굉장히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 상황에서 때에 따라 다른 밝기와 색감을 지닌 조명을 쏘니 배우들에게 더 집중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피날레 부분에선 주요 배우들의 신나고 힘찬 무대를 시작으로 그들을 밝게 비춰준 앙상블분들과 지휘자, 13인조의 밴드분들까지 짧지만 누구보다 밝게 소개해 주며 퇴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너무나 신나게, 그리고 캐릭터가 고스란히 보이도록 굵게 인사해 주며 퇴장하니 너무 재밌었다. 또한 화려한 배경과 함께 눈부신 조명을 내보이니 모두의 개성을 한 번씩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었고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되었다.
 
 
 
 
뮤지컬 시카고는 그렇게 그들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공들여 준비해왔음을 딱딱 들어맞는 안무, 무대를 진심으로 즐기는 그들의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그 덕에 나도 사그라들었던 열정과 힘찬 에너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친구랑 쉴 새 없이 좋았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낭만과 환상을 더해 만들어나간 뮤지컬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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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는 나에게 놀이동산같이 들뜨는 기분을 안겨준 뮤지컬이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피날레 부분이 가장 큰 여운을 안겨주었는데, 밝은 노래지만 괜히 뭉클하기도 하고, 위로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시 꿈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이라서 그런 걸까, 놀이동산 퇴장 노래 같기도 하고 참 오묘한 기분이었다.
 
요즘 들어 늘상 힘든 일만 있었다기보단 즐거웠던 시간들도 분명 함께 공존했지만, 즐거웠던 순간보단 하루하루가 버겁다는 생각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분명 쉬기도 하고,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바쁜 일상 속 간신히 끼워 맞춰 나가다 보니 그다음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상이 금세 지쳐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기분이기도 하고, 굳이 기억하는 일 자체가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잘 해야 되는 것도
잘 하고 싶은 것도
행복해지고 싶은 맘인 걸
잘 할 수 있다는 말도
잘 하고 있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던 적 없단 걸

 

- 2015년 무도가요제 My lIFE 노래 가사 중

 

 
아마도 난 다 잘하고 싶었나 보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멋진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고, 편안히 잘 쉬고 싶기도 하고, 가족, 친구들과도 소중한 추억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나에게 맞는 길을 하나하나 찾아가 보며 잘 해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바쁜 생활을 연이어 진행해 나가다 보니 내가 지쳤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머리가 전처럼 돌아가질 않기도 했지만 다른 무언가를 담아내기에 너무 답답한 기분이다. 지쳐서 흥미, 재미, 열정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밝고 열정적인 내가 그런 기분을 느끼니 너무 낯설고 속상했다. 하지만 시카고를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사실 좀 못하면 어떻고, 가끔 미루면 어떻고,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 느껴지면 또 어떠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지친 기분을 느꼈다면 쉬어가는 것도 좋고 그것도 용기다. 어떤 책임이냐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경우의 수가 존재하겠지만 못해냈다고 해서 지구가 끝장나고 내 인생에 큰 획이 그어지고 그러진 않는다. 그럼에도 속상한 기분이 든다면 그만큼 책임감이 컸기 때문일 텐데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금 쉬었다 힘이 나면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시너지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시카고 뮤지컬은 텅 비어버린 내 몸 안에 다시 열정과 기쁨을 불러일으켜주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더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여러분도 언젠가 몽실몽실 기분 좋은 상상을 안겨주는 듯한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뮤지컬 시카고 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놨던 낭만을 다시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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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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