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속 여성들 [공연]

뮤지컬 무대 위 여성의 모습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6.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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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연극사에서 여성이 무대 위에 처음 서게 된 시기는 로마 때이다. 오락 기능을 지닌 로마 연극에서 여성 배우들의 참여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연극에서 여성은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종종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음탕한 마임극에 등장하는 것뿐이었다. 즉, 서양 최초의 여배우들은 자발적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전문적인 희극 여배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점점 ‘여배우’라는 전문 직종이 등장하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여성에서 최초로 개방된 직업이 연극배우였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은 가정이나 수도원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창녀로 밖에 존재할 수 없었는데, ‘여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처음으로 여성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연극배우라는 직업은 여성에게 다른 분야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평등과 상승의 기회를 주었다.

 

그렇지만, 여배우에 대한 성적 착취 등으로 인해 여배우들의 실정은 좋지 않았으며, 20세기에 들어와 차츰 개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자 배우들의 수입은 남성 배우들의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역할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도 여성은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중국의 대표 공연양식인 경극, 일본의 가부키 등에서도 여성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의 최초 여배우는 1900년대에 활동한 복혜숙으로서 전문 여배우가 등장한 것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에서 여성들의 등장과 위치는 다른 듯 비슷했다. 현재까지도 여자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기회 및 입지는 남자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영화, 오페라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뮤지컬 여배우와 뮤지컬 속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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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파크)

 

 

뮤지컬의 향유 계층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하지만,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극,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이 타이틀롤인 작품은 남성이 타이틀롤인 작품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대 위에 그려지는 여성들의 모습은 수동적이며, 남성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 등의 극적인 전환을 위해 사용되는 장치 등으로서의 역할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해가는 시대 흐름 속에서 점점 더 여성들을 주연으로 <마리 퀴리>, <레드북>, <마타하리>,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 많은 작품들이 올라오고, 제작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극에서나 창작 극에서 수동적인 모습을 지우고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숙고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위에 표현되는 여성 캐릭터의 모습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알돈자가 강간당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정말 유명한 만큼 많은 관객 사이에서 보기 껄끄러운 장면으로 손꼽힌다. 또한, 지금까지 상연되었던 대극장 뮤지컬 중에 사창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 명의 여성 관객으로서, “왜 반드시 사창가여야만 했을까?”, “왜 이렇게 뮤지컬 공연에서는 사창가가 많이 등장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계속해서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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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사이공 中)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이러한 생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극 중의 역사적 상황과 그 인물이 처한 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뮤지컬 <잭 더 리퍼>의 경우 여자 주인공이 창녀이기 때문에 사창가는 어쩔 수 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경우 엘리자벳이 완전히 궁을 떠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던 것이 성병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으로서 사창가가 등장한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첫 장면에서는 베트남 여자들이 선정적인 옷을 입고 미군에게 자신들을 전시함으로써 미국인의 맘에 들어 사이공을 벗어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이러한 장면은 불쾌감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며, 이 시대의 치열했던 역사적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장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앞에서 언급했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여성을 이분화 시켜 소설 속에는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루시와 엠마이다. 엠마는 지킬과 연결되면서 선한 여자로, 루시는 지킬과 연결되면서 악한 여자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악의 근원지는 사창가이다. 이것은 지킬앤하이드가 만들어진 당시의 사고관의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여 계속해서 상연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여성을 능동적이고 훌륭한 캐릭터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여성은 약자였다. 그만큼 역사극에서는 여성이 그렇게 그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를 왜곡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극이 있다면, 시대가 바뀐 만큼 바뀐 여성들의 모습을 기반으로 하여 여성이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양상을 띠는 극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술은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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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 役을 맡은 차지연 배우)

 

 

최근 뮤지컬계에는 젠더 프리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대표적으로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뮤지컬 <더 데빌>, <광화문연가>, <아마데우스> 등에 젠더 프리 캐스팅되어 참여하였다. 반드시 남성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극 속에서 젠더의 비중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또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어떻게 보면 편견이었을지 모르는 유리천장을 부셔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예술의 흐름이 나올 뿐 아니라, 관객도 변화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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