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만 저는 궁으로 산책하러 가보겠습니다.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도서]

글 입력 2021.06.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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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공사 현장과

온갖 시위대를 지나

광화문을 통과하면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이 책의 첫 문장이자 나를 이 책과 궁궐에 빨려 들어가게 한 문장이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우리나라 궁궐 속 숨겨진 이야기,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사진과 함께 풀어냈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추억과 함께 이 책의 지식을 풀어내 풍성한 자신만의 궁궐 산책을 하게 된다.

 

이 리뷰 또한 이 책을 통해 새로 가지게 된 '나의 사적인 궁궐 산책'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첫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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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광화문에 대한 기억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전에도 엄마 손을 잡고 가보았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명확한 광화문의 모습은 '진심'이었다.

 

촛불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었던 그때는, 서울 지리를 잘 몰라 이 근처에 다양한 궁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열정 가득한 시위대의 노랫소리, 발언들이 들리고, 시위 행렬 따라 걸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광화문과 경복궁의 한적한 순간들을 맛보지 못했다.

 

그렇게 스치듯 지나간 광화문이 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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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연인지 언니의 첫 자취방이 광화문이 되었다. 올해 창문을 통해 광화문이 보이는 오피스텔로 자취를 시작하게 되어 가끔 언니네 집에 가면, 광화문에 가볼 생각을 잠깐 했다. 조그맣게 보이는 수문장들의 모습에 그 안이 문득 궁금해져 친구와 함께 그 '경복궁'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만 24세 이하 내국인은 무료입장으로 궁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날씨도 좋은 날, 작가의 이야기처럼 광화문 앞 광장은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를 뒤로하고 입장하니, 주변의 공기가 돌연 차분해지는 순간을 맞이하였다. 주말인지라 사람이 제법 많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구석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사람도 거의 없고 몇몇 까치만 뛰어다니는 한적한 공간으로서 '궁궐'을 산책할 수 있었다.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에도 빠지지 않는 이 광화문과 그 속 경복궁을 지금에야 제대로 와본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무료입장일 때까지라도, 서울에 있는 모든 궁들을 산책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육조거리부터 궁궐까지


 

 

경복궁은 쭉 뻗은 육조거리부터 궁궐 정문인 광화문, 전정인 근정전과 왕실 가족의 거주 공간인 강녕전, 교태전까지가 모두 일직선으로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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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중심이었던 이 광화문을 기준으로 육조거리가 펼쳐진다. 이 길의 좌우에 이, 호, 예, 병, 형, 공조의 육조 관아가 배치되어 있던 까닭에 '육조거리'라고 명명되었다. 이 거리에서부터 걸어 들어가 교태전을 지나 광림문쪽까지 걷는 산책을 하다 보니 문득 조선의 모습을 그려보게 되었다.

 

'내가 조선 시대 때 태어났다면 이 길을 이렇게 자유롭게 거닐 수 있었을까?', '그때의 육조거리 풍경은 어땠을까?', '여기 이 경회루는 여전히 깊은 마음을 품고 오는 이들을 반겼을까?' 등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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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화문 광장을 다시 조성한다는 공사가 진행되던 중, 문화재들을 발견해 이를 갑자기 발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육조거리의 흔적이 대거 발굴되어 이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도 하는 행사를 가지며 문화재 발굴 조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껏 육조거리로 사용되었던 그 길들을 파묻고 고층 건물들과 아스팔트 도로를 깔아놨다가 어쩌다 지금에서야 발견된 것일까 슬프기도 하다.

 

당연히 궁궐 근처였던 곳들이니 그런 흔적과 문화재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안했었는지 흠칫 의문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에라도 흔적과 문화재를 찾고 보존하기 위해 일한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발굴되었단 소식을 통해 이 육조거리에서 열심히 조선을 위해 일했던 조상들의 흔적이 묻혀있던 도로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한국을 위해 노력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진심과 열정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전에도 나라를 위해 일한 다수의 사람들과 더 나은 나라를 위해 뭉치는 현대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이 경복궁과 문화재 발굴지 옆을 지나가면서 다시 한번 나의 애국심을 돌아보게 되었고 반성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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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즈음에 들어갔던 경복궁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폐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듣고 빠져나왔다.

 

광화문을 통해 나오니 다시 내가 알고 있는 서울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높고 큰 건물들이 가득한 서울 아래서, 이렇게 한적한 순간을 맛볼 수 있는 궁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소중한 궁궐 산책을 빨리 다시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궁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더불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가 몰랐던 정보와 지식들을 더할 수 있어서 정말 사적인 산책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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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는 꽃이 많지 않은 이유, 푸르고 강렬하게 빛나는 기와와 무늬들의 감춰진 이야기, <왕세자입학도>와 같은 딱딱해보이는 그림 속 재미있는 부분 찾기, 상상 속 동물들의 석상들까지 나의 흥미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소재들이 있어 책을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그리고 작가처럼 '사적인 궁궐 산책'을 더 즐기고 싶어졌다. 이 글에 적진 않았지만, 덕수궁도 내가 가장 많이 갔던 궁이기에 그만의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다. 이 책의 지식들이 더해져 추억은 더 풍성해졌다.

 

작가처럼 '사적인 궁궐 산책'을 더 즐기고 싶어졌다. 이 글에 적진 않았지만, 덕수궁도 내가 가장 많이 갔던 궁이기에 그만의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다. 이 책의 지식들이 더해져 추억은 더 풍성해졌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모두 나처럼 풍성해진 추억을 가지고 이 책을 덮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이러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아주 사적인 궁궐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져 다시 궁궐을 찾을 것이다. 나도 다시 한 번 궁궐 산책을 해야겠다. 이 책을 들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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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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