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순간들

13살, 한창 성장통을 겪을 시기.
글 입력 2021.06.09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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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한창 성장통을 겪을 시기다. 그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는 어른스럽지만, 그보다 어른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그저 속 모를 아이 같은 때이다. 세상 모두가 자신의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고독을 곱씹을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도 유독 흔들리던 소녀 '자허'가 있다.


어머니의 찬란한 웃음 빛을 기억한다. 옳고 그름도 모르고 어머니를 위해 귀걸이를 도둑질했던 자허와 함께 가게에 찾아가 똑바로 사과를 건네고, 올바른 방식으로 귀걸이를 구매해 자허의 앞에서 당당히 차 보이던 어머니의 웃음. 언제나 희망차게 미소 짓고, 자허를 이끌어주고, 아버지를 믿어주었던 가족의 햇빛과도 같은 어머니였다. 기둥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그녀가 있는 가족은 강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 그런 한 가족의 희망과도 같았던 어머니는 어느 날 한 소년에 의해 살해당했다.

 

밝았던 빛은 순식간에 져버렸고, 그 이후로 자허의 일상은 암흑이다. 도축된 소를 배달하는 아버지는 남은 자허에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으나 언제나 서툴렀다. 아버지는 자허가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피비린내가 난다며 놀림 받았다. 외로움 속에서 피비린내 난다는 놀림만을 곱씹으며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샤워볼을 살갗에 문질렀다. 세상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자허는 외로웠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 자허는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소년 '유레이'를 만난다. 자신으로부터 어머니의 빛을 앗아간 그는 받았던 형량보다도 일찍 나와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납득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가 벌써 세상에 나와 있냐고 변호사에게 따졌으나,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이유가 제시되었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모범수였을 수도 있으니까. 자신은 어머니가 떠난 뒤로 어둠 속에서만 살고 있는데 가해자는 모범수라는 이유로 일찍 나왔단다. 그리고는 성실하다는 듯 일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자허는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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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허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게 된다. 자신이 모아둔 용돈을 털어도 다시 소송을 걸기 어려웠고, 자허의 상황을 진실하게 들어주는 어른은 곁에 없었다. 법이 정의를 지키지 않으니 자신이라도 행동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지긋지긋한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렇게 마음을 먹은 뒤 자허는 유레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수감되었던 곳은 별거 아니었다는 등의 태평한 말소리 따위를 들으며 유레이 무리의 일탈을 함께하기 시작한다.

 

유레이의 일탈은 자허가 지내던 세상보다도 이해못할 세상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술을 마시고, 밤거리를 헤매고, 물건을 훔쳐 논다. 시끌벅적한 그곳에서 자허는 자신의 존재의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복수를 위해 꿋꿋이 버텼다.


유레이와 함께 다니기 시작하며 자허는 유레이에 대해 하나둘 알아가기 시작한다. 세상에 내던져진 것은 자허 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어느 졸부와 결혼해버렸음을 이야기한다. 사이조차 안좋은 새아버지와 졸부의 옆에서 함께하는 어머니에게 불만이 가득했던 유레이였다. 그 불만의 끝은 몰래 새아버지의 차를 불태워버리겠다는 반항심이었으며 그 마음이 실현되던 그때 자허의 어머니가 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년 유레이는 자허의 어머니를 죽여버리게 된다.

 

출소 후 유레이가 혼자 지내고 있는 도중에도 어머니로부터 돈은 계속 지원받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물 한 컵이었다고 담담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14살의 유레이가 삼켰을 또 다른 고독을 자허는 가늠했을까.


분노와 증오심은 혼란스럽게 자허를 괴롭혔다. 끊임없이 유레이를 죽이는 상상을 하며 그를 향한 복수를 갈망한다. 그와 높은 곳에 가면 그를 밀치고 싶다고 생각했고, 칼을 쥐고 있을 때는 그를 찔러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그와 함께했던 시냇가로 다시 불러내 그를 익사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끝끝내 그녀는 해내지 못한다. 정확히는 하지 '않았다'. 깊은 시내 속으로 가서 그를 끝까지 물속에 밀어 넣지만, 결국 그녀는 끝까지 버티지 않고 힘을 뺀다. 그리고 유레이에게서 건져 올려진다. 숨을 몰아쉬며 흠뻑 젖은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며 누웠다. 어째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느냐는 말에 자허는 잠깐의 침묵 후 대답한다.


 

"나는 또 다른 네가 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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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데뷔작이기 때문에 아직 다듬어지지 못한 그의 실력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자허 가족의 가난은 지나칠 정도로 반복적으로 풀어졌다. 오직 가난을 나타내기 위한 장면들의 연속은 관객들의 무료함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고, 유레이의 가정사는 자칫 잘못 보면 살인에 대한 정당처럼 느껴지기 쉬웠다. 유레이의 곁에서 함께 일탈을 보내는 자허의 심정은 충분히 표현되지 않아 답답함을 유발했다. 미숙한 영화의 엔딩은 연출과 함께 미숙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마지막은 간이 되어있지 않은 국과도 같이 밍밍하게 끝났다.


그러나 자허와 유레이가 전하고자 했던 그들의 외로움은 오롯이 전해졌다. 여름은 사계 중 가장 시끄러운 시간이다. 매미소리, 빗소리, 장난스러운 웃음소리, 물에서 찰박이는 소리. 수많은 소리가 불러오는 혼란은 순식간에 한 사람을 어린 시절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여름날 10대 초반의 자허와 유레이, 그리고 유레이 친구들의 방황과 혼란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어지럽게 살며, 옳지 못한 방법으로밖에 놀고 분풀이하게 되는 그들의 환경적 가난 속에서 그저 정처 없이 떠도는 그들의 불안정함. 그 불안정함 속에서 살인과 절도 등의 비행이 일어났고,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들어졌다.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던 자허가 끝끝내 결정한 '용서'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불행과 외로움의 낱말들 속에서 무심코 이해하게 되는 유레이에게 내린 용서는 어쩌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게 불행히 사는 유레이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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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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