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을 담은 영화들 [영화]

글 입력 2021.06.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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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일광, 길어진 그림자, 앵앵대는 모깃소리, 한밤의 캔맥.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와 점점 가벼워지는 옷차림. 이 모든 것들이 떠오르는 계절, 여름이 왔다.

 

마스크는 여전히 얼굴 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모처럼 찾아온 여름을 그냥 보내기엔 아쉽지 않은가. 집에서 안전하게 여름을 즐기기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가 사랑하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마 <아비정전>


 

필리핀 열대우림.jpg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장마다. 까만 하늘에서 내리는 세차게 퍼붓는 비, 그리고 하늘이 뿌옇게 변할 정도로 습한 공기가 인상적인 영화가 있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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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길러준 어머니가 사실은 생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은 아비가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호감을 보인 여자들과 어울리는 것도 잠시뿐.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비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온몸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습한 공기처럼, 아비를 짓누르는 배신감과 상처는 더욱 그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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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도 자주 비가 오는 홍콩, 필리핀이라는 배경부터 여름의 엄청난 습도를 짐작게 한다.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얇디얇은 드레스,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와 하얗다 못해 뿌연 필리핀의 열대 우림은 여름의 습도를 가시화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내 몸까지 끈적해지는 기분이 든다.

 

 

 

2. 아플 정도로 강렬했던 햇볕 <콜미 바이 유어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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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유럽이 어떤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대답 대신 보여줄 영화가 있다. 바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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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색을 띤 낮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청명한 하늘. 탐스러운 과실이 맺힌 녹색의 나무. 뜨겁다 못해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눈 부신 빛을 쏟아내는 이탈리아의 태양 아래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관계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찾아온 '올리버'와 만난 '엘리오'는 지독한 첫사랑을 겪는다. 한여름의 유럽에서 둘은 서로를 탐색하고, 사랑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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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랑은 한여름에 잠깐 타오른 태양처럼 금방 져버리고 말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보였던 호기심과 애정, 질투와 불안,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하고도 미묘한 마음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긴다. 잠시 쐬었던 짧은 햇볕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3. 여름에도 흐린 날은 있다  <백만엔걸 스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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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맑은 날과 비례할 정도로 흐린 날이 많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회색 하늘은 도시마저 무채색으로 물들인다. 이런 날에는 내 몸도 기분도 축 처지고 만다. 그런 애매한 하늘이 일본 특유의 색채와 만나 더욱 빛을 내는 영화가 있다. 바로 타나다 유키 감독의 <백만엔걸 스즈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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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 '스즈코'는 의도치 않게 전과자가 되어 가족에게도, 함께 자라온 마을 사람들에게도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된다. 가족과의 말다툼 후에 그녀는 한 가지 결심을 한다. 자신이 전과자인 것을 모르는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100만 엔을 모으면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가는 삶을 살기로. 그렇게 그녀는 짐을 싸들고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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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온 스즈코는 바닷가의 작은 식당, 복숭아밭, 도시의 어느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이어간다. 각각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과 만난 사람들을 대하는 스즈코의 모습과 태도가 인상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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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스즈코'의 심리를 따라가듯 영화는 내내 잔잔하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이런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아오이 유우'의 매력이다. 그녀 특유의 가녀린 몸선과 개성 있는 스타일은 주인공과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독보적으로 만든다.

 


[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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