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로페서 앤 매드맨

글 입력 2021.06.0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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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장르: 스릴러, 드라마

상영시간: 124분

감독: P.B. 셰므란

출연진: 멜 깁슨(제임스 머리), 숀 펜(윌리엄 마이너), 나탈리 도머(일라이자), 에디 마산(먼시)

개봉: 2021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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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부활을 위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정의할 '옥스퍼드 사전 편찬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부인하게 된 괴짜 교수 제임스 머리는 영어를 쓰는 모든 이들로부터 단어와 예문을 모으자는 제안을 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렇게 전국에서 다양한 편지들이 그의 작업실로 빗발치게 되는데, 호기로울 줄만 알았던 사전 편찬은 예문과 세기 간의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알파벳 A에서부터 애를 먹는다.

 

주변의 압박까지 시작되던 어느 날, 한 줄기 빛과 같이 고전에서 인용한 수 백 개의 예문이 담긴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받게 된다. 막막할 것만 같던 사전 편찬은 그 엄청난 양의 편지를 보내준 닥터 윌리엄 마이너 덕분에 희망의 빛을 보게 되고, 제임스 머리는 고생 끝에 완성한 초판본을 들고 그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도와준 윌리엄 마이너가 정신병원에 구금되어 있는 미치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옥스퍼드 사전 편찬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사전 편찬에 인생을 바친 두 남자의 언어에 대한 열정과 광기, 우정과 그 뒤에 자리하고 있는 희생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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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천재 교수 제임스 머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꿈꿔온 일을 직접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 세상에 널리 쓰이고 있던 영어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옥스퍼드 사전 편찬 프로젝트에 자신이 책임자로 임명받게 된 것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그들로부터 사전에 쓰일 단어와 예문을 편지로 받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딘 작업 속도에 어려움을 겪던 중,  찾기 힘든 고전을 인용한 몇 백개의 예문이 담긴 편지를 받게 된다.

 

편지를 보낸 이는 의대 출신으로 천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나 미 군의관 시절에 사람을 죽이고 생긴 트라우마로 정신병원에 구금된 윌리엄 마이너이다. 그는 그가 죽인 사람의 환영을 보며 매일 고통받는데 사전 편찬을 위해 단어와 예문을 찾아 보내달라는 편지를 보고는 그것에 광적으로 집중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제 생각들이 당신의 생각에 불을 지피길"

 

 

영화는 공통점이라고는 자신의 분야에 있어 천재적인 면모와 열정을 가진 것뿐인 이 둘이 옥스퍼드 사전 편찬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함께 우정을 쌓아나가는지 보여준다. 영화가 두 인물의 인간적 관계를 풀어 내는 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사전 편찬이라는 큰 프로젝트에 있어서의 디테일에 대한 비중이 적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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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편찬이라는 하나의 테마가 제임스에게는 일생의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윌리엄에게는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굉장히 반대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반대적인 목적이 사전 편찬에서 조화롭게 합쳐지면서 서로가 서로의 인생을 구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참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실화였다는 설명과 사진을 보고 더욱 감동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

 

스토리는 거의 제임스와 윌리엄의 위주로 흘러가지만 부차적으로는 제임스의 가족과 윌리엄의 죽인 남자의 가족이 등장하며 전개된다. 두 가족에 대한 모습 역시 영화에서 나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두 가족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사전 편찬으로 가족에 신경을 못 쓰는 제임스를 대신하여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돌보고 밖에서는 남편을 잘 외조하는 제임스의 아내의 모습이 잘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희생이 없었다면 제임스의 사전 편찬 역시 순탄하게 흘러갈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편리한 언어 사용을 위해 한 가정이 힘들게 그 과정 속을 헤쳐나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사전 편찬을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는 남편과 가정 안에서 남편의 빈자리까지 채우고자 노력하는 아내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보며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영화에서는 표면적으로 한 가정이 보여졌지만 항상 무언가 다수의 편의와 행복을 위해 누군가는 희생하는 여러 역사적 상황들이 맞물려 떠올랐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가 말이다. 민중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엘리트, 또는 소수가 희생하는 사건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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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윌리엄의 잘못으로 남편을 잃은 일라이자의 가족 역시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시사하는 듯했다. 윌리엄으로 인해 남편을 잃자 가정생활에 매우 궁핍해진 일라이자는 윌리엄에게 분노를 가지고 있었고, 그랬기에 윌리엄이 반성과 후회, 사과의 의미에서 건네고자 한 그의 전 재산도 거절하며 아이들과 함께 가난한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부모라면 아이들까지 비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기에 일라이자는 결국 윌리엄의 돈을 받는다. 그의 돈으로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그녀는 다시 윌리엄에게 찾아가며 일라이자와 윌리엄은 원수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윌리엄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쳐줄 수 있게 일라이자에게 글을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현실에 매여 어쩔 수 없이 원수의 돈을 받아야만 했던 일라이자와 자신의 과거 모습으로 인해 죽을 때까지 스스로 고통받는 윌리엄이야말로 참 괴로워 보였다. 절대 상종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둘이 풀어나가는 관계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용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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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자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 괴로워하는 윌리엄의 모습을 보며 결국 그를 용서하고 그와 관계를 이어나가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죽인 사람의 아내까지 빼앗은 것 같아 더욱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된 윌리엄은 자해까지 하게 되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상태에 접어든다.

 

그 결과로 과하게 실험적인 치료를 받게 된 윌리엄은 더욱 쇠퇴해지게 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이상한 정신병원에서 윌리엄을 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일라이자는 윌리엄의 모습을 보고 굉장히 마음 아파하며, 재판의 자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그를 용서했다고 고백하며 윌리엄을 돕는데 힘쓴다.


이 장면이 굉장히 슬프면서도 인간적이게 와닿았다. 용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관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사랑하는 이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품는 모습을 보며 어떤 마음을 가졌기에 이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참 감동적이었다. 또한 자신의 과거 잘못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고 이를 조금이라도 떨쳐내고자 자해까지 하는 윌리엄의 모습을 보며 죄와 용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전 편찬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언어학적인 측면보다는 인간미, 사랑, 우정과 같은 휴머니즘적인 느낌이 많이 강조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언어학적이고 사전 편찬에 있어 전문적인 디테일을 알고자 하고 본다면 조금 아쉬운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무언가를 이뤄내고자 희생적으로 노력하는 이들의 숨겨진 현실에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그와 더불어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기에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시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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