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Power of Nunchi [도서]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
글 입력 2021.06.0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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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MBC 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필란드인 빌푸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게 되면서 친구들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받는 장면을 보았다. 그 책은 바로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로 해석된 The Power of Nunchi였다.

 

지금까지 '눈치'라는 것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눈치가 없다면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눈치가 '무기'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눈치'가 또 어떻게 색다를지 궁금했기 때문에 책을 읽게 되었다.

 

 

 

눈치: 눈짐작(Eye M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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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눈치의 정확한 뜻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책의 첫 장에서 가장 먼저 눈치의 정의를 내린다.

 

눈치는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고 서로 화합하며 관계를 맺기 위해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살피는 섬세한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눈치는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하나의 센스와 같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기술'이라고 소개하는 책의 첫 소절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한 눈치의 몇 가지 특징을 설명하는데 눈치가 '좋다'보다는 '빠르다'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눈치에는 속도가 필수임을 설명한다.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눈치가 좋다.", "눈치가 빠르다."를 중얼거려보았다. 확실히 후자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이 부분을 캐치한 저자의 분석력에 놀라움을 느꼈다.

 

확실히 우리는 눈치가 '없다'라고 비판을 하는 한편 센스가 좋은 사람에게는 눈치가 '빠르다.'라고 감탄을 한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왜 눈치에 '속도'가 더해져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 그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눈치가 단순히 있다면 처해져있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 멈춘다. 하지만 눈치에 속도가 더해진다면 상황에 대한 분석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예측한 내용을 계속 재조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간다는 것이다. 한국인임에도 이러한 눈치의 특징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외국인의 시각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눈치 방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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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펭수, 유투브 자이언트 펭 TV

 

 

사실 나는 눈치가 한국인의 고유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적과 무관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눈치가 길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눈치의 방해물이 되는 서양 문화권의 편견을 소개하는 데 이를 읽으면서 '눈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외국의 문화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1) 소음이 고요함과 정적보다 낫다.

 

서양에서는 침묵이 길어지면, "여보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내 말 들려요?" 하고 재촉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조용히 고민하는 일에 관대하지 못하다고 소개하는데 이 점이 상당히 한국의 문화가 다르다고 느껴졌다. 물론 어색한 상황을 불편해하는 건 한국인 역시 동일하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최대한 입을 무겁게 하라.", "말을 아껴라."라는 충고가 너무나 익숙하다. 즉,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믿는다. 이렇게 정적에 익숙한 한국인의 문화에서 눈치는 길러진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한차례 얻게 되고 앞으로 자신의 행동을 재정비하게 되는 것이다.

 

 

(2) 외향성이 내향성보다 낫다.

 

사실 이 편견은 서양인에게만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외향적인 아이였고 초등학교에서 MBTI 평가를 통해 '외향성'이 높게 나타나면 그 점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발표를 잘하는 아이, 학급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 아이와 같이 외향성이 있는 학생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눈치의 힘을 더욱 잘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 내의 관계를 누구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비언어적 단서를 포착하기에 더욱 빠른 눈치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3) 날카로움이 원만함보다 낫다.

 

서구 사회에서는 저돌적인 행동이 더 큰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이 부분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 역시 학교나 기업 면접을 보게 된다면 자신은 타인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차이점을 높이 평가받아 선택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타인과의 차이점을 넘어서 상대방을 상처 입힐 수 있는 '저돌적인' 행동을 지적한다. 즉, 자신이 원치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둥글둥글한 원만함을 유지한다면 다른 사람과 원활하고 부드럽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음을 말한다.

 

원만함을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처럼 다소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주변의 상황을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는 짧은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 순간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배의 키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눈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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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눈치있게 행동하기 위한 8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1. 먼저 마음을 비운다. 분별력 있게 관찰하기 위해 선입견을 버린다.

2. '눈치 관찰자 효과'에 유의하자. 방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 당신의 영향력에 관심을 가질 것!

3. 막 방에 들어왔다면, 다른 사람들 모두 당신보다 그곳에 더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정보를 얻기 위해 그들을 지켜본다.

4. 입을 다물 좋은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자. 오래 기다리면 대부분의 의문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해결될 것이다.

5. 예절이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6. 숨은 뜻을 알아내자.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늘 말하지는 않으며, 그럴 권리가 있다.

7. 의도치 않게 해를 끼치는 것이 때로는 의도적으로 해를 끼친 것만큼 나쁘다.

8. 민첩하고 빠르게 행동하자.

 

 

사실 한국인이라도 항상 최고의 눈치를 장착하고 행동할 수는 없기에 종종 실수를 하곤 한다. 그러한 실수는 타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거나 침묵을 참지 못하고 어색함을 깨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되곤 한다.

 

위의 8가지 법칙은 사실 외국인들에게 '눈치'를 소개하기 위해 제시한 내용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다시 한번 더 나의 과거 실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고 해서 타인의 기분 역시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던 적도 있었다. 또, 어색함이 싫어서 과도한 말로 분위기를 침체시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눈치 있게 행동하는 배움을 얻어나갈 수 있었고 나는 조금 더 눈치 빠른 인간이 되었다.

 

이 책은 한국인들보다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책이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 문화를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더욱 잘 알고 있다는 점은 큰 편견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보다 더욱 다양한 시각에서 '눈치'라는 문화를 연구한 저자의 노력에 감탄을 했고 또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오히려 새로운 시각이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음을 느꼈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보는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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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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